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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8 | 연재 [문화저널]
전북의 민속놀이5
전북지역의 도깨비굿
김익두 전북대 국문학 강사(2004-01-27 15:36:26)

1.우리 문화 속에서의 ‘도깨비’
‘낮도깨비 같다(하는 짓이 해괴 망측하다)’, ‘널 도째비(가장 나쁜 도째비)’, ‘도깨비 살림(터무니 없이 흥하고 망하는 살림)’ ‘도깨비 기왓장 뒤 듯한다(쓸 데없이 분주하다)’, ‘도깨비 대동강 건너듯 한다(사건의 진행은 눈에 안띄지만 그 결과가 속히 나타난다)’,‘도깨비도 수풀이 있어야모인다(無林觸廳소도 언덕이 있어야 부빈다)’, ‘도깨비를 사귀었나(까닭 모르게 재산이 부쩍부쩍 늘어간다)’, ‘도깨비 쓸개(보잘 것 없이 작고 더러움)’, ‘도깨비 음모(陰毛)같다(서로 비슷비슷하다)’, ‘무식한 도깨비가 부작을 모른다(제게 가장 중요한 것을 모름으로해서 크게 실수한다)’, ‘열도깨비날치둥(일이 급하여 뭇 사람이 호들갑을 떨고 다툼)’,‘오죽한도깨비 낮에 날까(몹시 못났다)’, ‘장마도깨비여을 건너는 소리(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쥐엄나무에 도깨비 꼬이듯한다(몹시 인색하게 군다)’·이기문 선생의 『속담사전』에 나오는 도깨비에 관한 속담들을 적어 보니 이렇게 된다. 이상에 나타난 결국 도개비의 성격을 추출해 보면 결국 도깨비는 보통 때에는 눈에 안보이며, 숲 속에서 많이 살고, 주로 밤에 활동하며, 인간의 흥망성쇠에도 관여하며, 소란스럽고 무식하기도 하다. 어떤 이는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인데, 하나의 다리, 즉 ‘독각(獨脚)’이란 말이 변해서 ‘도깨비’란 말이 되었다고도 한다. 도깨비는 그 종류도 다양하여, 유부녀나 과부의 방을 침범하는 갓쓴도깨비, 으슥한 산길이나 물가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골려주는 씨름도깨비, 한 마을이나 개인의 집에 불을지르는 불도깨비, 곡식을 져가는도둑도개비, 미색으로 사람을 홀리는 미인도깨비 둥, 갖가지 모습을 하고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아, 도깨비의 속성은 별다른게 아니라, 결국 인간의 속성, 그것도 한국인의 심성으로부터 우러나온 지극히 인간적인 성격을 지닌 어떤 존재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인이 이 세계 내에서이 세계와 상호작용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 온 기나긴 역사의 전 과정과 그것의 축적을 통해서 이루어낸, 하나의 ‘이념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그러면서 비극적 이념형이라기보다는 희극적 이념형 쪽에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2.전북지역의 도깨비 굿

현재 전승되고 있거나 그 전승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도깨비굿-도깨비와 직접 관련된 굿(제의)-은 현재 두 가지 계열로 나타나고 있다. 그 한가지는 자연부락 단위의 마을 공동체 대동굿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 계열은 도깨비 귀신에게 흘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무당이 하는 개인굿으로서의 도개비굿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임실군 관촌면 운수리구암마을과 순창군 인계면 탑리 외양마을의 도깨비굿을 들 수 있으며, 후자의 예로는 박순호 교수에 의해서 정읍지방에서 행해져온 것으로 조사된(박순호 조사)도깨비굿을 거론할 수 있다. 이들을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북지역의 도깨비굿

