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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 | 문화현장 [프리뷰리뷰]
프리뷰리뷰
성륜지·신동하 기자(2022-12-13 14:59:50)


프리뷰리뷰



프리뷰




전북도립미술관의 기획전들

다각적인 시각예술전시를 통해 로컬리티에 주목하다


현재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지역의 로컬리티에 주목한 전시들이 한창이다. 1, 2 전시실에서는 ‘마중시루 展’이, 3, 4 전시실에서는 ‘한봉림, 영원한 운동’이, 5 전시실에서는 ‘도화(畵)선 : 전북에서 피어오른 불씨들’이 진행되어 시각예술의 산실로서 전북을 되돌아본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산’과 인연이 깊다. 모악산 자락에 위치하여 치마산과 경각산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북미술계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유독 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마중시루 展’은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김범석 작가는 대형수묵 작품인 ‘모악별곡’에서 산을 중심으로 우리의 일상 풍경을 재현했으며, 만물의 어머니로서의 산을 주목한 한애규 작가는 테라코타 덩어리를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고보연 작가는 버려진 폐천을 바느질로 연결하여 생명의 결정체인 젖무덤을 만들어 수많은 어머니의 삶을 위로했다. 목판화가인 홍선웅은 ‘모악연작’을 통해 모악산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다룬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여섯 번째 컬렉션이다.


‘한봉림, 영원한 운동’은 한국 현대 도예 1세대인 한봉림의 도자 예술을 조명한 전시다. 한봉림은 6-70년대 도자기의 실용적 기능과 제작 기법에만 주목하던 풍토를 해체하고, 도기를 예술의 오브제로서 조형하기 시작했다. 1974년 원광대 응용미술과의 전임강사로 재직한 것을 계기로 지역에 정착한 이후에는 유의미한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고 많은 후배 도예가들을 배출하며 도자 예술의 현대적 가능성을 모색했다. 전시는 3부로 진행된다. 3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원에서’는 한봉림 작가의 정원을 우주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사진가 정주하는 천원지방의 원리에 따라 도자 위에 반영된 시간의 흐름을 찍었으며, 작곡가 신혁진은 새소리와 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등을 섞어 소리 환경을 조성했다. 4전시실에서는 ‘영원한 운동’이 전시되었다. 무한을 상징하는 기호 위에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도자들을 교차하여 끊이지 않는 순환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야외테라스에는 전시 기간 주변 환경들과 감응하는 작품을 설치하여 연속되는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도화(畵)선 : 전북에서 피어오른 불씨들’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70세 이상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지역 미술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들을 직접 조명하여 전북 화단의 흐름을 살피기 위함이다. 전북미술의 연대기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방의걸, 임섭수, 정승섭, 김연익, 곽석손, 최종인, 송계일, 하수경, 김윤태, 강옥철, 조래장, 김춘식, 김세견, 이강원, 이희완, 고상준, 임동주, 이성재, 이종만, 이중희, 유휴열, 박종수, 오무균, 국승선, 이건용, 가관욱, 정현도 작가의 작품 40점을 관람할 수 있다.


세 전시는 모두 3월 5일까지 계속된다.




제30회 전북소극장연극제

신명난 화합의 연극 한마당


전북소극장연극제가 12월 30일까지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11월부터 두 달에 걸쳐 진행된 이번 소극장연극제는 전주 창작소극장과 한옥마을아트홀, 군산 둥당애 별별 소극장, 김제 원평 예술공간 짚이 참여한다.


