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1.1 | 칼럼·시평 [시]
백두산 안갑니다
문화저널(2004-01-29 10:52:00)

이백만원이면
좀 적게는 백만원만 있으면
일주일 쯤 중국 여행하며
백두산에 갈 수 있다고
일년짜리 적금을 든
회사원 내 친구가 있습이다.
얼마나 보고 싶으면
어찌나 가고 싶으면
저런 생각을 다 했을까
가슴저며 딴 말은 못했지만
나는 백두산 안갑니다.

삼팔선을 넘어서가 아니라면
분단의 철조망 휘휘 걷어제껴
내 나라 내 땅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면
김씨 이시 박씨 제철공장 정형과 모두
얼싸안고 함께 가는 길이 아니라면
나는 백두산 안갑니다.

돈으로 갈 수 있다면
돈으로라도 통일된 내 나라 내 땅 딛고
갈 수 만 있다면
대동강 맑은 물에 목을 적시며
개마고원 영마루를 넘을 수만 있다면
전세금을 몽땅 빼서라도

일수돈을 빌려서라도 지금당장 떠나겠지만
나의 나라 땅을 딛고 구경삼아서는
나는 절대 백두산 안 갑니다.
이백만원을 도로 준대도
백두산 안갑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금을 들고
하고많은 사람들이 백두산엘 다녀와도
분단의 장벽은 꿈쩍도 않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습니다.
백두산 가는길이 그런 길이라면
꿈에서도 그리던 길 그 길 가는 길이라면
고작해야 그런 정도 길이었다면
나는 절대 백두산 안 갑니다.

철조망 지뢰밭이 앞을 막아도
내 나라 내 땅 질러 가는 길이라면
통일을 기약하며 가는 길이라면
온몸이 찢겨지고 발목이 잘려서도
백번이고 천번이고 기거이 가겠지만
남과 북이 하나되어 가는 길이 아니라면
투쟁과 승리로서 얻은 길이 아니라면
나는 백두산 안 갑니다.
절대 백두산 안 갑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