1) 마을 대동굿으로서의 도깨비굿
①임실 ‘도채비굿’
임실군의 도깨비굿이 행해지고 있는 곳은 임실군 관촌면 운수리 구암마을이다. 거북이 모양을 한 바위들이 마을 앞동구에 여러 개나 있어서 ‘구암(龜岩)’마을이라 부른다는데, 마을 앞을 흐르는 작은 시내와 남쪽 산능선을 경계로 하여 진안군 성수면, 임실군 성수면, 그리고 임실군 관촌면으로 나누어지는 2개 군 3개 면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전형적인 산촌으로서, 40여호의 가구가 현재는 26호 정도로 줄었다. 생업으로는 담배, 고추, 약초, 채소 농사와 논농사를 짓고 있다.1989년 11월 3일에 필자가 이 마올을 방문했을 때, 이 마을 최기성(46 ·남)씨는 이 마을의 도깨비굿에 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얘기를 들려주셨다.
옛날 이 마을에서는 불이 자주 났다. 이 마을을 지나가던 노승이 하는 말이, 이 불은 ‘도채비(도깨비)’가 놓은 불이니, 이 도채비에게 제사를 잘 지내주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그 후부터 이 마을에서는 도채비굿을 하기 시작했다. 이 도채비 굿은 매년 음력 시월 그믐날 초저녁에, 마을회외에서 정한, 부정을 타지 않은 깨끗한 사람이 제주가 되어, 유사집(지금은 이장집)에서 제물-메밀떡 ·밥 ·술 ·채소반찬(돼지머리는 안씀)-올 준비한다. 메밀먹이 가장 중요한 제물인데, 도깨비가 그것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물준비가 다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풍물패를 앞세우고 마을 아랫쪽 동구의 당산나무 아래로 가서 제단을 깨끗이 치우고 제물을 차려 놓은 다음, 대체로 유교식절차에 따라, 제주가 제관이 되어 제사를 모신다음, 다시 풍물을 올리면서 마을 앞의 초입 삼거리로 올라와 길 가운데다가 제물을 새로 차려 놓고 앞서와 같은 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제사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서로 제물을 나누어먹고 풍물을 치며 흥겹게 논다.

②순창 도깨비굿
임실에서 순창쪽으로 난 고개 길을 넘어 내려가 다가보면, 오른쪽으로 산자락에 안겨 있는 30호의 마을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순창군 인계면 탑리 외양마을로, 여기에도 마을 공동 대동굿으로서의 도깨비굿이 전승되어 오고 있다.6·25사변 전에는 음력 정월보름 전날 밤에 당산제를 지내고, 정월 열이렛날 밤에 도깨비굿을 했다고 하나, 현재는 도깨비 굿만이 존속하고 있다. 이 제의는 정초에 동네 부녀자들이 모여 총회를 열고 제주와 제사비용 둥을 결정하는데, 제사는 부정타지 않은 부인들이 행하며, 그 부인들 중에서 연장자가 제주로 선정된다. 제사비용은 추렴으로 하는데, 호당 쌀1되 정도의 분량이며, 쌀 ·돈 ·메밀 등을 거둔다.
제주로 선정된 사람은 그날부터 제일까지 심신을 청결하게 금기해야하고, 바깥출입도 삼간다.
열 엿새날이 되면 제주의 집에서 제물을 준비하며, 제물로는 메밀묵 ·삼실과 ·시루떡 ·나물 ·밥 ·술 등이다. 열이렛날 밤이 되면 9시경쯤 해서 부인들이 제주를 앞세우고 풍물을 치면서 먼저 마을 동북쪽의 윗당산(느티나무)쪽으로 올라가, 윗당산에 제물을 차려놓고 네 번 절하면서, 재액은 물러가고 개인의 소원과 마을의 안녕 ·풍요가 이루어지기를 빈다. 이 제사를 끝마치면 곧바로 제사음식을 사방으로 고시례하 듯 던져 도깨비를 달래는 듯한 행위를 한다. 윗당산의 제사 행사가 끝나면 다시 풍물을 울리면서 마을 뒷 쪽으로 돌아 마을의 남서쪽에 있는 당산(느티나무)으로 내려와서 윗당산에서와 같은 제사를 행한다.
이 제의가 끝나면 그들은 다시 이 아랫당산 아래쪽에있는 누석탑으로 나가서 앞서와 같은 제의를 행하고, 다음에는 마을의 동쪽 저수지로 가서 이 저수지 묵에서도 같은 제사를 지낸다.
이 제사가 끝나면 제물을 사방으로 나누어 뿌리고 풍물을 울리며 마을로 들어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제의행사를 마친 다음, 제주의 집으로 다시 모여 새로 음식을 장만하여 밤새도록 즐겁게 놀고, 3일 후에도 다시 제주의 집에 모여 그와 같이 논다.

