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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5 | 칼럼·시평 [문화시평]
의례적 행사 못벗어난 무대의 허전함-제7회 전라북도 연극제를 보고-
김원용․전북일보 문화부기자(2004-01-29 13:25:09)

다른 지방 연극인들이 전북연극계를 몹시 부러워한다는 말을 종종듣는다. 이들의 피상적인 느낌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전북연극이 살아있음을 금방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지역 무대와 달리 어딘지 모르게 전북연극무대는 살아 꿈틀거리는 느김을 준다는 것이다. 무대를 꾸미는 연극인들의 열정이 항상 넘쳐 흐르고 공연때마다 객석을 가득 메오는 관객에서 전북연극의 밝은 내일을 점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전북연극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 싶다. 그러나 이 지역 연극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 이들이 지난 전북연극제를 지켜봤더라도 계속해서 이같은 부러움을 나타낼지는 의문이다. 연극제 행사 하나만으로 전북연극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자리만큼 전북연극의 오늘을 생생하게 이해하고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도 없다. 도내 여러 극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유일한 공연무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8일 막을 내린 제 7회 전북연극제는 이런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을 받았다. 4월 4일부터 5일동안 전북예술회관에서 펼쳐진 이번 연극제에는 전주에서 2개 극단, 이리․군산에서 각 1개 극단씩 모두 4개 극단이 참여, 외형적으로는 일단 모양새를 갖추었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10개 극단중 지역별 대표자격으로 1개극단만 참여하거나 자체역량 부족으로 참가하지 못한 극단을 제외하고 내노라하는 극단들이 모두 참여한 셈이다. 지난 6회 연극제때 5개팀극단이 참여한 것을 빼고는 매회 2~3팀만이 참가했던 전례에 비추어서도 양적으로 풍성한 대회였다. 그러나 양적인 풍성함이 곧 성공적인 연극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실제 2~3개 극단만이 참여했던 연극제때도 축제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적이 있으며 극단「황토」가 전국연극제에서 두차례 대통령상을 차지했었던 것도 2개 극단만이 참여한 지방연극제 예선을 통해서였다. 여러 극단이 참여함으로써 더욱 알찬 연극제를 꾸밀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데 대한 진지한 반성이 뒤따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극제를 치르면서 작품 외적인 것으로 다음 세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지방연극제가 지역민의 축제로 승화되지 못한 점이다. 연극제가 연극인들만의 축제가 아닐진데 지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하루 두차례씩 10회 공연하는 동안 평균 2~3백명 안팎의 관객만이 이번 축제와 함께 했는데 이는 단일 극단 정기공연 열기에도 못미치는 썰렁한 잔치였음을 말해준다. 지역민들이 호응하는 축제로 연결되니 못한데는 연극에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부족과 약간의 지원금만으로 의무를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행정당국의 무관심등도 지적될 수 있지만 연극제를 이끌어가는 연극인들에게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을 것이다. 무대를 통해 보여주는 연극예술에 무슨 형식이 그리 중요하냐는 이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역민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다른 자리 가 필요했던 것 같다. 공연에 앞서 전야제나 기타 연극인들이 함께 꾸미는 형태의 흥겨운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축제분위기로 이끌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로 주제없는 연극제였다는 점이다. 전국연극제에 나가기 위해 지역예선을 거치는 그저 의례적인 행사로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전국 연극제와 관계없이 지방 연극제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녀야 한다. 이 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연극제가 전국연극제 예선에 더 큰 비중이 주어졌고 이번 연극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방연극제의 특성을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연극 예술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님을 감안 할 때 연극제 때마다 전북 연극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부각시킴으로써 특색있는 지방연극제로 한층 빨리 자리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극단간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축제 마당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빚었다. 최우수 극단, 우수극단을 가리는 경선제 자체는 극단의 의욕을 북돋우고 열기있는 연극제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번 경쟁의식이 지나쳐 극단간의 반목으로 치닫는다면 경선제의 현행 연극제 운영방법이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경쟁은 어디까지나 공연무대에서의 선의의 경쟁이어야 한다. 경선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연극인들 간의 화합이 아쉬웠던 연극제였다. 작품면에서도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역극제에 출품된 작품들 자체가 우선 참신성이 없어 극단들의 작품 선정에서부터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창작극회의 「애니깽」은 지난해 극단「신시」에 의해 서울연극제에 출품됐던 작품이었고, 극단 갯터의 「장군의 아들」은 영화로, 극단 토지의 「삼포가는 길」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각각 상영된 작품들로써 창작희곡이 드문 현실을 가만하더라도 너무 안이한 작품선정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 축하 공연으로 참여한 극단 황토의 「매장된 아이」고 같은 극단에 의해 이미 올려진 재공연작품으로써 참신한 연극제 무대를 기대하기에는 처음부터 한계를 드러냈다. 경선에 참여한 세작품들의 경우 또한 산만한 극전개와 배우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 사실감을 살리지 못한 무대장치, 치밀하지 못한 연출력등이 공통된 문제점들로 지적됐다.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이리지역에 연극의 뿌리를 내리며 역량을 모아 이번 연극제 최우수 극단으로 선정된 극단 토지의 「삼포가는 길」은 산업화 과정에서 정착할 곳을 찾아나서는 세사람의 이야기를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낸 점이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극 전개상 필연성․당위성이 무시되고 극중인물들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등 작품의 온성도면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조선백성을 멕시코 노예이민사를 그린 창작극회의 「애니깽」은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아무, 합창을 통한 집단 동작등의 시도는 좋았으나 작품 자체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밖에 극단 갯타의 「장군의 아들」무대는 연기와 무용, 무예가 혼합된 무대였으나 제대로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고 무술대결장을 연상케했다. 문화부가 정한 올 연극의 해를 맞아 어느해보다 관심이 모아진 이번 전북연극제가 이지역 연극 활성화의 계기가 되어야 했음에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연례행사에 그쳤다는 점에서 하나의 자극으로 받아들여야겠고 차후 연극제 대한 새로운 방향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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