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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1 | 칼럼·시평 [시]
전주에 한떼의 사람들이 있다
김용택(2004-01-27 16:54:36)

한떼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들녘을 지나
시퍼런 강물을 건너
한떼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을을 지나
커다란 산맥을 넘어
어둡고 칙칙한 산등선
어둠을 가르며
한밤중을 간다
한떼의 사람들이
지나는 곳마다
돌아 앉은 것들은
마주 돌아앉아 꽃처럼 웃고
넘어진 것들은 일어서고
숨막힌 것들은 숨통이 트이고
말막힌 것들은 말문이 열려
죽은 것들이 눈을 뜬다
눈을뜨고
한떼의 사람들을 따른다 같이 간다.

혼자 넘어진 것들은 여럿이 일으키고
떼로 넘어진 것들은 떼로 일으켜세워
또다른 들을지나
새로운 강을 건너
산을 넘고 넘을 때마다
떼들이 우우 물처럼 불어난다
한떼의 사람들이 들을 이루고
한떼츼 사람들이 산을 이루며 간다
산과 강과 들이 된 사람들이
김나는 싱싱한 몸으로
새벽 길위에 들어선다
빛나는 새벽 빛을 거느리고
눈부시게 돌아온다
전주에 그런 눈부신
한떼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새 세상을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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