2) 개인 무당굿으로서의 도깨비굿 앞서 살펴본 두 지역의 도깨비 굿이 마을 공동체의 대동굿이라면 정읍군의 태인지방 등지에서 행해졌다고 하는 도깨비굿은 도깨비귀신에게 홀린 사람을 치료하는 개인적인 무당굿의 형태를 띠고 있다. 도깨비에 씌우기 쉬운 사람과 병세, 이런 병자를 치료하는 도깨비굿의 절차와 방법을 약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박순호 : 제16회 전국민속학대회 발표요지 참조)

①도깨비에 씌우기 쉬운 사람다음과 같은 사람은 도깨비에 씌우기 쉽다. 아침 일찍 혹은 안개 낀 날 논에 나가 물꼬를 보는 논 주인이나 머슴이나 고기잡이하는 어부, 들일하는 부지런한 아낙네, 장에 갔다가 늦게 귀가하는 술꾼이나 소장사, 도깨비 꿈을 꾼 유부녀나 과부.

②병 증세 이런 사람들이 도깨비에 씌우게 되면 그 병증세는 다음과같이 나타난다. 불장난을 잘한다. 채색옷을 즐겨입는다. 울긋불긋한 헝겊이나 색종이를 벽같은 데다 붙이기를 좋아한다. 물가나 들로 쏘다니길 좋아한다. 헛소리를 하면서 ‘물 아래 김서방 물 우에 허서방’을 잘 찾는다. 밤에 발작이 심하고, 눈이 동그랗게 된다. 굿할 때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려도 몸에 상처를 입거나 매맞은 자국이 나지 않는다.

