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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6 | [사람과사람]
고향 사랑하는 마음속에 심어주는 올바른 삶 순창 농민상담소의 「푸른교실」
김연희․편집기자 (2004-01-29 13:54:33)
고향의 따스함을 느끼며 자라나는 시골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모두 도시로 떠나버려 텅비어 가는 시골의 모습을 보며, 도시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하며, 낭만과 즐거움보다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지닌 채 자라나고 있는 것이 요즈음 시골아이들의 현실인 듯 싶다. 하지만 현실에 체념하지 않고 극복해보려는 작은(?) 모임, 큰 힘을 지닌 단체가 있다. 순창농민상담소의 「푸른교실」이 바로 그곳이다. 순창군내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고향에 대한 애향심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릴때부터 길러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줌으로써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을 길러낸다는 목표를 가진 「푸른 교실」은 교장선생님인 이태영 목사(순창농민상담소장)와 교감선생님이자 부인인 김금순(순창농민상담소 여성담당간사)씨 두 사람의 힘으로 이끌어 오고 있다. 1988년 9월에 문을 연 「푸른교실」은 강연회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학교와 집만을 왔다갔다하던 청소년들은 문화가 무엇인지 눈을 뜨기 시작했고 옳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1차로 마련한 청소년 푸른교실의 강연회는 한국글쓰기 교육 연구회 회장인 이오덕 선생님을 초청했다. 4백 여명 청소년들의 가슴에 한마디 한마디가 다가왔고 그들은 학교의 공부시간에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올바른 글을 쓰는 요령을 배우기 전에 올바른 가치관과 올바른 지식에 대해 생각하고, 진실 된 글을 쓰는 법을 배워 나갔다. 또한 청소년시기에 정립해야할 가치관정립에 대해 거창고등학교 전성은 교장선생님을 초대해 '올 바른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렇게 강연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펴기 시작한 푸른교실은 순창군내에서 청소년들의 참교육의 현장으로 자리잡아 서로의 가치관 발표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한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기도 하고 책읽기나 음악감상,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도 가지고 있다. 푸른교실은 한동안 풍물반, 독서반, 우리 고장 문화연구반, 특별활동반 등 4개반으로 나누어 활동하기도 했다. 매번 방학 때마다 실시되는 수련회는 이곳 청소년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동학혁명의 발생지를 발로 찾아다니기도 하고, 전남 영광 핵발전소와 주변마을을 돌아보기도 했다. 또한 전남일보를 방문해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았다. 이 곳 뿐만은 아니지만 시골아이들은 서울구경이 큰 소망이다. 90년 수련회 때에는 서울나들이를 했다. 하지만 TV에서 나오는 화려한 서울의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의 환상을 깨어주고 환경문제를 인식시키기 위해 난지도 쓰레기처리장과 구로공단의 청소년들과 노동자들의 모습, 구로공단의 하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해추방 연합회」 「환경보존협회」 「한살림 공동체」 등 환경문제 관련단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농업박물관」 「국립박물관」 등을 견학해 우리의 역사와 환경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실시된 수련회인 '영호남 학생들과의 만남'은 학생들도 선생님도 머리속에 잊혀지지 않는 좋은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역감정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을 후세대 아이들에게는 남겨주지 않으리라는 의도로 단행된 행사였다. 거창의 청소년들과 서로 부딪치고 껴안는 공동체훈련 시간에 더욱 가까워 진 아이들은 올해에는 거창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하기로 되 어 있다. "아이들은 가지치기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지가 잘 뻗어날 수 있도록 신경을 계속 쓰고 관심을 보여주면 보여준 만큼 아이들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끌어준 만큼의 결과는 청소년들이 성장해 가는데 밑거름이란 점을 믿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어른들의 관심과 교육만이 그들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 이태영 목사의 「푸른교실」운영신념이다. 푸른교실이 활동한지 4년여 기간동안 처음에는 장소가 없어 빌리고 옮겨다니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요즈음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을 모으기가 힘들다. 한때는 의식화 교육이나 학생들이 공부를 게을리 한다는 등의 오해와 방해 심지어 탄압속에서도 힘들게 지내온 적도 있다. 하지만 푸른교실을 졸업한 학생이 농민상담소 간사로 와서 이태영목사의 일을 도와준때 푸른 교실의 교장․교감선생님의 가슴은 벅찼다. 푸른교실 졸업생들은 이제 청년이 되어 명절때나 동문의 날 행사 때에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순창에 남아 순창을 위해 일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태영목사에겐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락조차 끊긴 그들에게는 나혼자 짝사랑하지 않았나 하는 떨떠름한 생각을 하며 오늘도 하나 둘씩 찾아드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언젠가 '3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이란 주제로 꽁트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청소년들은 자신의 아버지, 삼촌, 동네사람들의 어렵고 힘든 패배자적 이야기만을 재현하더군요. 참으로 안타까웠어요. 시골이라는 환경이 이 어린 학생들의 가슴속에 피해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더군요." 이태영목사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곳 청소년들에게도 문화의 혜택을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열한번의 푸른교실 청소년 교양강좌 중 어느 강사가 '순창을 문화의 오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고추장이라는 문화의 결정체가 보존되고 있는 곳이 아닌가. 무조건 도시의 문화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자기 고장의 문화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말이 이태영 목사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은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요즈음 이태영 목사와 김금순 간사는 아이들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이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주간 순창신문」을 만드느라 아이들에게 관심이 헤이해진 것이 아닌가 싶어서 이 다. 이태영목사를 항상 뒷받침해준 김금순씨는 요즈음 더욱 바빠졌다. 상담소 간사, 푸른교실 교감선생님, 순창신문의 기자, 가정주부일 너무 바쁘다. 하지만 누군가 꼭 해야할 일임을 알기에 짜증보다는 기쁨으로 지내는 것이 아닐까? 올들어 푸른교실은 매주 모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자주 만나 책도 읽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동안 교양강좌는 이해인수녀님을 비롯한 김용택시인, 선생님들, 이름있는 명망가들의 강의를 들었지만 이제는 평범한 삶 아니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을 초청해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교양강좌를 계획하고 있다. 농촌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행사뿐 아니라 다른 도시의 농촌과도 교류하는 등 시간이 쫓길 만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주 모이게 되면 식사문제도 어려워지게 되니 식당을 마련해 밥을 해 먹을 수 있게 해야 되겠다며 식당 만들 준비를 하는 김금순씨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들놀이를 계획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며 오늘 모임에 몇 명이나 나올까 내심 걱정을 하는 눈치인 이태영 목사. 순창 청소년들의 보금자리인 푸른교실은 이 두 부부의 힘과 이곳 청소년들의 힘찬 열기가 있기 에 더욱 힘있는 가지를 뻗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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