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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8 | [교사일기]
록큰롤 음악과 민요가락
양병완․순창고 교사 (2004-01-29 15:02:26)
“민요방 탄생!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다!” 꿈같은 생각일까? 며칠전 일이다. 학생들에게 잘 하지도 못하는 민요를 지도할 기회가 있었다. 순수한 우리 민요인 “오늘이 오늘이소서(판소리, 단가, 민요, 굿거리 장단), 신사랑가(굿거리), 꽃타령(신민요) 중중모리, 제주도타령(세마치장단), 뱃노래(잦은모리)를 순전히 엉터리였지만 열심히 가르쳤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지도를 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더더구나 순창지역에서의 일이다. 뜻밖에 민요강습을 받고난 젊은 학생들은 어안이 벙벙해져버렸을 것이다. 한번도 민요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며칠이 지난 뒤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콧노래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믿어지지 않은 일이 사실로 나타났다. 날더러 들어보라는 듯이 내가 지나가면 갑자기 목청을 뽑아내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귀염둥이 여학생들은 쉬는 시간만되면 운동장이나 복도나 휴게실, 야회학습장, 어느 곳에서든지 흥얼거리곤 한다. “크게 좀 히봐라. 크게 좀 히봐, 뭉쳤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게”하면 “아이구 선생님도 무리시와요. 따--악 한번 배운걸 가지고 어떻게 잘한대요? 그렇게 마음대로 잘되면 당장 TV출연하게요” 우리 젊은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 우리 문화를 지키기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다. 바로 이거다. 지금부터다. 하지만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노래방은 셀수도 없이 많이 신장개업을했고 성업중이다. TV에서는 일요일낮에도 노래방에서 직접 노래하는 경연모습을 방송으로 내 보내준다. 노래점수가 많이 나오면 환호성을 지른다. 젊은 청소년들이 얼마나 노래방을 선호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청소년들이 보고 미칠 수 있는 우리문화의 소재는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노래방은 대단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민요하나 크게 마음놓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나라에서는 한군데도 없다. 순수한 우리문화는 완전히 변색되어 버렸다. 수천만원, 아니 수억원을 투자한 뒤 외래문화를 이용하여 높은 수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한 곧고 올바른 사회성과 건강성을 되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남녀구별없이 호프집이나 생맥주집, 파티장소에서 “워언-샤앗”을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천씨시 생맥주를 컵에서 입을 떼지 않고 들이키는 희한한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때, 젊은이들이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는 “민요방”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탄생되어 사회성과 건강성을 꼭 되찾아야만 한다. 그 건강성을 찾는 방법의 하나로 마을에 있는 개점휴업 상태인 많은 건물을 이용하여 학교 생활이 끝나면 언제나 어느때나 민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마을회관 경로당 폐교된 건물등 사용치 않는 많은 시설물을 “민요방”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민요를 쉽게 배울 수 있으면, 한단계 위인 단가를 배우게되고, 단가를 소화해 내기만 하면 드디어 판소리를 잡할 수 있다. 우리 젊은 청소년들의 입에서 대중가요나 팝송같이 우리가락인 민요, 간가, 판소리가 애창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 민족은 유난하게도 한(限)이 많은 민족이다. 맺힌 한이 모질수록 풀어내는 신명은 질퍽한 것이 우리 민족의 문화다. 이러한 문화의 맛이 가장 진솔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민요다. 이세상에는 어느 민족에게나 그 민족의 멋과 맛을 잘 나타내는 것은 악기소리와 노래소리인데. 민요는 각 민족의 정서와 애환을 잘 나타내고 있다. 어느 민족이나 독특한 민요를 가지고 있다. 흑인의 쏠과 째즈, 이탈리아 민족의 “돌아오라 쏘렌토로”로 대표되는 칸쵸네는 우리가 너무나 많이 들어서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독일 민요는 전통적인 국민성이 빈약하므로 작위적이긴 하지만 예술적인 취향이 많이 있다. 러시아의 민요는 울창한 숲과 거대한 대초원에서 불려지는 원시적인 아름다운 일면이 있다. 호남지방의 민요는 여유나 멋이 있고 부드러우며, 영남지방의 민요는 웅혼(雄渾)한 맛이 있어서 위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서울 경기지방의 민요는 전아(典雅)한 맛으로 궁극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서도민요는 촉박하고 애초로운 느낌이다. 