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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 | 연재 [이정현의 환경리포트]
인조잔디 운동장은 정말 안전할까?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2023-01-15 01:32:39)

이정현의 환경리포트 

인조잔디 운동장은 정말 안전할까?


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학교 운동장은 아이들의 해방구다. 공놀이, 땅놀이, 고무줄놀이 등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보면 몸도 크고 마음도 운동장만큼 넓어진다. 학창시절 즐거운 추억의 상당수는 운동장에 있다. 때론 모래먼지가 날리고 비 온 후 물이 고이기도 하고 하얗게 눈이 쌓일 때도 있지만 운동장은 그 자체로 언제나 좋다. 물빠짐이 좋은 마사토 운동장의 흙냄새를 맡으며 아이들은 커갔다.    


그런데, 교체 시기를 훌쩍 넘긴 낡은 인조잔디 운동장과 유해성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위험한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도내 770개 학교 중 인조잔디 운동장이 있는 학교는 전체의 7%인 54개교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두 학교를 제외한 52개 학교 중 교육부가 방침으로 정한 인조잔디 운동장의 내구연한 7년을 넘긴 학교가 전체의 85%인 45개교에 이른다. 


전주 우석고는 지난 2005년에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을 18년째 사용하고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계의 시조새라 할 만하다. 내구연한 7년보다 무려 11년을 더 사용했다. 10년을 넘게 쓴 학교가 40개교나 된다. 낡고 오래된 인조잔디 운동장일수록 중금속 노출 위험이 크다. 2009년에 조성된 군산 구암초와 전주 전라고, 2011년 조성된 익산 황등초가 유해성 평가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0.1% 이하)를 넘겨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전라고는 0.42%, 구암초는 0.47%가 검출되어 기준치를 4배 이상 초과했다. 기준치 이내라고 하지만 두 학교 모두 납이 검출되었다. 


플라스틱 가소제인 프탈레이트(DEHP)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태아 및 어린이 성장 및 생식독성, 신경 및 면역독성, 성인 생식독성, 간 및 신장독성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여러 주와 유럽에서는 장난감 등에 사용을 금지했다.


납은 태아 성장 및 생식독성, 어린이 신경행동학적 이상 및 발달장애, 성인 혈액 및 독성 신장 종양 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특히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구간이 없기 때문에 기준치인 90mg/kg 이내라 할지라도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검출 자체로 건강에 유해하다. 운동부가 있는 구암초는 철거 작업이 진행중이고 새 인조잔디로 교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라고는 유해성 평가를 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지껏 쓰고 있다.


이처럼 인조잔디 운동장은 중금속과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 유해성이 높다. 또한, 인조잔디의 표면온도와 열전도가 매우 높아 화상 및 열상 우려가 크다. 폐플라스틱 성분의 인조잔디가 닳고 닳아 미세먼지가 되어 호흡기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땅에 떨어진 미세플라스틱은 빗물을 타고 하천과 바다로 흘러간다. 폐플라스틱 폐기물처리도 문제다. 사용 연한이 지나면 다시 교체해야 하므로 예산 낭비 요인이 크다. 교체할 때마다 운동장 사용이 제한되어 학생들의 이용이 어려워진다. 


2014년 전국 1,037개 학교 인조잔디운동장의 유해성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가 174개교에 달했다. 우리지역도 5개 학교가 기준치를 초과해서 수개월 동안 금줄을 치고 운동장 사용을 막았다. 이후 각 교육청별로 친환경운동장 조례를 제정해서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 교체공사를 진행하거나 친환경운동장으로 교체방침을 발표해왔다. 2020년 말 전라남도 교육청은 인조잔디 및 우레탄 시설 운동장 125곳을 흙이나 천연잔디로 재조성 한다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은 일찍이 인조잔디 운동장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2012년 하반기부터 신규조성 사업을 중단했다. 2015년 인조잔디 운동장의 중금속 검출 사태 이후 도내 64개교에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 교체에 나섰다. 운동부 운영 학교를 제외하고 10개 학교를 마사토나 천연잔디 운동장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서거석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2차 추경 예산에 운동부가 있는 학교의 인조잔디 운동장 시설비와 설계비로 4,450,332천원을 편성했다. 문제는 운동부가 없는 일반 학교까지 공모를 거쳐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인조잔디 운동장을 깔겠다면서 240억원에 이르는 예산안을 올린 것이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다는 것인가. 이유도 군색하다. 전북교육청은 "인조잔디 설치비율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6번째로 경기도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말을 뒤집으면 "친환경 운동장 비율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경기도 다음으로 두번째로 높다” 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된다. 도세나 소득 수준, 중산층 거주 비율이 높은 경기도가 인조잔디 운동장 설치 비율이 더 낮은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그리 좋은 거면 전체 학교 모두 인조잔디 운동장을 설치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일상적인 관리와 교체, 점검이 필요한 인조잔디는 교육재정 낭비 사업이다. 인조잔디 사업비가 10여년 전에 비해서 2배 이상 늘었다. 2011년 5억원 ~ 6억5천만원 수준이던 사업비는 2022년 13억 3천만원(전주해성중)에서 14억원(군산상고)에 이른다. 이 예산을 벤치나 그늘막 등 운동장 주변 편의시설이나 관리 예산으로 쓰거나 체육 활동 예산으로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안전한 중금속 기준치는 없다. 정부의 안전 기준은 어린이 청소년 건강에 대한 안전기준은 아니다. 현재의 유해성 검사로는 한계가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의  '노출평가', '건강영향평가', ‘열위해성과 환경영향’ 등 어린이와 청소년 위해성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검증이 우선이다. 운동부의 연습과 경기력 향상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교에만 제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책적 차이는 얼마든지 존중한다. 하지만 학생의 건강과 안전은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조잔디운동장 확대 정책 뒤에 업자들이 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도 시대적인 흐름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소문이길 바란다. 환경 안전과 학생 건강, 놀이 교육 공간이라는 원칙에 따라 학교 운동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놀기 좋고 안전한 운동장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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