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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8 | [정철성의 책꽂이]
더위와 더불어 읽을 만한 책
김형근․이리 「황토서점」대표 (2004-01-29 14:56:55)
나는 책읽기를 직업적으로 하고 있다. 매장에 꽉차게 들어있는 책들과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면 취미도 여가도 꿈도 책속으로 묻히게 된다. 더구나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은 바로 읽어두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제대로 안내할 수 없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이러한 나의 조건을 두고 주위에서는 부러워 하기도 하고 견(犬)팔자가 상팔자라고 질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인 책읽기는 책읽기의 본래의 모습일 수는 없다는 점을 늘 생각하곤 한다. 한권의 책이라도 삶의 진지한 감동으로 끌어 올려지며 보다 나은 내일을 예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의 책읽기는 정독이 아니고 다독이라는 점 그 다독이라는 것도 책의 서무이나 전체구조만 파악하고 넘어가는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점에 첫 번째 문제가 있으며, 또 하나는 재미있게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할 때 읽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재미도 선택도 때도 못맞추는 황량한 책읽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감옥에서 책 훑어보기를 계속하고 있으려니 오랜 지우(知友)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한여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책 몇권 소개해 주세요”라고. 더운 여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한다고 하는 일이 커다란 의미로 가슴에 와 닿아, 서두에 얘기했던 나의 부족함을 뛰어넘도록 충동하고 있다. 좋은 책을 소개하여 읽게 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며 자기성숙을 이루게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경제적”인 삶의 자세로 안내하는 것 아닌가? 자, 이제, 보다 잔잔한 마음속 깊은 감동의 세계, 현재의 서있는 자리와 내일을 밝혀주는 지혜의 세계,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인식을 확대시켜 주는 열림의 세계로 인도하는 좋은 책 몇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필자 주> 『녹슬은 해방구』 1권~9권, 권운상지음, 백산서당 이 작품은 항일 빨치산에서부터 8&#8228;15, 6&#8228;25, 그후 광주민중항쟁까지를 다룬 책으로, 민족사의 왜곡된 한 부분을 찾아 기록한 실록소설이다. 작품의 전개는 교도소 특별사동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데, 우리 근대사의 가장 격심한 변혁기에 자신의 온몸을 역사와 조국앞에 내맡긴 이래 따뜻한 햇살 한번 쬐지 못하고 20~30년의 긴 세월을 감옥에 갇혀지내야 했던 끝내 살아남은 빨치산다운 빨치산들의 이야기이다. 저자가 같이 징역생활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 즉 증언이 기초로 되어 있는데, 모멸에 찬 이 강산의 역사와 또 그들이 얼마나 조국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순결한 신념과 투쟁의 길을 걸어 왔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출간된 “태백산맥”이 출판사와 저자의 사정으로 몇 년간 나오지 못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했는데, 이 책은 그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책이다. 『농민이야기 주머니』 조성우지음, 녹두. 이 책은 우리 농민들의 뼈아픈 현실과 고통, 그리고 희망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할수록 망해간다는 농촌의 현실은 이제 눈앞에 다가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먹거리를 소비하는 우리 민족 전체의 문제로 되었다.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보고 그 해결방안들을 찾고자 “작목선택은 도리짓고 땡”, “기계가 사람잡네”,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쌀값은 농민값”, “복통영농”, “농어민 부채후계자”, “농민이 일어서면 세상이 바뀐다” 등 쉽고 재미있게 쓰여졌다. 가슴으로 읽어야 할 이 책은 농촌지역사람들에게는 자기들이 일상으로 겪고 있는 일을 다시한번 되돌아 보게 하고, 도시지역 사람들에게는 농민들의 삶과 농촌의 현실을 보다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나혼자만의 싸움이 아니기에』 권정시지음, 새암. LPG중독 운전기사 강균대씨의 처 권정시씨의 눈물겨운 투쟁의 이야기. 노후차량에서 스며나온 LPG에 중독되어 운전기사 강균대씨가 몸져눕자, 회사측에서는 요양은커녕 “전래가 없다”는 핑계로 직업병이 아니라며 진실은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이에 분노한 부인 권정시씨는 진실을 밝히기위해 시청과 노동부에 힘차게 대항했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부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해자는 공무원 신분이라 무혐의처리를 받았지만 권정시씨는 공무집행 방해죄로 집행유예 1년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회사측은 강균대씨를 해고시켜 버렸다. 그후 권정시씨는 사업주나 노동부의 비인간적이고 공정치못한 처사에 항의, 폭로하면서 양말을 팔며,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이처럼 택시노동자들의 권익쟁취를 위해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권정시씨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현실이 어떤가를 바르게 알 수 있고, 어떻게 어떤 방식 어떤 신념으로 거대한 고릴라들과 싸워이겨야 하는지 깨우침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이 나오고 난후 얼마있다가 강균대씨는 직업병 판정을 받아 재판에서 승소를 하였다. 『해적』 1권~4권, 김중태지음, 실천문학. 