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22.12 | 문화이슈 [SNS 속 세상]
검열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 놓인 디지털 공론장의 미래
오민정 편집위원(2022-12-13 14:42:18)


SNS 속 세상 | '파란딱지' 사태와 디지털 공론장

'검열'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 놓인 

디지털 공론장의 미래



글 오민정 편집위원






「회원님의 계정을 일시 차단했습니다」

며칠 전, 간만에 사진을 한 장 올려볼까 하는 마음에 인스타그램을 접속했더니 갑자기 저런 문구가 떠 있었다. 당황하여 몇 번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였으나, 몇 분 지나지 않아 결국 화를 내며 이불 위에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SNS에 글만 올리면 다들 무슨 일이냐고 안부전화를 하는 통에 요즘에는 그저 게시물 확인만 했는데, 갑자기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니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창을 켜니 ‘인스타그램 오류’가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와 있었다.


인스타그램 오류는 하루 저녁의 ‘해프닝’이었지만, 내가 무엇보다 당황한 이유는 바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면서 계정을 사용할 수 없고 계정이 영구적으로 비활성화될 거라는 문구였다. 나는 실제 어떤 규정도 위반한 적이 없었지만 종종 SNS 플랫폼 측에서 콘텐츠를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통제하는 사례를 이미 접한 적이 있었기에 혹시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트위터와 파란딱지

얼마 전, 일론 머스크가 결국 트위터를 인수했다. 올해 초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최대 지분율을 확보하며 대주주가 됐고, 중간에 인수에 대해 일시중단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세면대를 들고서 새 CEO로 출근했다. 이어 대량해고가 이어졌다. 대량해고의 명분은 트위터 인수에 따른 인한 비용문제였다. 정규직의 약 50%, 계약직의 약 80%가 해고를 통보받았다. 해고대상에는 콘텐츠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신뢰·안전부서, 커뮤티케이션 부서, 인공지능 윤리부서와 인권담당부서도 포함됐다. 혐오발언이나 가짜 뉴스를 추적하고 거르던 외주업체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트위터는 그동안 트위터의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광고 대신 유료서비스를 활성화시기로 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고주로부터의 독립을 꿈꾼 것이다. 이 방법은 유료 이용자에 한해 이용자의 계정을 트위터가 확인했다는 표시로서 파란색 표식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월 구독료만 내면 특별한 확인 절차 없이 계정에 달아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량 해고로 인해 제대로 된 계정인지 검증할 만한 직원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문제는 하루만에 터졌다. 제약사와 방산업체를 사칭한 계정이 가짜 뉴스를 퍼트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명 ‘파란 딱지’ 사태였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첫 시도이자 실패가 된 이번 사건은 브랜드 신뢰 하락이라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후 광고주들의 연이은 대규모 이탈이 이어졌다. 대기업들은 트위터의 새로운 방향을 파악하기 전까지 유료콘텐츠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문제

일론 머스크는 왜 트위터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아마도 그 답은 일론 머스크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표현의 자유’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혁신기업가이자 세계적인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디지털 공론장을 지켜 민주주의에 기여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리고 실제 머스크가 출범한 이후 트위터에는 극우 인사들의 복귀가 속속들이 이뤄지고 있다. 채 며칠이 되지 않았지만, 트위터에서는 혐오표현과 정치적 선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가 지키고 싶었던 디지털 공론장이 과연 지금같은 모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혐오와 선동의 자유와 혼동한 것은 아닌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이래, 폭력성 게시물이나 음란물 이슈와 더불어 검열의 문제는 제기되어 왔다. 물론 일부 규제가 필요했던 점은 있었지만. 문제는 그 규제가 몇 줄의 규정과 저렴한 비용의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통해 너무 ‘손쉽게’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즉, ‘맥락’이 고려되지 못한 검열이 이뤄졌다. 그런 이유로 플랫폼에서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는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표현의 자유와 손쉬운 검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플랫폼의 역할이 너무 당연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디지털 공론장-SNS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