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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8 | [문화칼럼]
전북 농악의 진수를 되찾자
이기화․고창문화위원장 (2004-01-29 14:51:59)
(1) 우리의 전통문화들이 왜 자꾸만 퇴색되어가고 있는가. 왜 우리 문화를 표류와 변조의 굴레를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다수의 서민대중은 자신들의 본래 건장하고 생산적이었던 전래문화를 거부한 적도, 표기한 적도 없었는데 오늘날 어찌하여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생활문화들이 자꾸만 잃어져가고 있는 이 슬픈 사연은 무엇 때문일까. 물론 끊임없이 밀려드는 외래문화의 상업주의적인 문화양상에 맞추어져 가고 무의식화된 이유도 있겠지.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의 젊은이들을 둘러보면 자신의 머리 모양에서부터 옷거리에 이르는 외형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고의식에 이르기까지 지나치다 못해 지울 수 없는 생각들로 멍들어 간, 이국적인 변신에 현기증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러한 변신의 풍모를 단순한 유행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나게 뿌리채 흔들려진 망국적인 풍토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의미로는 이처럼 심각한 상황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동적인 솔선이나 반성의 기미보다는 오히려 너나없이 우리모두 뛰는 망둥이가 되어 부재요, 무지요, 무의식화의 절규조차 없는 악순환속에서 우리것을 몽땅 잃어버리고만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으로도 여겨진다. 뿌리없는 나무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행여 맺여진 열매가 있다면 그 열매는 과연 씨알이 여물어 있겠는가. 이처럼 자주성이 없는 망막한 상황에서 국제화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 (2) 그동안 우리 전북인들은 「예도 전북」을 전매특허처럼 편리한 대로 웨장쳐 왔다. 말문이 막힐 때 자위수단으로 써먹는 口頭禪(구두선)인지……. 하여튼 빝깔좋은 우리들의 대명사다. 그러나 우리 전라도의 상징으로 여겨왔던 풍물굿의 현주소를 보자. 일제치하에서 「농악」이라는 학술용어로 적립된 풍물, 풍장, 두레, 매굿, 걸궁 등으로 불리우는 우리 민족의 멋과 흥은 그 흥취를 잃게되고 굿판이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그 오묘한 신명바람이 퇴색할대로 바래 버린 것이다. 농악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독특한 우리의 민속예술이다. 농악의 중요성에는 구가지 의미가 있다. 그 하나는 농악의 본질과 그 정신이나 형태의 특징이 공동체적 철학에서 창출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예능의 우수함이다. 세계적으로 민속악기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단일 악기를 연주하면서 가무하는 경우와 악기 자체가 무거워서 춤의 반주 역할만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농악가는 합주형식의 연주를 하면서 취흥이 넘쳐 저절로 춤을 춘다는 이른바 「오케스트라」 형식의 연주무용인 것이다. 이와같이 농악은 오랜 우리 민족사와 더불어 살아온 우리 민속음악과 춤의 혼합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형태와 특성으로 볼 때 각 지방의 특색있는 전통속에서 향토음악과 춤으로 고유하게 발전하여 온 것이다. 우리 호남농악에도 좌도굿과 우도굿으로 구분되어 각기 특성을 지니고 있다. 좌도굿은 동작과 가락이 빠르고 웅건하며 느린 가락의 맺고 푸는 기법과 빠른 가락을 힘차게 몰아가는 기법을 잘 구사한다. 웃놀음 기교가 발달하였으며 단체연기를 중요시 하고 쇠잡이는 부포 상모 그외에는 채상모를 쓴다. 우도굿은 가락이 비교적 느린 편이나 빠른 가락도 곁들여 다양한 가락을 가지고 있다. 구성진 쇠가락과 춤사위가 발달하여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멋이 특색이다. 