일제강점기 속에서 아프고 힘겹고 불행했던 한 인간으로 영웅 안중근을 바라보는 극단 데미샘의 <그날, 하얼빈의 커피>가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펼쳐진다. 독립운동가 ‘안’의 갈등을 그려낸 작품으로 1909년 10월 26일 새벽 하얼빈역 끽다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관객과 한바탕 놀아보고 싶은 4·50대 배우 4인이 모여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소극장연극제의 마지막 무대를 꾸민다. 극단 둥당애가 준비한 ‘리어카 할아버지의 옛이야기’, ‘금시계’, ‘꿀방귀 똥방귀’, ‘막내를 찾아서’ 로 구성된 선물 같은 가족극 <당신을 위한 4가지 이야기>는 군산 둥당애 별별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11월 8일, 소극장연극제의 첫 시작을 알린 한옥마을아트홀은 가족이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생각하게 되는 <하나, 둘, 셋 김치>를 선보였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살던 가정에 병으로 엄마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삐걱대기 시작하는 아빠와 세 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선보인 김제 예술집단 얼간의 <고물은 없다>는 어르신들을 상대로 고가의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약장수와 오해로 사이가 틀어져 버린 부자(父子) 관계를 다룬 공연이다. 적극적인 관객 참여를 유도하며 김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1993년에 시작해 올해 30회를 맞은 전북소극장연극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해프닝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 관객과의 거리를 좁혀보자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유휴열 미술관,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 전 

시인인 아내와 화가인 남편이 만든 특별한 하모니


11월 1일 유휴열미술관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시작됐다.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 展’이다. 지난 8월 동명의 시집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기획된 전시. 시인인 아내 최명순의 시와 화가인 남편 유휴열의 그림이 어우러져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전시에서는 삶의 나이테를 그대로 반영한 시가 그림으로 형상화되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담긴 ‘부부 시리즈’와 ‘화가의 아내 시리즈’, 손녀딸인 김라희 양을 얻고 쓴 ‘아름다운 이름’ 등은 보편적이면서도 그 속에 특별함을 간직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전시를 기획한 남편은 아내가 살아오며 쓴 일기가 전시를 구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시인은 여고 재학시절에 문예부장으로 활동하고, 대학에서 다니면서도 시인을 꿈꾸었다. 그러나 결혼과 현실적인 일들에 치여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8월 출간된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엔 이런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남편은 시집을 읽으며 시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고 그 감정을 회화와 조각 작품으로 옮겨냈다.


전시는 다른 시화전들과는 다른 형태로 구성됐다. 기존의 방식은 시를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시인의 시를 자신의 작품 속에 종속시키는 대신 둘을 나란히 배치하는 것을 택한 결과다. 유휴열 화백은 예술가로서 색다른 시도이자 전시 방법에 있어서도 흥미로운 변화라고 소개했다.


12월 15일부터는 새로운 구성의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아름다운 시와 그림의 대화는 1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전라감영, 일 년 읽다> 전

공예품과 책의 콜라보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하던 전라감영에서 공예품과 책으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  <전라감영, 일 년 읽다>가 12월 10일까지 진행 중이다. 


공예품과 책의 공통점은 손때가 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땀 한 땀, 한 자 한 자, 손으로 만져 탄생한 공예품과 책은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 쓰이고 읽힌다. 그 공통점을 연결한 이번 전시는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공예품을 전시하고, 독립책방을 통해 일 년을 되돌아보는 컨셉으로 기획했다. 전주 ‘서점 카프카’와 광주 ‘러브앤프리’, 제주 ‘어떤바람’이 참여해 서점의 한 해를 담은 문구와 열두 권의 책을 비치하고 필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겨울에 주목했다. 낙엽이 지고 가지만 남은 초겨울을 표현한 ‘마지막, 가지’와 눈 내리는 겨울을 담은 ‘내려앉은, 눈꽃’, 연말에 가족들과 모여 앉은 겨울을 표현한 ‘겨울 속, 온기’ 섹션으로 세분화했다. 겨울을 지나면 ‘눈이 녹아, 봄’, ‘다시 여름, 풍덩’, ‘그때 그 갈빛’ 섹션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 총괄을 맡은 프롬히어 김지현 큐레이터는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되돌아보는 계절이다. 전시를 통해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마음을 채워가는 전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뷰






팔복예술공장, 탄소예술기획전 ‘유기적 집합’

작가들이 제안하는 탄소의 예술적 쓰임


지난해 처음 개최된 팔복예술공장의 탄소예술기획전이 더 큰 규모로 돌아왔다. 탄소가 어떻게 확장되어 갈지에 대한 방향성을 주목한 전시는 탄소가 예술가를 만나 발현되는 무궁무진한 예술적 탐구 세계를 마주했다. 작년이 첫 시도로서 신소재의 도입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올해는 단순한 매체를 넘어서 지역특화산업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자리다. 그래서인지 전시는 예년보다 훨씬 더 다채로워졌다. 


