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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7 | [서평]
「춘천리포트」 (한림대 사회조사연구소 춘천문화방송, 1991, 도서출판 나남)
지역사회연구모임 (2004-01-29 14:22:53)
Ⅰ. 올해로 지역사회 연구모임(우리는 이를 줄여서 '지사연'이라 하는데)이 출발한지 횟수로 두 해째가 된다. 이 지역의 젊은 사회학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지역의 문제를 보다 사회학적으로 고민하고 서로의 학문적 의욕을 고취하고자 이루어진 지사연은 내부적으로 세미나를 조직하거나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 공동작업을 한다거나하는 일들을 주로 해왔다. 그러나 사실은 대개의 구성원들이 사회학의 석사과정에 있거나 석사과정을 마친 연구자들로 한정되어 있고, 더우기 뭔가 보여주는 일을 하기에는 일단 질적으로 그리고 숫적으로도 부족함이 많아 꼭 해야할 많은 일들도 대부분은 후일의 과제로 미루어두는, 아직은 참으로 미력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문화저널』이 잊지 않고 매달 우리에게 챙겨주는 '서평'이라는 제목의 지면은 참으로 넘치는 배려인데, 사실 그동안 지사연의 이름으로 제출되곤 했던 우리들의 서평이라는 것이『문화저널』에 얼마나 유익한 지면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곰곰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대개의 평가는 우선 잘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척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여하튼 우리가 그동안 『문화저널』에 써제낀 서평으로 인해 그 책이 잘 팔렸다거나 하는 소문은 도무지 들어본 일이 없으니 사실은 피차가 무척 지루한 작업을 해왔던 듯 싶다. 그러나 기실 글을 어렵게 쓴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쓰는 이 조차도 글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우리의 경우도 그런 점이 상당히 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고백적으로 들곤 한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이 도무지 읽히지 않는 서평을 다시금 전투적으로, 어렵게 쓰고 또 써서 아무나 읽지 못하는 대단히 고통스러운 지면으로 만들고자 한다. Ⅱ. 『춘천리포트』라는 책은 '춘천'이라는 도시가 주는 미학적 감상으로 인해서 우선 매혹적이었는데, 역시 그 미학적 감상의 뒷면에 춘천 사람들의 살림살이들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강원도의 사회학자들이 이루어낸 지역연구라고 하는 점이 우리들에게는 대단히 도발적으로 이 책을 들게 했다.(강원도는 무슨 무슨 국내통계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맨 꼴찌를 차지하는 그래서 전북을 꼴찌에서 두번째로 자리잡게 하는 고마운 지역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지사연이 비교적 처음으로 한권의 책을 놓고 공동으로 토론해 보았다는 점이었는데, 어떤 이는 이 책을 읽고 허무하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대단히 부러웠다고 하는 전혀 비사회학적인 비평을 해댔었다. 사실 『춘천리포트』를 읽고 난 우리들 대부분의 제 일감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었는데 우선 이 책이 그 출발에서 언급한 진지한 의욕과 욕심에 비해서 책의 내용이 '별 것 없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작업들은 꼭 필요했다는 점에서 그 같은 평가는 대단히 적절했던 것 같다. 요컨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들이 이 책을 읽어 가는 과정에서 집요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춘천리포트』의 필자들이 이야기하는 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개발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었다. 즉 최근 들어 환경의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그리고 사회발전의 거의 유일무이한 척도였던 공업화의 정도가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을 말해주는 것이냐 하는데 대한 회의가 일반화 되어가는 시점에서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발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자못 사회학 연구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데 "허무하게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 『춘천리포트』는 별로 해주는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다. Ⅲ. 80년대 후반 일련의 정치동향속에서 현재화되었던 정치적 지역갈등구조를 그 원인으로 하여 촉발되었던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것이 사실은 한국사회의 정치구조에 전적으로 기인하는 것이 아닌 요컨데 한국사회의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사회학적 관심으로 자리잡아 왔다. 지난 14대 총선에서 이 같은 점들은 여실히 나타났는데 예컨대 거의 전국 각지에서 출마 한 후보들은 모두가 자신이 출마한 지역의 낙후 또는 불균형을 문제삼았으며, 유권자들 역시 지역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표를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는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의 폭이 단지 어떤 지역이 더 발전하고 또는 덜 발전했느냐의 문제가 아닌 구체적인 삶의 조건들을 문제삼기 시작했으며, 바로 이같은 성숙한(?) 문제의식들은 곧 바로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들과 연관되는 것이었다.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지역문제의 분석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제기가 지역사회의 구조와 그 현상들을 다양한 지표를 통해서 문제를 밝혀내고 확인하는 작업에 대한 것이다. 요컨데 이전의 사회학적 지역연구의 관심들이 현장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노동자 밀집지역이나 또는 상대적으로 운동역량과 그를 뒷받침하는 지원역량이 동시적으로 존재했던 지역들에 중심이 주어졌던데 반해, 80년대 후반의 정치적 변화를 경과하면서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이것이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중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사회과학계의 소장연구자들 속에서 대단히 깊이 있는 연구주제가 되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서구의 지역연구 경험들을 받아들이고 그를 한국적 조건에서 재해석하며 지역연구의 방법론을 정립하는 일차적인 작업으로부터 각 지역의 현장으로부터 출발하는 현장연구의 경향들이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Ⅳ. 