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6 | [시]
월명공원
박성구
(2004-01-29 13:56:13)
군산 월명공원에 가면
공원 서켠 산등성이에 사는 아줌마가
아침마다 간밤의 식구들 속옷을 빨아 널고
전망대 아래
채만식선생문학비로 오르는 길목에서
꿀차 한 잔에 오백원씩 받고 파는데
연인들은 붉은 입술인 듯 오래오래 마시고
검버섯 돋은 할아버지는 손을 불며 마시고
외로운 나그네는 짠 바람 녹이며 마시고
아줌마는 식을세라
가슴을 문지르고 손을 비비며
구름 밖에 솟아오는 태양을 본다
오백원만 갖고
군산 월명공원에 가면
꿀차 한 잔을 마시고
미두거리에 흐르는 탁류를 보고
칼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뜻
깨우치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약력
∙1952. 전북 김제 용지출생
∙전북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현재(이리) 이일여자고등학교 교사
∙1992.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새와 풀잎 그리고 속삭임>
∙사진 「들꽃이 무더기로 피게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