이강원, 이호철, 장영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참여했다. 이강원은 주름이 가지는 고유의 운동성과 유연성에 주목한 ‘주름-삶’ 시리즈에 탄소섬유를 도입했다. 탄소섬유로 만든 입체적인 주름들이 프레임 속에 담겨 한 폭의 회화가 되었다. 이호철은 소설 돈키호테 속 등장하는 말의 형상을 빌어 인간과 인간이 아닌 다른 대상 사이에 생겨난 보이지 않는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탄소라는 소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축과 결합해 표현하여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장영애의 ‘Blue resonance’는 나비효과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탄소섬유가 연쇄적으로 가져올 미래에 주목한 것이다.


이상훈, 나잇노이즈, 장우석, 소찬섭, 문민은 탄소섬유의 소재적 특성을 활용했다. 도예가인 이상훈은 탄소섬유가 4~500도에서 재가 되는 성질을 이용하여 흙으로 빚어진 도자 위에 무늬를 입혀 천장에 달아 하나의 행성계를 만들었다. 김삼정과 박수지의 만남으로 결성된 나잇노이즈는 한글의 이응, 알파벳의 오, 숫자의 영 모양은 같지만 다른 언어의 철자들이 결합을 통해 다른 의미를 만드는 것에 주목하여 여러 재료에 탄소섬유를 더했다. 장우석은 한국 전통 민화인 호작도에서 호랑이와 까치를 입체로 설치했다. 호랑이의 무늬를 탄소섬유로 표현하여 본연의 질감을 살렸다. 소찬섭은 탄소섬유의 어둡지만 빛나는 성질을 고목으로 표현했다. 텅 비어 쓸쓸하지만 그만큼 오래 살아 단단하기도 한 나무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준다. 문민은 사각 프레임 속에 갇혀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시리즈 작업물을 발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것에 탄소섬유라는 새로운 매체를 도입했다.


탄소는 여러 다른 원소들과 쉽게 결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을 현대사회의 관계와 엮어낸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최무용은 현대사회에서 단순한 부품으로 전락한 관계를 돌에 빗대어 표현한다. 회전하며 결합과 해체를 반복하는 설치물은 필요에 따라 연결되는 어두운 시대적 현실과 맞닿아있다. 이희춘은 그동안 무위적 이상세계를 주제로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의 ‘Spring’도 그 연장이다. 그는 자연 속 생명들을 나열하며 다시 한번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계속된다.





MADE IN JEONJU Festival 10th

완전한 독립과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뮤직 페스티벌


지원금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지역 기반 페스티벌이 있다. 지난 11월 18일, 19일 이틀 동안 MADE IN JEONJU Festival이 더 뮤지션, 술 타스토 두 공간에서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이번 공연은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진정성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전주 23개 팀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3개 팀이 모여 축제 형식의 콘서트를 펼쳤다.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전주 객사의 중심에 위치한 두 공간에서 진행했으며 1장의 티켓으로 두 공간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기획했다. 


