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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7 | 칼럼·시평 [문화저널]
담배이야기
박남준 시인(2004-01-27 15:21:18)

잠깐만 먼저 이 글을 원기전에 담배를 태우실 줄 아는 사람은 담배를 한대 태워 무시고 연기를 햇살을 향해 피워 보시기 바랍니다. 파르라니 연보라빛을 발하는 담배 연기의 그 고운 빛깔이 당신을 사색의 깊은 내면으로 인도하지 않는가요? 자 그럼 이제 이야기를 슬슬 시작해 볼까요. 이야기는 저 이웃나라 황토족인 중국의 초나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 용력이 엄청나던 초나라의 장사 항우도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항우가 평소에 사용하던 칼은 장사 4명이 그칼을 들어 날을 갈아야 할 만큼 크고 무거운 그야말로 거도 였다. 항우에게는 그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가 다름아닌, 경국지색 우미인이라는 것은 독자 제현도 익히 아는바 일 터이다. 항우가 없는 이 세상에서 우미인은 잠시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우미인이 무슨 우리 조선족의 여인네들 처럼높고 지순한 정절과 죽어도 두 하늘을 섬길수 없다는 춘향의 곧은 절개가 있어서가 아니라 변강쇠의 용녀와 같은 우미인의 잠자리를 만족시킬 만한 사내는 항우가 아니고는 이 세상에 없었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어찌 되었든 우미인도 용력이 대단하였는지라 항우의 그 큰칼을 날아갈듯 번쩍 집어들고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세월은 흐른다. 나고 죽음은 그 세월의 강을 따라 더러는 아름다운 전설이 되어 오늘에 나와 같은 이야기꾼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덧없는 망각의 깊은 강에 묻혀버리기도 한다. 우미인의 무덤에 이상한풀이 나고 꽃이 피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풀 근처에는 남방인 초나라에 많은 뱀이나 독충들이 마치 상극을 만난듯 꼬리를 감추고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알게된 사람들이 이 귀한 풀의 이름을 우미인 초라고 부르고 집집마다 가지고 가서 심어 번성시켰다. 또한 사람들이 이 우미인 초를 베어 마당가에 태우니 무성하던 모기나 날벌레들이 우미인 초의 연기로 인하여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남방의 많은 풍토병을 막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입안이 심심하여 우미인초의 잎을 말려 입에 물고 피워보니 이것이 오늘의 담배의 시초가 되었던 것이다. 담배의 내력에 대한 여러 설 중에 하나이다.
담배는 원래 담파라 하였는데 이는 한자말로 담 우리말로 가래 이를테면 가래를 파괴한다는까닭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은 그 수명에 천수를 다하였던, 수를 다하지 못하고 죽든간에 대개 기도가 가래에 막혀 죽게 되는데 담배는 이러한 가래를 파괴하여, 사람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다. 어찌 좋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으랴. 흔히 사람들은 담배를 태우면 가래가 끓는다고 하는데 이는담 배로 인해 몸안에 누적되어 있는 가래가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임을 알 필요가 있음이다. 다음은 담배를 태우면 위장이 좋아진다. 소화를 촉진시켜 음식의 섭취를 활발하게 하니 건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비장이 좋아진다. 자고로 마음이 들어 있는 곳이라 하여 심장이라 하였는데 심장이 나라로 치면 정책 수립등 수뇌기관이라면 비장과 위장은 이의잘잘못을 가리고 제동을 가하는 국회요 언론기관인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 즉 심장이 아무리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비장과 위장이 좋지 않으면 배탈이 나거나 토악질이 나기 마련이다. 이는 비장과 위장에 싫은 것 즉 비위상한 것을 먹었기 때문이요, 비장과 위장이 좋지 않음에서 오는 연유이다. 물론 비장과 위장이 좋다함은 비위가 좋다는 말로 여기에서 연유되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오늘날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 공직자와 재벌의 정경유착에서 오는 비리는 비위가 너무 좋아서 야기되는 문제이지만 비위가 너무 좋으면 틀림없이 배탈이 나기 마련인 것이다. 명심해야 할 일이다. 담배를 피우면 대인관계가 원만해진다. 흔히 술에 취한 사람과는 이야기 하기가 때로 피곤함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상이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는 고담준론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움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담배는 횟병을 없애준다. 옛날에는 이 횟병을 가슴에 피라고도‘불렀다. 몸속에 들어있는 회충이나 촌충 같은 기생충이 오래 묵으면 마치 오래묵은 여우나 이무기가 천변조화를 부리듯이 가래를 둘러쓰고 다니며 구충약을 먹어도 이를 알고 재빨리 가래속에 들어가 약의 기운을 피해 버리기 때문에 아무리약을 써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하나 가래를 파괴하는 담배를 피우면 회충이나 촌충의 곁을 둘러 싼가래를 파괴하여 횟병을 물리치는 쯤의 일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늘에 구름이 끼면 날씨가 음산하여 바람이 일고 만물의 생성기운이 활발치 못하여 즐거웅을 잃는다.
또한 암울한 어두움의 나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구름이 걷히고 청명한 하늘의 햇살이 대지를 비추면 새들은 노래하며 하늘을 날고 꽃들은 피어서 그 어여쁨으로 세상을 아름다이 빛나게 한다. 무릇 사람의 몸 속에 있는 가래라는 것도 먹구름과 같아서 가래가 가득 차 었으면 머리가 무겁고 우울하며 마음이 항시 답답하기만 하다. 담배를 피워 가래가 파괴된다면 구름걷힌 파아란 하늘 그 얼마나 상쾌함으로 가득찬 마음얼 것이랴. 담배는 고된 일로 부터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피로 회복제이다. 우리가 일을 하다 일의 잠시 사이에 어디고 서서든 땅바닥에 주저앉아서든 피워 문 담배 한가피, 담배를 피워 본 사람이면 알리라. 만가지의 피로가 일시에 씻기어 내려 가는 몸의 가벼움을 ! 사람에게는 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 기는 배꼽 아래 단전에 모여 있어서 우리는 그 기를 중심 축으로 하여 몸과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는데 화가 났을 때,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마음의 평정을 잃어 기가 상승하여 머리끝으로 오른다면 우리는 대부분이 이성을 잃고 분별 없는 행동을 거침없이 하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담배는 한편으로 이처럼 기가 평정을 잃고 이리저리 치솟아 혈압을 상승 촉발시키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억제시켜 주기도 한다. 담배는 기를 차분히 가라앉혀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하여 우리를 깊이 사유케 만든다. 이제 이야기 거리가 슬슬 없어져 간다. 그만 말같지 않는 이야기는 끝을 맺어야겠다. 걱정이다. 금연가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문화저널에 쇄도하지나 않을런지 ? 혹자는 전매청의 사주를 받은 짓거리가 아닌가하고, 하지만 담배는 우리의 오장을 먹칠하고 특히 폐와간, 신장등에 해를 가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점 덜리 유념하기 바란다. 이상 오늘 이야기는 끝이다. 이제 담배나 한대 피워볼까.

 담배,  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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