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2.7 | [문화시평]
대중에게 살아 있어야 할 민족음악의 전통 제18회 전주대사습놀이를 보고
최상화․전북대 국악과 교수 (2004-01-29 14:16:27)
국악인들의 가장 권위있는 등용문이자 전주시민과 국악애호가들에게는 가장 큰 잔치인 전주대사습놀이가 6월 3일과 4일 전주실내체육관을 비롯한 각 경연장에서 열렸다. 3일의 예선을 거쳐, 4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는 판소리 명창, 농악, 시조, 무용, 기악, 가야금 병창 부분에서의 경연이 진지하게 이루어져서 그 등위가 결정되었다. 전주대사습놀이는 국악계의 인물을 새로이 등장시키는 가장 권위있는 대회이면서 국악을 대중적인 기반이 튼튼한 축제로 만드는데도 크게 기여해왔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전주 대사습의 유래는 조선 숙종때의 ‘말타고 활쏘기 대회’, 영조때의 ‘물놀이’와 ‘판소리 경연’, ‘백일장’ 등 민속 문․무예놀이를 ‘종합대사습’이라고 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영조 8년에는 전주에 ‘지방재인청’과 ‘가무대사습청’이라는 관청을 두고 ‘사군자정’을 지어 그곳에서 처음 대사습대회가 열린 뒤 해마다 연례행사로 열렸다고 한다. 이 대사습 대회는 영조 정조 대까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명창의 등용문 노릇을 하다가 그 이후 중단되었다. 이 대회는 지난 75년 부활된 이후 올해까지 18회가 진행되는 동안 오정숙씨를 비롯 조상현, 성우향, 성창순, 이일주, 최난수, 최승희, 조통달, 김일구, 전정민, 김영자, 성준숙, 박계향, 은희진, 김수연, 이명희, 방성춘, 최영길 등의 명창을 배출하였다. 대사습을 통하여 가장 권위있는 명창이 선발된다는 점에서 대사습의 위상이 확고해졌다고 하겠다. 이밖에도 많은 기악인들과 무용인 등 역량있는 국악인재들이 이 대회를 통하여 발굴되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체육관에 모인 인파뿐 아니라 전체 일정이 전국에 TV로 생중계되는 유일한 행사인 대사습을 통하여 국악인구가 상당히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대사습이 우리 국악과 문화계에 끼친 긍정적인 기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으리만치 많다. 올해 대사습이 열리는 현장에 참여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점을 몇 가지 지적하여 대사습의 온당한 전승방향에 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누누이 지적한 바대로 대사습의 역사적 성격에 대한 정당한 구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열여덟해를 거쳐온 이 대회는 그동안 행사자체는 활발히 진행되어 왔으나, 대사습의 유래와 역사적 성격, 오늘의 우리에게 타당한 대사습 계승의 방향과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학술적 고증과 토론이 별로 없다. 대사습의 역사적 성격을 명확히 구명해야 비로소 오늘의 위상도 명백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 가장 힘 기울여 토론하고 확인해야 할 문제점이라 생각된다. 둘째로, 이 행사가 지나치게 무대공연화되면서 일종의 방송을 위한 프로그램 정도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현대는 TV방송의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이 대사습을 중계방송하는 것 자체가 이 대회의 명성과 권위를 부각시키고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대중화를 이끌어 냈다는 성과가 있다. 그렇지만 TV 중계를 위하여 본래의 프로그램 진행이 장식물에 가깝게 변질이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었다. TV를 통해 대사습의 결선장면을 7~8시간 생방송하지만 시청자들의 감성과 얼마나 맞아떨어질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빔밥식의 진행에서 시청자들이 전통음악에 대한 이미지를 확고하게 고리타분한 것으로 고착시켜 식상해버리는 기회를 만들어주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TV 중계가 대사습에 기여한 정도는 충분히 존경하면서, 그러나 방송사에서도 이 행사에 최대한의 경의를 표해주는 상승적인 관계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대사습도 발전하고 방송도 생기있는 것이 된다. 셋째로, 대사습 대회장을 찾는 관객층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의 시각이 필요하다. 대사습의 관중은 말할 것 없이 노인층뿐이다. 이 노인들이 해마다 전주실내체육관을 다메웠다. 특히 이 대사습이 전주가 아닌 부산이나 대구에서 열렸다고 생각할 때, 그 곳에서도 이처럼 노인층이나마 많은 관객이 모여줄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 부정적 결과에 아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올해 들어 관객의 수가 점점 줄어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고 그래서 한산함을 느꼈다. 그것은 자연감소(사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몇 년 후에는 관객 없는 대회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비단 대사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국악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끝없이 지속될 젊은 관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무대의 변화를 모색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네째로, 이 대회를 심사위주의 갈 것이냐, 대동놀이 마당으로 갈 것이냐에 대한 성격규정이 절실하다. 궁극적으로는 대동놀이의 마당으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면서도, 필자는 이 대사습이 잠정적으로 심사를 하는 경연의 기능과 축제마당의 의미를 동시에 강조하는 이원적인 대회로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편으로는 대동놀이판의 기능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하고도 정당한 심사를 행하는 경연대회가 되어야 한다. 이제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대사습대회는 종목이나 경연 형식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전통이란 전래해온 우리 민족의 음악이 현재에도 다수의 대중에게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중의 정서에 다가갈 수 있는 종목의 개발과 심사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창작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경연 종목을 늘리거나 (예컨대, 가야금병창의 경우) 변이의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개발해야할 것이다. 전통적인 것을 그대로 모방해내는 것에 기준을 둘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스스로 변이 시키고, 새로이 개발한 더늠에 좋은 평가를 주었으면 한다. 오늘의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무대를 휘감을 수 있는 공연자를 중요시하는 심사풍토가 아쉽다. 대사습의 권위를 위해서 반드시 장원(1등), 차상(2등), 차하(3등)의 상을 주기보다는 적격자가 없을 때는 장원을 유보한다든지 차하를 3명으로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해마다 커다란 잔치로서 중요한 기여를 하면서도 몇 가지 문제되어온 이 대회의 운영 문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방향설정하기 위하여 주최측, 국악인, 연구자, 뜻있는 지역주민이 한자리에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