MADE IN JEONJU Festival은 완전한 독립·완전한 자유라는 슬로건으로 소박하지만 작은 감동과 즐거움을 나누고자 만들어진 공연이며, 다양한 장르의 26개 팀을 만날 수 있는 지역 유일 페스티벌이다. 더 뮤지션은 꾸준히 지역 뮤지션 공연을 선보이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소리극단 도채비 <삼월·애>

전주천 매곡교에서 시작된 전주의 만세운동


기미년 삼월 열 사흗날, 전주천 매곡교에서는 독립을 향한 강한 열망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지난 11월 9일 한벽공연장에서 선보인 소리극단 도채비의 <삼월·애>는 수탈에 굶주린 사람들을 챙기던 이거두리(이보한)라는 인물을 조명한 국악뮤지컬이다. 양반 출신인 이거두리의 본명은 이보한으로 전주에서 걸인들에게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를 나누어주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걸인들을 챙겨주어 걸인 대장으로도 불렸으며 하도 거둬들인다고 하여 이거두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주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이거두리라는 인물을 통해 폭력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채비 이정원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3.1운동이 진행되었으나 전주의 만세운동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전주에서도 독립을 위해 희생되고 애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잊지 말자, 반복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거두리로 열연한 이정원 씨는 “만세운동이 있었던 3월과 나라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기우 희곡 <정으래비> 한국희곡명작선에 선정

정여립이 꿈꾸는 사람과 사람의 높낮음 없는 대동의 나라


최기우 작가가 올해 출간한 희곡 <정으래비>가 한국희곡명작선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조선의 여자>, 2021년 <들꽃상여>에 이어진 세 번째 선정이다. <정으래비>는 전주 출신 사상가 정여립(1546∼1589)과 기축옥사를 소재로 한 작품. 2004년 가을, 류경호 연출가와 창작극회 배우 스무 명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초연했다. 이 작품은 반상의 귀천과 남녀의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하고 왕위의 세습을 부인했던 혁명적 사상가인 정여립과 당시 억울한 죽음이 남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을 작품 정면에 내세웠다. 정여립의 삶을 다루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차별 없이 고른 세상을 향한 정여립의 꿈을 잇는 민중이 있다. 


최 작가는 올해 출간을 위해 초연 당시 지나치게 많이 썼던 옛말과 어려운 방언, 현시기에 맞지 않는 불편한 표현 등을 순화시키고 다듬었다. “정여립이란 단어에는 그를 둘러싼 황당한 주장과 그릇된 이미지, 석연치 않은 역사가 여전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정여립과 그 시대에 대한 상상과 서술이 독자에게 반갑게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트갤러리 전주, 김혜원 사진전

‘34개의 야외 주차장들’


자본주의는 자연마저도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 사람들은 산이나 바다가 있어 경치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유원지를 만들어 소비했다. 특히 야외주차장에는 많은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었다. 문명과 부를 상징하는 자동차가 드나드는 곳이며, 그를 위해 자연을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고 인공물로 범벅한 공간이기 때문. 이와 관련된 전시가 있었다. ‘김혜원 사진전 – 34개의 야외주차장이 그것.’ 땅과 지역 그리고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전시는 11월 7일부터 20일까지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이루어졌다.


전시는 개념 사진의 대가인 루샤의 사진집 ‘34개의 주차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이름지어졌다. ‘34개의 주차장’은 로스앤젤레스 도심 속 넓은 주차장을 헬리콥터에서 찍은 사진 모음집이다. 루샤가 주차장을 그저 객관적인 연구대상으로 바라봤다면, 김혜원 작가는 그 위에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첨가했다. 성수기가 지나면 텅 비어버리는 주차장을 훼손되어 쓸모 잃은 땅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다큐멘터리 사진은 자칫 잘못하면 ‘프로파간다’가 되기 십상이다. 그는 4X5 인치 대형 카메라를 도입하고 가급적 비슷한 촬영 조건을 유지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사진들이 모두 미니멀하고 정적인 파스텔 톤으로 일관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작가는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교지를 만들며 사진에 입문했다. 이후 백제예대 재학 중 용담댐 건설과정을 찍은 ‘용담댐 시리즈’로 화제를 모으며 데뷔했다. ‘커머셜 랜드스케이프’, ‘34개의 야외 주차장들’ 등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에 몰두해왔으며, 시를 담은 사진집 ‘사진·문학·인문학의 카르텔’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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