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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6 | [정철성의 책꽂이]
간통죄 폐지가 아니라 간통의 폐지가 되어야 한다
이강실․전주 고백교회 목사 (2004-01-29 14:04:18)
법무부의 간통죄폐지 입법예고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치열한 찬반논쟁을 야기시켰다. 몇년전만 해도 감히 거론할 수 없었던 이 조항이 이렇게 입법개정안으로 제시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성문화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 인가보다. 그러나 아직도 74.5%나 되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 개정을 관철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성문란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우리 사회에 간통죄폐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가? 그러나 얼핏 생각해보아도 그 반대면 반대였지 결코 긍정적 일 수는 없지 않는가? 따라서 나는 이 지면을 통해 찬반론자의 입장을 정리하면서 간통죄존치를 주장하는 여성계의 입장을 대변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찬반론자의 입장이 갈리워지는 중요한 분기점은 간통을 개인윤리적인 차원에서 볼것이냐 아니면 사회 규범적인 차원에서 볼 것이냐에 놓여있다. 폐지론자들은 간통을 개인윤리적인 차원에서 보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개입할 수도 개입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존치론자들은, 간통죄야말로 가정파탄을 예방하고 사회안녕을 도모하기 때문에 개인의 윤리적인 차원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인류역사와 함께 결코 개인 윤리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산양식의 변화 발전에 조응하면서 그 형태를 달리해 왔다. 인류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결혼 형태는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모든 여성이 모든 남성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촌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물질을 공동으로 생산․분배․소유했던 원시 공산제란 생산양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사회는 모권제사회로 유지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것은 어머니는 분명 해도 아버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유재산이 없었던 관계로 이 사회에는 남녀불평등도 없었다. 그 이후 결혼형태는, 부모와 자식세대의 결합을 금하는 혈연혼으로 그리고 형제간의 결합에 의해 생산된 자식들이 우생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사실을 터득하여 근친결혼을 억제한 反혈연혼인 혼으로, 그리고 한 사람의 주요 한 처(妻)와 한 사람의 주요한 부(夫)의 느슨한 결합형태인 대우혼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다가 생산도구가 발달하고 생산력이 증대하면서 원시공산제 사회는 서서히 붕괴되고 사유재산과 함께 계급사회가 출현하자 결혼형태도 변화되며 이때부터 남녀 차별이 생기기 시작했다. 즉 축산과 농경의 발달로 체력이 강한 남성이 생산수단을 장악하면서 여성들을 지배하게 되었고 남성들은 확실한 자기 자식에게 자기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여성의 정절을 강요하면서 자기와만의 성관계를 제도적으로 유지시키는 일부일처제를 도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일처제와 정절은 여성에게만 해당되었지 남성들은 여성노비와 첩들과 성적향락을 마음껏 구가할 수 있었다. 바로 여기에 매매춘의 기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의 성욕이 여성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일반 여자가 강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매매춘여성이 필요하다는 생리적인 이론이나. 다른 여성에 비해 성적으로 방종한 여성 때문에 매매춘 여성이 생겼다는 개인 원리적인 이론은 부당하다. 아무튼 이러한 이중적인 성윤리 구조는 봉건제사회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여성의 지위를 종속적이고 비주체적으로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들은 두 부류의 여성을 요구하게 된다. 하나는 오로지 가정에 틀어박혀 남편과 자식들만을 위해 존재하며 자기의 사회적 활동을 내조하는 '정숙한' 아내라는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끝없는 그들의 성적 욕망을 채워주는 성적 향락의 대상으로서의 '야한' 여성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자기 아내를 가정에 묶어 두기 위해서는 순결이데올로기가 필요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욕망 을 채우기 위해서는 첩이나 애인이나 매매춘 여성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남성들은 성, 사랑, 결혼을 연결된 하나의 선상에서 보지 뭇하고 각기 분리된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여성을 하나의 인격이 아닌 수단과 상품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 미하며 이것은 또한 남성 자신들까지도 비인간적이고 분열적인 존재로 파괴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여성의 남성에 대한 경제적인 예속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사회는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최대한 미화시키면서 여성들의 성과 노동력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여성을 경제적인 약자로 만들고있다. 즉 여성을 상상의 가사노동전담자로 규정지으면서 임금액을 절감시키며, 여성이 사회적인 노동에 참여할 경우에는 이 노동을 가계보조노동으로 규정지어 남성 임금의 46% 밖에 지불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승진에서 여성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성은 인내로써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매매춘 여성으로서는 생계유지를 위해 남자들에게 성을 상품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향락산업의 발달과 성적 쾌락주의의 난무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이중적인 성윤리 구조, 경제적인 예속, 이를 심화시키는 사회구조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이 남편의 외도를 막고 가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간통죄가 폐지된다는 것은 사회혼란과 가정 파탄을 야기시킬 뿐이다. 법과 제도는 그 사회구성들의 상황과 수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러므로 간통죄폐지가 세계추세이므로 우리도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폐지론자들은 간통죄의 고소가 이혼위자료청구를 위한 강압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로 엄청난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경제력이 없어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혼 후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위자료다. 그리고 그 재산은 남편만의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살면서 이루어놓은 재산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호소나 대화의 차원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어찌 악용일 수 있겠는가? 또 어떤 사람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이혼소송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실행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간통죄가 가정을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간통죄 고소는 이혼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고소를 취하 할 경우에도 그 후유증으로 부부의 재결합이 힘들고 가정이 파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간통죄 존치를 주장하는 것도 이혼을 하고 위자료를 받고 남편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처벌목적보다도 사전에 남편의 외도를 막고 가정을 지키겠다는 예방기능의 목적에서다. 따라서 폐지론자들이 고소취하율69.4%를 이야기하면서 형벌로서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간통죄의 예방기능을 무시한 견해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해야 할 일은 간통죄는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간통을 온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여 간통을 폐지해야 하는 일이다. 외도하는 남편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외도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 개인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거나 성적매력을 가꾸고 그리고 돌아오기만을 인내로 기다리거나 포기하고 남편 없는 듯이 살아간다는 개인적인 차원의 해결방식은 문제의 진정한 해결방식이 아니다. 여성이 남성 의존적인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벗어 던지고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리고 사회․정치적으로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존재로 우뚝 설 때만 간통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며 간통죄도 존립할 근거가 없어진다. 바로 이때 성과 사랑과 결혼이 각기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남녀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며 남성도 여성도 올바른 하느님형상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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