쇠가락의 기교에 치중하고 개인기를 중시하며 쇠잡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깔을 쓰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지금 흔히 볼수 있는 농악의 가락은 그 원래의 원형적 가락과 진법을 유전하여 오기보다는 많은 변질을 가져 왔음에도 누구하나 그 전통쇠퇴에 대한 자책이나 그 진수의 보전대책 등에 과해 의미부연의 말쑤가 전연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도굿과 좌도굿의 분별력에 관한 예비지식도 없이 되는대로 규정짓는 사례들이 있어 더욱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매스컴」들의 이러한 사례는 사회공기적 의미에서 볼 때 상당한 변수적 물의가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3) 그리고 전북농악의 현장을 다스리고 있는 지도층이나 실무진들 마져 전통수호의 책임의식보다 젊은이들의 현주소 위주의 시의를 쫓아 우선 듣기 좋고 흥겨운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가락들을 짜내어 스스럼 없이 가르치고 있는 현상은 뜻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금 한창 번성하고 있는 「사물놀이」의 경우를 보자. 농악을 공연예술로 꾸며 농악의 리듬과 춤사위를 접목시켜 신명나는 흥으로 몰아가는 사물놀이를 농악의 독특한 면을 새롭게 조명해 주는, 전통가락의 현대적 재창조 작업의 결실로 평가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사물놀이는 농악의 흥취가 최상의 몰아(沒我)경지에 이르렀을 때 자연 발생적으로 미치게 몰아가는 변주가락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물놀이 가락은 자연 발생적인 몰아의 경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크라이막스」를 이끌어 내는, 생명력이 없는 기교뿐인 변주 가락으로서 한번 그 고비를 맛보고나면 시들해져서 김이 빠지는 결과가 되나, 농악의 진지한 가락에서 우러나오는 최상의 함몰지경은 그 가락의 주기를 몇번이고 연속되어도 그 신명나는 흥취는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크라이막스」가 되는 것을 보면 사물놀이의 참다운 흥취는 농악의 지수를 아는 노련한 가락에서 자연스레 유도되는 것이지 농악의 진수는 아랑곳없이 인위적인 기교부터 익히는 풍조는 마치 붓글씨의 획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초서부터 익히는 경우와 진배없어 진수를 아는 참 농악인의 자세나 안목이 아님을 지적해 둔다. 적어도 전통농악의 원조격인 우리 전북에서는 사물놀이부터 가르치고 배우는 우(愚)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대사습대회나 전국농악경연대회를 이끌고 있으면서 그리고 전통농악의 수호를 위한 농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각 시군 농악대회까지 주선해오고 있는, 가히 한국 농악의 주축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 전북이 보헤미안의 「칼맨」농악, 부평초농악, 뿌리없는 나무에서 열매를 거두려는 격의 부질없는 농업진흥책을 펴가로 있는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농악대회에 출전하는 자격요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농악인들이 여기저기 팔려다니고 있다. 어느 지역팀이든 타지역 출신이 섞이지 않아야 하는데도 대부분 그리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입상하는 팀의 대부분이 부정 출연자의 덕을 보고 있다니……. 이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전통농악의 기반조성과 정착을 이룰 것인가. 이러한 떠돌이 농악, 겉치레 문화를 언제까지 이끌어 가야 할 것인가. 그리고 출전 농악팀의 대형화 추세도 곧바로 시정되지 않는한 허식문화, 낭비문화의 빈축을 면할 길이 없다. 농악대회 출전비용이 천만원대에 이른다니, 이렇게 된다면 귀족농악, 자본주의 농악이 되어 서민대중은 엄두도 낼 수 없게 되어 농악의 존재가치면에서 그 기반이 빗나가게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전북농악의 진수를 찾고 전통농악의 정착을 꼭 바라는 뜻에서 이렇게 제언하고자 한다. 거도적으로 「전북농악보존위원회」가 구성되어야하고 각 시군별로 「향토농악보존회」가 명실공히 조직되어 정책적인 차원에서 후원 육성에 따른 합리적이고 영구적인 방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각 읍면별로 의무화해서 농악팀을 구성운영하여야 만이 심각한 이농현상속에서 극도로 발달한 개인주의 풍토에서 기념물적인 의미로라도 농악이 뿌리내릴 수 있고 농악의 전통이 승계되어 전북농악의 진수를 되찾게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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