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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7 | 연재 [사람과사람]
땀흘려 일구는 문화의 터-책 ‘푸른글방’
윤희숙 편집기자(2004-01-29 14:28:53)


폭넓은 대중은 수용하고 그들과 더불어 건강한 의식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는 모임이 있다. 군산시 개복동 국도극장 옆에 아담하게 자리한 황산부인과 건물2층 창문에는 ‘책 푸른글방’이라는 선명한 글씨가 눈에 띄게 쓰여져 있다. 이 곳이 바로 젊은이들이 땀흘려 일구는 문화의 터전이다.
‘푸른글방’은 군산지역에 참다운 대중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 지난해 4월 창립되었다. 7평 남짓한 2층의 독서방과 3층 공부방이 푸른글방의 공간이다. 2층 독서방은 벽면이 3천 2백여권의 책으로 빼곡이 들어차 있고 한가운데는 책을 읽거나 토론, 회의 등을 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가 깔끔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금의 공간은 황산부인과 원장 황선주씨가 제공해 주었고 책과 기타 비품은 회원들과 후원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마련하였다. 창립 당시는 시민, 노동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다생으로 독서실을 운영하는 일들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모인 회원은 일반인과 노동자가 오십여명, 대여회원이 십여명, 공부방회원이 열여섯명 등 백여명에 이르러 이젠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작업의 틀을 벗어나 회원들을 묶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올해 초부터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였다. 풍물반, 등산반, 독서 토론반, 낚시반, 영상반 등 모두 5개 분반이 5명의 실무자들로부터 지도를 받아가며 꾸려지고 있다. 각 모임은 개별적으로 행사를 갖고 전체 회원의 날에 모든 회원이 한자리에 모인다. <푸른글방>의 또 다른 활동은 학생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활동은 다른 모임의 활동에 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편이다. 정기적으로 영아원을 방문하고 바쁜 농사철에는 농촌 봉사활동을 하고 자체적으로 독서 토론과 노래배우기 등의 특별활동을 하면서 또한 공부방을 운영하여 면학분위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푸른글방을 실제적으로 꾸려가는 힘은 다섯명의 젊은이에게서 나온다고 할 수있다. 도서정리에서 도서회원들의 관리, 동아리 활동, 공부방 운영, 학생활동의 지도에 이르기 까지 이들이 해내야 할 몫은 한없이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댓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활동을 담당하는 신유미씨는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된 전직 교사이다. 그는 학생들을 그리워하고 하고 학생들과의 만남을 마냥 즐거워하면서도 이러한 순수한 모임 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보려는 편견을 염려한다. 신유미씨 이외에도 이우길, 지상선, 최금희, 최선영씨가 푸른글방 자체에 큰 보람을 느끼며 봉사하고 있다. 그곳을 방문했을 때, 한 회원이 실무자들의 식사를 위해 집에서 담근 김치를 가져다 주었는데, 이러한 회원들의 따스한 정이 푸른글방을 이끌게 하는 큰힘일런지도 모른다.
요즘에 가장 인기 있는 책은 이은성의 『동의보감』과 정지아의『빨치산의 딸』이고, 학생들이 많이 읽는 책은 이상숙의『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와 류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윤구병의 『꼭 같은것보다 다 다른 것이 좋아』등이다. 동아리 활동은 지난주에 등산반에서 이십여명이 참가하여 동학사, 갑사로 등반을 다녀왔다. 풍물반은 임원진을 구성했으며, 독서토론반은 회의를 거쳐 윤정모의 『님』을 선정하여 토론하기로 했다. 영상반은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시기의 다코다평원에서 펼쳐지는 인디언 수난사를 기록한 영화 ‘늑대와 춤을’을 다함께 감상하기로 했다. 푸른글방은 자신들이 목표했던 대중공간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점차 책의 양도 늘리고 회원들의 동아리 활동을 정리하는 소식지도 만들고 더 많은 군산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들도 모색해 나가고자 하는 푸른글방의 소박한 바램 역시 곧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튼실하고 올 곧은 문화를 일구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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