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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8 | 칼럼·시평 [문화시평]
관현악 연주무대와 전북의 국악-국악 상반기 경산2-심인택 편집위원
심인택 편집위원(2004-01-29 15:00:33)

국악관현악과 합창
4월 26일 전북예술회관에서 도립국악단 제 5회 정기 연주회가 있었다. ‘국악관현악과 합창’이라는 주제로 관현악 연주는 연주부(지휘 박상진)가 맡고 특별출연으로 전주 시립합창단, 불광사 마하보디 합창단, 판소리에 김성녀, 경기민요에 김영림이 출연한 가히 장대하고 웅장한 기획연주회였다.
우리 음악에는 성악곡 중심의 음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관현악과 함께 한 무대를 장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노래가 관현악의 반주로 불리워진 것은 제례악(종묘, 문묘)의 악장(樂章)과 사악(詞樂) 그리고 가곡(歌曲)이 주류를 이루었고, 19세기에 이르러 민요가 반주악기를 대동하기 시작했으며, 20세기에 와서는 판소리가 창극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소리를 악기가 수성(소리를 따라가면서 반주하는 것)가락으로 살을 붙이는 정도이다.
70년대에 들어와 대규모 관현악단이 생기면서 민요를 관현악 반주에 얹어서 부를 수 있도록 편곡하기 시작했으며, 판소리도 역시 관현악 반주로 협연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양악의 4부 합창이 선행하면서 우리의 노래도 성부를 나누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어설픈 데가 있다. 전통적으로 합창의 기능은 제창으로써 역할을 하였고, 민요 그 중에서도 노동요(농요)가 ‘멕이고 받는’ 형식으로 모두가 함께 노래를 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 동안 부분적인 시도는 많이 하였지만 합창곡으로 한 무대를 꽉 채운 점은 새로운 시도로 우리의 노래가 관현악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흔히들 양악 발성과 우리의 발성을 구분지어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벨칸토 발성”이 마치 노래의 발성에 기준이 되듯이 말을 하게 된다. 발성은 언어 구조에서 파생되는 것인데 사뭇 노래를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벨칸토 창법으로 노래하려고 한다. 누가 강조하고 있지만 성악곡의 생명은 가사 전달에 있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가지고 선율에 얹어 가사의 전달, 가사의 의미, 가사로부터 연상 등이 소리라는 매개체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가사의 선택은 이미 언어의 구조와 선율의 흐름과 표현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창법으로 노래를 하여야 하는가가 문제가 아니고 가사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하여야 하는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가사로 된 노래에 굳이 창법을 따진다면 차라리 창법에 따른 노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고, 다만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가사의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다면 창법의 문제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시립 합창단이 부른 청산별곡(박범훈 작곡)․야훼를 찬양하라(이병욱 작곡)․아리랑 환상곡(박범훈 작곡)은 어느 창법에도 얽매이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가 있다. 이런 노래는 어떻게 잘 소화를 시켜 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연주를 통하여 시립합창단은 중요한 경험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불관사 마하보디 합창단이 부른 “아제 아제”(박범훈 작곡)는 우리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합창단의 구성은 주로 나이 많은 부인들로 구성 되었는데 아마 전문적으로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듯 하지만 그들의 소화력은 대단한 실력이었다. 불교의 성악곡을 불교 신자들의 합창을 만들었으니 그들의 어울림은 ‘하나 된 소리’로 볼 수 있으며, 보고 듣는 사람에게 감명을 줄 수 밖에 없다.
이 음악회의 특지은 기독교 음악인 “야훼를 찬양하라”와 불교음악인 “아제 아제”의 비교로 봐야 하겠다. 두 개의 종교음악이 같은 무대에서 서게 된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종교음악의 비교라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고 해야겠다.
도립국악원이 기획한 이번 연주회는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좋은 기획으로 많은 감상자를 확보하도록 계속 정진하기를 바라며,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연주시간이 너무 길어 좋은 음악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다.

추계예술학교 국악과 연주회
5월 1일 전북예술회관에서 갖은 추계예술학교 국악과 학생들의 연주회는 참으로 기억하고 싶은 음악이다.
전남북에서 3일간(전주․광주․남원)펼친 잔치는 이 지역 젊은 음악인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음악회이다. 특히 추계예술학교 졸업생을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해준다. 추계예술학교 졸업생으로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잇는 윤화중(전북예대 국악과 교수)․송화자․전인삼․박광자(남원시립국악원)․노동작(광주 남도예고 교사)의 독주, 독무는 서울지역과 전남북지역의 문화교류에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침향무(황병기 작곡)는 본래 가야금 독주곡으로 작곡되었고, 이 곡을 가야금 2중주로 편곡하여 연주하기는 전주지역에서 처음 있는 일로 가야금 전공자는 물론 관객에게 상큼한 맛과 멋을 풍겨 주었다. 가야금 독주곡으로는 자주 듣고 있지만 2중주의 연주는 마치 전통 음악을 듣는 양 포근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쥐구멍에 볕들어도”(이성권 작곡)는 해금 2중주 곡으로 역시 이 지역에서는 처음 연주되는 곡이다. 해금이라는 악기는 아직 생소한 감이 있지만 여러사람이 제주로 연주하니 음색도 여러 색깔을 갖고 있으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연주를 통하여 해금 연주가 이렇게도 감칠맛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관객들이 갖게 된 것 같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관현악단이 순회공연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은 배우는 단게이고 음악적으로 덜 성숙한 단계이지만 열심히 연습하여 그 기량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매운 즐거운 일이다.
작년 9월 한양대 음악 국악과 순회연주회는 동적이면서 박진감이 있는 반면 추계예술학교 국악과 순회연주회는 정적이면서 섬세한 면이 보여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북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다른 지역의 대학이나 악단 연주회가 자주 있기를 바라며, 이런 기회로 각 지역의 음악 상황을 서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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