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0.12 | 연재 [문화저널]
승화된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생활음악과의 만남 -부산시립 국악관현악단 공연을 보고-
변 금 자 국악인(2004-01-29 10:43:29)

국악이란 정확히 말하면 ‘한국 음악’으로 한국 사람의 사상과 정서를 독특한 음조직에 의해 창조한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겨레에 의해 만들어졌고, 오늘과 오늘 이후에 까지 새로이 만들어지는 우리 음악을 통틀어 국악이라 말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음악이라고 하면 새로운 음악은 고려되지 않고 과거의 음악만, 옛 음악만을 연상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나 역시 국악의 이해가 없는 세대의 사람이라 젊은날, 국악연주회 보다는 고전음악 감상실에 가 있을 때가 많았다.
평소에 전북문화저널이 기획하고 있는 「백제기행」에 꼭 참여해 보고 싶었으나 늦게 우리 음악을 전공한 답시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터에 문화저널이 주최하는 김영동의 “삼포가는 길” 연주회의 입장권을 예매하여 가까운 친지들과 나란히 자리하게 되었다. 연주장에 들어서자 나는 얼마전 평양을 다녀온 명인 명창의 연주회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젊음이 넘치는 분위기에 먼저 압도 되고 말았다. 유명한 이름만을 가지고 공허하게 막을 내리는 연주회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고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나올 때 우리는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리고 옆사람을 바라보며 웃는다. 연주 곡목이나 연주가에 대해서만 떠올렸던 여느 연주회와는 달리 좋은 연주회를 마련한 주최측에 고마움을 느꼈다. 우리가 입으로만 지역감정해소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자리하고 있는 작금의 분위기 속에서 영호남의 문화적 교류의 물꼬를 열었으니 주최측에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지휘자의 당당하고 친절한 곡해설과 함께 연주회의 막이 올랐다. 서곡 「상령산」은 기존의 영산회상과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어 좋았지만 서곡으로 장식한 만큼 신디사이저 없이 우리것대로 보여줌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영산회상을 모르고 지내는 이웃이 많이 있음을 알 때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영산회상」은 「낙양춘」 「보허자」 우리 재래의 옛곡으로 「수제천」「여민락」 「평조회상」「관악영산회상」인 「표정만방지곡」등이 있는데 서양악기를 사용하지 안하도 자유스러움과 신비감에 있어 그이유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여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작곡가 서울대 김성태 교수는 “고전음악중 처음 들어오는 공자묘의 석전에 아뢰던 아악인 제례 성안지악의 소박한 가락이 지닌 음색은 화사한 꿈같이 매혹적이다.”라고 깊은 감흥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첫곡인 「상령산」연주는 조용한 도시 전주의 관객을 의식한 탓일까.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 「이별의 춤」에서도 역시 기대에 못미친 연주가 아쉬웠다. 「단군신화」는 제목만으로도 좋았다.
1부 연주가 끝나고 성악곡이 시작되니 가슴속이 확 트이는 느낌이었다.
작곡자 자신이 직접 무대에 서서 지휘하며, 호흡이 일치된 단원들의 모습은 참으로 흐뭇했다. 우리도 관현악단이 있고 또 의욕적인 무대를 꾸미려는 단원들의 자세도 엿보이지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국악의 모태라고 하면서도 전국에서 너무 늦게 국악과가 전북대 예술대와 우석대에 신설되어 전국의 국악과 지망생들이 이들 학교에 많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우리고장에도 예술중 ․ 고교가 하나도 없어 해마다 합격률은 타지역에 비해 저조할 뿐 아니라 졸업후 다 떠나버리면 민족음악적 차원에서나 나아가 향토적인 우리의 멋과 가락을 제대로 가꿔 낼 수 있을지 염려되는 바 이 지역 주민인 나로서도 어떤 사명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젊은 식구들이 꽉 메어 준 열기속에서 기타 반주와 함께 듣는 「개구리 소리」는 즐거웠따. 이날 공연은 김영동의 대표작 「매굿」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여느 지휘자에게 느끼지 못했던 김영동씨의 담담함과 여과된 넉넉함이 보기 좋았다.
일상생활에 정열과 환희로서 인간의 승화된 정신세계를 구축 할 수 있도록 생활음악이 좀더 가까워지는 작업을 전북문화저널에 기대해 본다.
프로그램의 ‘공연을 마련하여’와 김영동의 음악세계를 다시 읽으며 일어서는데 옆좌석의 한 친지가 ‘육자배기’도 심청가중 ‘범피중류’한대목도 없이 다 끝났느냐며 아쉬워해 판소리 서편제의 맥을 찾아 나선다는 1월의 백제기행에서 판소리는 듣자며 일어섰다.
멋들어진 판소리 가락을 떠올리며 1월을 기다린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