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0.8 | 칼럼·시평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인간의 의지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의 가능성
-인터걸을 보고-
박 현 국 ·이리시 신동청솔아파트5동403호(2004-01-27 15:39:55)

그간 생소한 러시아 영화라는 선전과 썩 좋다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왜 사느냐하는 의문과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낮에는 간호사로서 일하고 밤에는 창녀로서 돈을 버는 주인공 타냐의 당당한 모습과 그를 둘러싼 러시아문화의 진한 체취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것은 특히 타냐가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에서 느끼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 것은 러시아민족 고유의 것이다. 가끔 싸움도 하지만 묵묵히 견뎌내는 타냐의 남편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인간은 항상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목적을 정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정당한 수단과 방법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 두 가지가 바람직하지 못했을 경우 올바른 결론에 제대로 도달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제기 해 볼만 하다. 타냐는 당당한 모습과 패기로 돈올 벌고 그 일을 기화로 외국에도 나가게 되지만 결코 그것은 그녀에게 영원한 행복은 되지 못했다. 그것은 그녀가 그녀를 양육시켜온 레닌그라드를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에 급급해서 했던 일 때문에 그녀는 스웨덴에서도 뭇여자들의 조롱거리가되 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말로 이 영화를 단순한 도덕교육의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리고 싶지는 않다.남편의 말대로 레닌그라드로 대표되는 소련의 비인간적인 사회 정치제도도 바꿔져야되겠고 타냐를 그렇게 밖에 키울 수 없었던 가정 역시 많은 여백을 남긴다. 인간의 꿈과 희망은 항상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뤄나가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이 말은 국수주의적 편견에 안주해버리자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현실의 비인간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정치권의 양보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자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간절한 바램이다. 그렇다면 과연 산다는 게 뭔지 ?돈, 남자, 사랑, 모정, 자유, 행복, 추억, 민족성 그 어느것도 인간에게 절대적인 행복의 수단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만족한 돼지가 될 수는 없고 불만족한 철인이 궁극의 목적일 수도 없다. 그리고 과연 어디까지가 운명이고 어디까지가 숙명인가? 당당한 의지와 소름끼칠 정치권의 횡포 사이에서 과연 인간의 의지가 얼마만큼 힘을 발휘 할 수 있는가?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고 하지만 밝혀질 때 까지 인간이 치뤄야 할 댓가는 누가 보상해준단 말인가? 물론 신만이 안다고 치부해 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공은 하늘 나라에서 하나님이 감싸주실 것이다. 타냐가 비록 부모와 레닌그라드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지만 그곳에서 그녀가 겪은 고통은 레닌그라드에서 안주해버렸을 경우 갖는 바보스러움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돌아온 탕자를 맞이해 줄 부유한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비극일수 밖에 없다. 이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 특징적인 장면은 시작하는 부분과 간혹 등장하는 모습으로 도시 사이를 가로지론 운하에 여객선인 듯한 배가 안개 낀 도시 건물을 배경으로 미끄러져 간다. 이 장면은 레닌그라드에서 타냐가 호텔에서 스웨덴 남자에게서 구혼을 받고 호텔을 나설 때 운하 옆으로 난길을 걷는다. 그리고 스웨덴에서도 그와 비슷한 운하가 있었으며 그곳에 배가 지나간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운하부근에서 고향사람인 트럭운전사를 처음 만나고 그 뒤 그 운하를 통해 들어오는트럭을 기다리며 그 운전기사에 의해 고향소식을 전해 듣는다. 운하와 배는 인간에게 새 가능성을 열어 보여주는 통로라는 점에서 상징성뿐만 아니고 작품의 구성을 생동감 있게 이끌어주는 좋은 장면이었다.
어쩌면 운하와 배는 고통과 기쁨으로 접철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의상정적 모습인지도 모를 일이다.
소년이 무지개를 잡으려 하지만 끝내 그것을 잡지 못하고 섭섭하게 돌아오지만 끝내 그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레닌그라드의 한계를 깨닫고 그곳을 떠난 타냐가 추구한 것은 그 무지개였을 수 도 있다. 이’처럼 인간의 보편적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끝내 러시아풍의 소련영화일 수밖에 없는 것은 타냐가 레닌그라드를 떠날 때와 다시 스웨덴에서 레닌그라드로 향할 때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러시아풍의 합창곡이 아닌가 한다.
주연/엘레나 야코블레바/토마스라우스티올라/라리사 말로반냐/이리나 로사노바감독/표트르 토토로프스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