계간 실천문학에 연재되었던 『해적』을 장편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남향앞바다에서 벌어지는 어민들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과, 이를 짓밟으며 자라나는 폭력배들의 광기와 탐욕을 보여 주는 것을 시발로, 시대의 어둠이 어떻게 우리들의 삶을 암울하고 슬프게 물들이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민중소설이다. 피바람 일렁이는 뒷골목의 세계를 중심무대로하고 있는 이 책은 폭력이 부패한 사회의 한 단면이며 구조적 모순의 고리임을 밝히면서도 장쾌한 스케일,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흥미롭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지음, 햇빛. 숙명여대 강사, 육사 교관으로 복무하던 중 통혁당사건에 연루되어 20여년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던 신용복씨의 편지글 모음집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우리가 흔히 하잘 것 없이 여겨 스쳐지나가는 풀 한포기 한줌의 흙, 햇살 한줄기까지도 무한한 생명의 신비와 역사의 숨결을 찾아 전해주고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사물과 인간에 대한 섬세한 사랑을 지니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한 사람과 만나고 있음을 느낀 것이고, 사물에 대한 바른 인식의 눈이 떠지게 된 것이다. 사색의 깊이가 개인의 생각을 뛰어 넘어 이웃과 시대와 역사로 행해 열려진 성찰로 나가는 이 편지글은 인간정신의 고귀함을 일깨우는 철학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패배한 암살』 김상웅엮음, 학민사. 일생동안 민족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조국사랑 한길에서 살아오신 김구선생님의 암살진상을 밝히고자, 각종 자료와 증언, 백범과 이승만과의 관계, 백범암살의 사회정치적 배경 등 열여섯분의 글로 엮어진 책이다. 우리 근대사는 현재의 얽혀져 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이다. 조국에 대한 끝없는 애정으로 일생을 살아온 백범 김구선생님의 민족주의 노선은 그 구체적 내용이 단독정부 수립반대와 통일정부수립이었고 완전한 자주독립이었는데, 이러한 노선을 아직도 따르고 있는 사람들은 심한 핍박을 받고 있다. 그와 반대로 백범암살을 주도하고 실행한 세력은 암살자를 비호&#8228;건재시키며 그 배후를 은폐시키고 반공(反共)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그 잘못된 권력을 유지하여 민족정기를 꺾고 있다. 이 책은 암살 그 배후가 친일세력과 이승만을 정점으로 한 단독정부 수립을 강행했던 정치집단, 외세의 개입 등임을 지금까지 모은 자료로 밝혀내고 있다. 요즘 「J.F.K」라는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고 한다. 책방가에서도 「J.F.K 왜 쏘았나」라는 제목의 책이 상당히 팔리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암살당한 전.에프.케네디에 대한 암살배후를 규명하는 수십종의 연구서와 자료가 출간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국민을 아끼는 지도자의 암살배후를 철저히 규명해 내려는 미국 국민들의 끈질긴 집념의 소산이고 정의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고 그에 대한 암살배후를 추적한 책이 이제 한권 나왔는데, 「J.F.K」라는 영화의 국내 상영에 비하면 조족지혈 정도의 관심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섬진강』 김용택지음, 창작과 비평. 임실 섬진강가의 작은 국민학교 교사를 있는 김용택시인의 첫 시집이다. 소나무 껍질같은 어머니의 손, 벼공판에 빚주름살 하나 더 늘어있는 형님, 포근한 가슴의 누이 등 우리 농촌의 삶을 우리 민요풍으로 노래한 시편들로서 어렵지 않게 쓰여있다. 이 시들을 읽어가고 있노라면 농촌이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당면한 생존의 터전임을 실감한다. 이 여름 한번쯤 이 시편들을 보며 섬진강 맑은 물가에 가슴을 담아 보기도 하고, 강과 같이 구비구비 살아온 수많은 농민들의 삶의 진실이 묻어난 섬진강가 흙의 숨결을 느꼈으면 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최성혁&#8228;최규승 공저, 이웃. 양담배는 맛있으니까 피우고 수입의류는 편하니까 입고……. 우리가 먹고 자고 쓰는 생활전반에 외래문화가 얼마나 깊숙히 파고들어 우리문화를 위협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코카콜라, 양담배, 샴푸, 청바지 등은 이미 우리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고, 『양들의 침묵』, 『사랑과 영혼』 등은 우리 청소년의 넋을 가져가고 있고, AIDS, 마약, 범죄에 이르기까지 기묘한 장삿속에 은폐되어 있는 서양식 문화를 탈피하고 바람직한 우리 문화를 새롭게 계승 창조하자는 내용이다. 수입옥수수 98.1%, 우리땅에 자라는 1.9%의 옥수수는 우리 생활문화를 지킬 씨앗이고 이 민족을 살려낼 거라는 힘찬 민족혼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닥터 노먼 베쑨』 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 공저, 천희상역, 실천문학. 이 책은 세균이든 사회체제이든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좀먹는 것이라면,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온 몸으로 맞서온 큰 의사 노먼 베쑨의 전기이다. 지금도 의료기기에 「베쑨 물리치료기」가 사용될 정도로 결핵의 수술적 치료법 개발 등으로 의학발전에 기여한 탁월한 흉부외과 의사인 베쑨은, 스페인 내전과 중국혁명과정에 종군의사로 따라 다니면서 하나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데 헌신한 보건의료 운동가이기도 하다. 환자를 기다렸다가 돌보는 후방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찾아 최전선에 뛰어 다니는 의료이에게 새로운 의사의 전형을 일깨워 준다. 『하나뿐인 지구』 서영식 글&#8228;그림, 푸른산.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환경 문제를 만화로 다루어 낸 책이다. 지난달 6월 3일에서 14일까지 베른트자이루에서 열린 「리우 지구 정상회담」에서는 환경문제가 이제 전세계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인류의 첫 번째 과제임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환경에서는 조화와 공존을 무절제한 자원의 낭비보다 절약의 미덕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스며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온 가족이 함께보며 문제를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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