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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8 | 칼럼·시평 [문화시평]
서예인들의 폭넓은 참여로 이루어지는 인재발굴의 자리되어야
-제 1회 전라북도 서예대전 -
김은정 본지 편집위원(2004-01-27 15:32:32)

제1회 전라북도서예대전이 서예인들의 큰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전시회까지의 일정을 마쳤다.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서예대전으로, 또 미술 각 부문에서 단독으로 실시 된 공모전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미술계에 큰 의미롤 전했던 제1회 전라북도서예대전은 우선 기존의 공모전과는 달리 젊은 세대들의 역량이 돋보였고 참신한 실험정신이 자유롭게 표출돼 첫해의 성과를 부각시켰다.
한글44점, 한문1백81점, 사군자l7점, 전각 3점, 서각 2점 퉁 5개 부문에 2백47점이 출품된 이번 서예대전은 대상에 부안에서 활동중인 김두경씨의 한문전서 「山居詩」가 뽑혔으며, 우수상은 한글부문에「封書」를 출품한 이은혁씨가 선정된 것 을 비롯, 12명이 특선을, 1백36명이 입선했다. 이번 서예대전은 이 지역의 뿌리깊은 서예의 맥을 반영하고, 그 발전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명과 함께 지방 서단의 우수함을 드러내주는 참신한 작품들로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감각이 현대서예방향을 제시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서예협회전북지부(지부장=송정현)가 서단의 건강하고 자율적인 발전을 위해 신인을 발굴하고서 예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여나가겠다는 목적을 내걸고 창립된 이래 1년만에 펼친 첫 사업이 비교적 원만하게 치러진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서단의 건강한 발전을 내세웠던 그 취지가 제대로 살려졌냐는 점에선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은 그 동안 지역서단(한국의 서단이 모두 같은 성향을 띠고 있지만)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지연, 학연의 계열별풍토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오히려 특정계열중심의 서단활동이 부추겨지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느냐는 지척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전북지역서예인구의 폭넓고 자유로운 참여에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예대전 자체를 외면한 계열(?)에선 응모조차 하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야기된 문제점은 파벌조성이 기정사실화 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계열의 서예대전에의 불참은 이미 서예협회전북지부가 창립할 때도 구체화되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지만 원로·중견서예가들의 의지에 의해 그들의 지도를 받아온 수 십명의 서예인들이 참여를 하지 못하는 일은 아직도 우리 서단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며 개인주의적인가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참여하지 않은쪽의 일방적인 입장 때문으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주최측 역시,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해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방법상 논의를 충분히 거쳤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서단이 서예협회창립문제로 분산된 분위기에서, 그래서 대화와 새로운 이해가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그러한 분산을 다지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를 공모전을 제정하고 실시하는 것이 시기상 적절했느냐는 점에선 긍정적인 면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전북서예대전이 「서예의 독창성을 살리고 개방적이며 자율적인 공모전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나가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던 만큼, 출품자수의 적고 많음을 떠나 모든 서예인들이 함께 하는 자리로 출발했어야 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볼 때 제1회 전라북도서예대전은 높은출품률과 수준작들로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긴 했지만 창립 1년이 넘도록 그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협과의 관계조차 미묘해진 서예협회의 위상정립이 큰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서예대전의 내용 면에 있어선 대상작품을 비롯, 참신하고 젊은 세대들이 새롭게 발굴됨으로써 전북서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전국에서는 처음 신설된 서각부문도 앞으로 서각 인구확대와 조형서각의 활성화에 기대를 안져 주는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선임된 심사위원들은 「전북서예의 맥을 반영하는 높은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내렸으나 사군자의 경우는 다른 부문에 비해 수준차가 심한것을 지적, 균형있는 발전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특히 대상수상작품에 대해선 「앞으로의 서예술방향을 제시해주는 수작」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우수상 역시 정형화된 한글체가 아니라 창의성이 반영된 작품으로 호명을 받아 이번 심사가 전통을 착실히 답습하는 차원 보다는 실험정신이 새롭게 표출된 현대적 감각에 비중을 두었던 접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어찌됐건 기존의 공모전과는 또 다른 운영방법에 의해 실시된 이번 서예대전이 이 지역 서예발전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었고, 서예인들의 적지않은 관심을 모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자리가 전북서단을 틀스럽게 이어가는 인재발굴의 진정한자리로 정착되기 위해선 지금 이 지역에서 서단을 이끌어가는 기성작가들의 보다 성의있는 자세와 대화 그리고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명백해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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