『춘천리포트』는 특히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지역문제에 대한 관심들이 고조되면서 지방자치제가 실질적으로 거두게 될 효과와 그 의미들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관심 아래 이 책은 춘천시민에 대한 설문지 조사방법을 기본적인 방법으로 하여 진행되었으며, 춘천시민들의 의식, 사고방식, 행동양식, 일상 생활의 패턴 등의 미시적 영역으로부터 도시의 경제적 기반인 사업 구조와 정치적 활동 등의 거시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그 관심의 영역들을 넓히고 있다. 전체 4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의 구성을 보면 1부에서는 지역사회의 기초환경과 시민 생활, 2부에서는 중간조직과 시민사회의 구조, 3부에서는 지방정치의 역학관계와 지역발전 문제, 4부에서는 종합 정리 및 정책 제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춘천시와 춘천시민의 일반적인 특성들을 개관하고 있는데, 주로 춘천시의 지방도시로서의 일반적인 낙후상황과 소비지향적인 특성을 밝히고 춘천시민의 직업구조가 화이트칼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밖의 주거환경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는 춘천시민의 문화활동과 정치의식을 분석하면서 문화도시로서의 춘천이 갖는 허구적인 성격과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 등을 분석하고있다. 2부에서는 춘천시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는 지역조직들을 조직의 목적과 성격 그리고 조직성원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고 각 조직의 특성에 따라 분석하고 있는데 먼저 사익추구조직과 공익추구조직의 특성과 연관을 분석하고, 중심조직과 주변조직을 각각의 구분에 따라 분류하여 이들 간의 연관을 밝힘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조직의 형태와 그 역량에 따른 기여도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3부의 지역사회의 권력구조와 지방정치에 관한 분석에서는 지방의 정치적 공백이 두드러지고 있으나, 지방의회의 구성은 단기적으로 커다란 기대를 받고 있지는 않으나 장기적으로는 유효한 효과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을 하고 있다. 특히 3부에서는 춘천지역의 지역발전사와 그 발전전망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간의 지역발전계획들이 대체로 지역발전에 소극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과 이러한 문제들이 지역사회발전에 있어서 주체적인 노력의 결여로 나타났다는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시민 및 지역조직의 동의는 춘천을 '교육- 문화-관광/휴양의 복합도시'로 육성한다는 것이며 시민과 타주체간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발전목표에 있어서는 미시적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보고서는 춘천지역의 장기발전을 목표로 하는 <지역발전 종합기획단>의 구성을 제안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행위주체들의 노력, 그리고 지역발전에 있어서 제 약구조의 완화&#8228;해제의 문제, 춘천 지역이 가지고있는 기회 구조의 활용문제 등에 대한 관심들을 밝히고 이를 위한 지역주민의 관심과 중앙정부에 대한 요구까지 제출하고 있다. Ⅴ. 『춘천리포트』는 근본적으로 사회조사기법을 활용하여 춘천시민의 의식과 지역조직의 조직양태 등을 밝힘으로써 지역의 발전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단순히 지역문제에 대한 폭로와 피상적인 해결책의 제시로 그치는 것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종합대책을 일단 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왕의 연구성과들과는 다소 질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요컨데 춘천지역의 문제들을 그 원인과 현상, 지역적 특성과 지역주민의 생활 및 그에 규정되는 시민의식 등을 보다 사회학적으로 포괄함으로 지역연구에 있어서 진일보한 성과들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성과들이 가지는 한계와 무리스러움 역시 만만치 않게 보이고 있다. 즉 춘천의 지역사회에 대한 입체적인 조사를 통해 현상적으로는 대단히 풍부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 같은 양적인 지표들이 주는 결과와 함의들은 뜻밖에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역시 한국자본주의 발전과정과 그 귀결에 따른 지역문제로서의 '춘천'이 거의 언급되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국사회 자본주의의 발전의 일반적인 형태로서 나타나는 지역문제 일반에 대한 고려가 단지 춘천지역에서의 문제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만으로 이루어진다거나 중앙정부에 대해 잘 정리된 보고서의 제출로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춘천 시민의 주체적인 노력과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그 참여를 위한 메커니즘의 제시는 지극히 이상적인 범주의 설정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들 이 역시 지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사기법을 통한 지역사회의 분석은 대단히 유의미한 작업이며,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모든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과제에 대한 의미있는 답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바로 이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치밀하고 끈기있는 노력은 지역 문제의 분석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그리고 지역문제에 대한 분석을 한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강원도와 춘천에 대해서 특별한 사회학적 관심을 갖지 않는 독자여러분께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으나, 그러나 이 책의 출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춘천 문화방송의 성의 있는 노력을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 전주문화방송의 관계자 및 지역의 언론매체에 종사하는 여러분께는 한번쯤 진지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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