전라도의 육자배기는 구성진 가락이 일품이다. 경상도의 쾌지나 칭칭나네와 성주풀이, 서울의 노래가락, 평안도의 수심가는 우리민요의 대표적인 예다. 우리 민요에는 슬픈 한과 신음, 고통, 좌절로만 일관되어 있다고 비꼬는 사람도 많이 있으나 오히려 “계절의 감각”과 “사랑의 환희”를 구가하는 노래가 훨씬 더 많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 겨레의 가슴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는 민족적인 새로운 통찰을 통하여 반드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지금 현재는 “우리민족의 노래가 민요다”라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 이전에는 도가, 향가, 풍류가, 속요, 타령, 판소리들로 불리워졌으나 그것에 대한 다양한 이름과 내용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발전해 왔다. 우리 민족의 민요는 다른 민족의 민요에 비하여 월등하게 우수한 면이 많이 있다. 민요가사중 한스러움을 정으로 풀어내는 아량과 풍속, 시대에 억눌림 당하는 아픔과 해학과 풍자는 이세상 어느 민족보다도 뛰어나다. 사모의 정과 이에 따른 슬픔과, 이 슬픔을 승화시키는 여유는 대단히 뛰어나다. 우리 민요에서 나타내는 운율과 언어는 바로 우리 민족문학의 뿌리가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민요중에서 진도아리랑은 후렴이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로 시작한다. 이 민요가사는 이백가지도 넘는다. 우리 나라가 아닌 전세계를 통털어도 노래가락 하나에 이렇게 많은 가사를 가지고 구전(口傳)으로 구구전승(口口傳承)되어온 민요는 없으리라!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정말 풀어지지 않는 수수께끼다. 섦과 너무 깊게 밀착되어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체위와 애환이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 서민의 감정과 사상을 솔직 담백하게 나타내고 있다. 노동을 가거나 감정을 풀어내면서 불리어졌던 민요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적인 삶의 슬픔과 여유를 민요와 한량춤으로 덩더쿵춤과 깨끼춤으로 풀어냈다. 저한의 맺힘인 메기는 소리가 메겨지면 집단적인 대답 형식의 받는 소리로 풀어내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 민요 표현은 남도풍, 서도풍, 경기풍, 정가조, 판소리조같은 다양한 창법을 가지고 있다. 산간지역, 해안지역, 평야부지역, 특정지역, 장터 등 정서화 표현이 독특한 것이 특징이다. 노동요(勞動謠)는 집단노동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부르는 민요를 말한다. 농부의 노동요, 어부의 노동요, 물건운반 노동요, 길쌈 노동요가 있으며 민요를 부르면서 규칙적인 박자에 의한 에너지 비축 방법이 되며 특별한 규제없이 규칙이 된다. 의식요(儀式謠)를 거행할 때에 는 지신밟기, 장례요, 성주풀이, 달구질 노래, 동티잡이 노래 등이 있다. 유희요(遊戱謠)는 놀이 할 때의 박자를 정확하게 유지하여 놀이자체를 흥겹고 신명나게 하는 방법이며 강강수월래, 널뛰기 노래, 놋다리밟기, 줄다리기, 대문놀이 등이 있다. 현재 우리 주위에는 상업주의와 이기주의가, 서양문화의 국적을 알 수 없는 향락소비 문화와 한탕주의 문화가 우리의 삶과 의식을 철저히 분리시켜 놓고 있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민요가 대중가요와 팝송, 록큰롤 음악과 랩음악에 밀리는 것은 당연하리라. 민요가 사라져 가고 있다. 이 순간에도 민요는 사라져가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사라지고 있고, 내일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창출하여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국악인 전용이 아니라 대중화 되도록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언제부터인가 유치원이나 국민학생들이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파티를 열게되면 떡 대신 케익이다. 깨끗한 정한수 대신에 콜라와 탄산음료수가 즐비하게 널려 있다. 우리 문화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렸다. 축하의 노래는 의례껏 해피버스데이 투유다. 거의가 내용도 모르고 유창하게 불러댄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스물네박 판소리로 부를 수도 있고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잦은모리, 단모리장단, 엇중모리장단, 타령장단, 대중가요, 팝, 디스코, 록큰롤, 랩음악 등 어떤 장단에도 잘 어울리고 쉽게 부를 수 있는 우리 민요인 축가(祝歌)가 있다. 민요를 읽어버린다는 것은 민족의 혼을 읽어버리는 것과 같다. 민족혼의 이음매를 이어가기 위하여 순수한 우리가락인 축가를 소개한다. 오늘이 오늘이소서 내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말고 오늘이 오늘이소서 내일이 오늘이소서 세넘어 주야장상에 오- 오늘이 오늘이소서, 오늘이 오늘이소서- “민요방 탄생!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다!” 꿈같은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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