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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7 | [세대횡단 문화읽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애정으로 바라보기 「전북회화회」
윤희숙․문화저널기자 (2004-01-29 14:21:00)
동양화와 서양화는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또 한국화와 동양화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전시회에서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산수화나 화조화 대신 굵은 터치와 화려한 색채나 오브제를 이용한 서양화 못지 않은 작품을 접하고는 요즈음의 작품경향에 어두운 자신의 무지를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렇다 물론 전통적인 개념의 동양화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들이 많은 수를 점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추세는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해서 실험정신이 투철한 젊은 작가들은 궂이 동&#8228;서양화를 따로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이 풍경화나 산수화를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해 버리는건 물론 아니다. 다만 방법적인 것의 차이를 얘기하고 싶어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적인 내용을 작품에 담아낼 때 그것이 진정한 한국화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북지역에 있는 5개 대학에 동양화 관련학과가 늘어나면서 80년대 중반 이후 젊은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더불어 작품활동도 활발해졌다. 그만큼 80년대 중반은 미술사조의 과도기이고 그에 따라 여러 경향을 띤 유파들이 많이 파생되기도 했다. 미술발전을 저해하는 지면과 학연으로 얽매인 지금까지의 전북동양화단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한 이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올바른 의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작품활동을 펼쳐나가기를 다짐했다. 「전북회화회」는 전북지역 지역의 한국화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전북지역 안에 한국화단의 작가적 역량을 넓히고 지역의 작품활동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90년 3월 만들어졌다. 「전북 회화회」는 연 2회 주제전과 정기전을 열기로 결정하여, 창립 첫 번째 행사로 90년 5월 <중앙시장 사람들>전은 전주의 중심적인 상설시장으로 오랜 세월 동안 서민들과 같이해온 중앙시장과 그곳을 둘러싼 주변의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의 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두 번째 주제전 「전북의 산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모습을 각자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그동안 산수화라는 이름으로 숱하게 그려진 그런 통념의 모습이 아니라 새롭게, 그리고 그들의 독자적인 감성으로 이 땅을 감싸 안으려는 의도로 마련됐다. 특히 「전북의 산하전」은 전시 첫 날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여 작가가 작품을 제작한 의도와 감상자가 바라보는 작품의 시각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모두 두 차례 가진 정기전은 91년 3월과 올 6월에 회원들이 참여하여 주제전과는 다르게 작가들이 각자 그들의 고집대로 지속 해온 작업들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다. 정기전은 회원들의 독특한 작품경향을 통해 한국화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전북회화회」가 여느 그룹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모임이 단순히 전시회만을 위해 한시적으로 모이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도내에만 수많은 단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모임을 가지는 곳은 드물다. 「전북회화회」가 지속적으로 모임을 이끌어 오는 것은 회원간의 친목을 돈독히 하기 위함도 있지만 작품에 좋은 내용과 형식을 담아내기 위한 고민의 장으로서의 목적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지리산에서 가진 「전북회화회」 하계 주제토론회에서는 회원들과 관심있는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필드만이 쓰고 김춘일이 번역한 『미술의 구조적 이해』에 대한 발제와 슬라이드 상영, 그리고 토론의 시간이 마련됐다. 또한 「전북회화회」가 지속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작업은 「전북회화회」 미술지를 발간하는 것이다. 회지 형식으로 발간하고자 하는 미술지에는 미술계 소식과 미술교양을 녹이기 위한 논문이나 행사안내 시평 등을 내용으로 담아 전북회화회는 물론 다른 모임들의 회원소식과 활동을 중심으로 전북 화단의 흐름을 알리고자 한다. 이 안건이 제시된 건 지난해 10월이지만 아직껏 실현되지 않아 항상 부담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북회화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영현씨는 전복화단의 열악한 환경의 하나로 미술평론의 부제를 꼽는다. 훌륭한 평론가가 훌륭한 작가를 만든다는 말처럼 이지역의 화단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작품을 평가하고 작품활동을 독려해주는 작업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올 6월. 대성화랑에서 정기전을 무사히 마친 「전북회화회」는 9월과 10월 사이에 가질 세미나와 12월 초에 가질 주제전을 앞두고있다. 그리고 올해 반드시 내기로 한 「전북회화회」 미술지를 펴낼 작정이다. 전북지역은 다른지역에 비해 미술전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따라서 관람객들의 그림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은 편이고, 감상하는 안목이 깊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관람객들은 끊임없이 좋은 작품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좋은 그림은 본인만을 만족시키는 그런 그림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그러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정서에 맞고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으려는 노력만이 구태의연한 화단에 활기 있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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