③굿의 절차 일단 도깨비병에 걸린 사람은 굿을 해야 되는데, 굿하는 사람으로는 남자 법사나 굿을 잘하는 세습무를 불러다가 하며 보통 2인을 부른다. 병자를 띠로 묶기도 해야 하고 병자가 굿하는 사람을 두들져 패는 수도 있어서 담력이 세고 기골이 장대한 사람으로 골라 쓰려고도 한다. 굿하는 기간은 대개 3~4일이고, 낫지 않아 굿올 연장하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이 도깨비굿은 크게 병자의 집안에서 하는 방안굿과 도깨비가 숨어 있는 곳에서 하는 화전굿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방안굿
굿을 하러 온 법사나 무당은 첫날에 안택굿(조왕굿 ·철용굿 ·성주굿 ·조상굿 ·지신굿)을 하고, 그 다음날부터 도깨비굿을 시작한다. 먼저 안택굿의 젯상을 치우고, 방의 웃목에다가 상3개를 쌓아올려 3단으로 상을 차리는데, 밑의 두 상에는 각각 백지를 깐 위에 쌀 3되씩을 부어놓고, 맨 위의 상에는 백지를 깐 위에 쌀 5되를 부어 놓은 다음, 상의가운데에다 떡시루와 춧불을 켜고 도깨비가 좋아하는 메밀묵이나 돼지고기 등을 차려 놓는다. 젯상이 다 차려지면, 벽 한가운데에다 ‘天地八陽爲生苦睡之位, 三淸三景天尊大王五位’라는 경문을 백지에 다 크게 써서 붙인 다음, 백지로 오려서 만든 조형물인‘검사팔문’을 펴 차려놓은 3단 젯상을 둘러치고, 그 위에다가 경면주사(鏡面朱妙)나 혹은 경면주사에다가 처녀의 초경(初經)이나 흰 장닭의 피를 캔 것을 가지고,‘天上下下六王神將, 天上天下六甲神將, 天上王京天尊神將, 千里江南白馬神將’이란 글귀를 나란히 써 붙인다. 다음에는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꺾어다가한 자 정도씩을 잘라 21개씩을 묶어서 방의 네 구석에 세워 두고 한 묶음은 천정의 한가운데에 매어다는데, 이 때 복숭아나무를 묶는 끈으로는 오방신장의 이름을 쓴 백지를 접어서 사용한다. 이 오방신장의 이름은‘東方甲乙靑龍神將, 南方丙丁朱崔神將, 西方康辛白虎神將, 北方壬癸玄武神將, 中央戊己鉤陳神將’의 다섯이다. 다음엔 병자의 상반신을 무명되로 묶어서 제상 앞에 무릎을 꿇려 앉히고, 등에다 장군부적(將軍符籍)올 써서 붙여놓고 검무(觀舞)를 추는데, 무녀가 추기도 하지만 대개는 법사가 칼날을 백지로 감아서 병자가 다치지 않도록 병자를 위협하면서 ‘ 魅   邪鬼雜神一時消滅시켜 달라’는 주문을 외운다. 그 다음에는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두 자정도의 길이로 자른 3~7개를 준비해 두었다가 이것을‘신채’로 삼아 병자를 때리면서 ‘각항저방심미기두우 여허위실벽규위묘필차삼정규우성장익진’의 28숙진언을 외우고, 이어서 ‘天上天下二十八宿諸大神將, 天上天下雷聲摩震大將軍 천상천하 소거소차, 천상천하 악귀잡귀 금란신장님은 금일사차가중에 강렴하사OO생몸으로 들은 낮이면 큰도신(도깨비의 존칭어), 밤에는 작은 도신, 들판에 애기도신, 산중에 각시도신, 물속에 총각도신, 선황에 처녀도신, 문안에 떼도신들을 일각에 참어다가 대칼로 목을 치고 일곱매디 묶어다가 유황지옥에 보낼 적의 구리철사 금사팔문 玉細(금동이나 옹기병) 속에 꽁꽁 넣어 일년삼백육십오일 군내 장내 못맡게 척결처분 하옵소서’라는 신장진언(神將具言)을 외운다. 이상의 방안굿이 끝나면 마을에서 힘이 센 장정을 신장잽이로 삼아 도개비신을 몰고 마을 앞의 물가로나와 화전굿을 시작한다.

②화전굿방안굿에 이어 법사와 무녀와 가족들은 신장쟁이를 앞세우고 도깨비가 숨은 곳인 마을 앞 개울가로 나와, 그곳에다 장대 3개를 세워서 이엉을 올린 도깨비 움막을 만들어 세우고 그 속에 병자의 상반신을 묶어 앉혀 놓고, 그 문앞에는 저릅대로 제용을 만들어 세우고, 화전굿을 하기 시작한다.
이 때의 상차림에는 붉은팥 ·소금 한 접시 ·도깨비가 싫어하는 피묵이나 좋아하는 메밀묵과 돼지고기 등을 차려놓고, 법사는 축사경(逐邪經)을 읽고 무당은 검무를 추면서 소지종이나 짚으로 만든 홰에다가 불을 당겨서 도깨비움막에 불을 지른다. 이 때 병자가 ‘나 살려라 ! ’고 소리를 치면서 밖으로 나오면 장정 한 사람이 그를 둘러 업고서 집으로 달려가는데, 이 때 법사는 그 병자의 등에다가 팥과 소금을 뿌리고 무당은 여전히 검무를 추면서 도깨비를 쫓는다.
이렇게 해서 병자를 집에다가 눕혀놓아 기진해있으면 도깨비가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화전굿’을 하는 중에 환자가 법사를 얕보고 “아나 ! 니가 나를 불에 태우는가봐라 ! ’하고 빈정대게 되면 도깨비움막 2개를 더 지어서 다시 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 전북지역에 현전하고 있거나 조사보고 된 자료를 통해서, 전북지역의 도깨비굿에 관해서 간략히 기술해 보았다. 지면 관계로 지지적인 기록에 그치게되어 아쉽긴 하지만, 이 기술 자료자체가 의미를 드러내주기도 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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