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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6 | [문화시평]
민전의 의미 제대로 찾아 앉혀야 할 과도기 -제24회 전라북도 미술대전-
김은정․편집위원 (2004-01-29 13:53:02)
공모전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작가의 역량을 인정받고 또 데뷰의 자리로서 가장 신뢰성 있는 바탕으로 인식되어 왔던 종래의 공모전 의미가 큰 폭으로 바뀌고 있는 것. 전국적으로 공모전이 크게 늘고있지만 이제 더 이상 신인 작가들이 공모전에 의존해 작품활동의 영역을 확보해 가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 미술인들의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년으로 스물네번째를 맞은 전라북도 미술대전도 그 위상을 높이고 건강한 발전을 위한 방향 모색이 절실한 시점을 맞았다. 을해로 민전 이관 4년째인 전라북도 미술대전은 당초의 민전개최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내지 못한채 이 지역 미술인들의 대표적인 자리로 정착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89년 道주최의 관전에서 민전으로 이관돼 미술인들의 큰 환영을 받았던 전라북도 미술대전은 민전 초창기의 운영상 문제점을 적지 않게 노출시켜 오면서도 초대작가의 폭을 넓히는 등의 개방된 분위기로 역량있는 신인작가들의 발굴과 미술인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이 결집되는 자리로서 발전 가능성을 안겨 주었었다. 그러나 미술대전 운영위원회의 체계적이지 못한 운영방법이 해마다 재현됨으로써 전반적인 운영이 번번이 안정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을 감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년의 경우에도 지난해의 초대 작가 선정 기준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시기가 지나치게 늦어 진데다가 각 부문별로 특성을 고려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으면서도 정작 해당분과의 폭넓은 의견을 집약시키지 못한 채 몇 명의 의견으로 규정을 확정한 경우도 적지 않아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일관성 없는 운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전라북도 미술대전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주관해나가는 상설사무국이 없는 채 주최처인 예총전북도지회가 일시적으로 겸하고있고 전담자 또한 없는 상황에서 운영위원회와 유기적인 체계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민전이관에서 비롯됐다는 성급한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 예술인은 「도전이 20년 동안이나 관 주최로 치루어져 오면서도 해마다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에 비해 민전개최는 이제 겨우 4년째인데 그러한 바탕 위에서 성급하게 민전의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은 예술인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이다. 전문인들이 주최가 되어 치르는 민전의 의의를 제대로 아는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지금이 바로 민전을 바로 세워나가는 데 중요한 과도기적인 시점이다고 제기 했다. 금년의 경우도 운영상 미흡함은 도전을 위축시키는 데 제약이 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4일 전체 심사를 거쳐 11일 개막된 제 24회 전라북도 미술대전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출품 작품수와 수준 면에서도 평년작이거나 일부분의 경우는 질적 저하로 기대를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평가 됐다. 올해 5백 57점으로 지난해의 6백 31점 보다 74점이나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수준면에 있어서도 한 두개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작가 발굴의 미를 살려내지 못하는 기대 이하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는 평가이다. 미술인구의 양적 증가와 젊은 세대들의 왕성한 창작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에도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공모전이 전에 비해 크게 늘었고 반면에 젊은 세대들이 공모전에 갖는 인식은 오히려 낮아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각 부문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이 특징. 7개 부문 중에서 가장 돋보였던 부문은 한국화와 양화로 지난해보다 22점이 줄어든 한국화는 소재나 방법적인 면에서 다양해진 양상을 보였으며 재료 개발이나 조형적인 실험정신이 강하게 반영된 작품들로 한국화의 현대화작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묵작업의 위축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조형적인 실험정신이 대부분 채색과 소재상의 문제에만 집약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 하기도 했다. 보수성이 강한 이 지역 미술계 특성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진취적인 창작정신이 반영된 작품들의 출품이 늘고 있는 양화의 경우는 문제의식이 뚜렷하고 탐구적인 실험성이 진지하게 반영된 작품들로 금년 도전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으로 평가 됐다. 이외의 대부분 분야는 평년작이었거나 오히려 예년의 수준을 크게 못미친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특히 사진 부문의 경우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사진인구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33점이나 줄어들어 올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사진협회 전북지부의 심화된 내부적 갈등의 파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또한 작품의 내용면에서도 한정된 소재나 기법의 작품들이 대부분 출품되거나 입상작들 역시 근래 수년동안의 일정한 틀에 갇혀있어 큰폭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진예술의 위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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