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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8 | 연재 [사람과사람]
노동자들의 참문화 일궈내는<햇살문화>
윤희숙 편집기자(2004-01-29 15:02:27)


공단지역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특수한 상황아래서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문화가 만연 된 이리지역에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참문화를 일구어 내는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햇살문화>(대표&#8228;정현철)는 ‘올바른 가치관과 삶의 진지한 자세는 바로 올바른 문화형태 속에서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출발하였다. 지난해 7월 산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산악반을 만들어 활동해오다 뜻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모은 돈으로 더 많은 대중들과 좋은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이리시 창인동에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하여, 91년 2월 새로운 모습의 <햇살문화>를 탄생시켰다.
75명의 회원중 70%가 노동자로 이루어져 주체적으로 모임을 주도해 나가고 있어 학생운동 출신들이 이끄는 대부분의 문화단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활동을 통한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햇살문화에 문화의 기능적인 모습만을 기대했다가 발길을 돌리는 회원들의 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진정으로 올바른 문화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이 있어 어렵지만 힘차게 스스로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햇살문화>는 7개의 분반모임이 있다. 산악반 ‘산누리’는 산을 찾는 작업과 함께 산에 관한 전문지식을 얻기위해 공부하고, 월 1회 시사토론을 갖는다. 문학반 ‘트임’은 문학사를 공부하고 습작활동을 하면서 기존작가들의 시와 자신들의 습작들을 낭송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지난 봄에는 이광웅 시인을 초청하여 시창작 교실을 여는 등 폭넓은 문학세계를 체험하고자 노력한다. 사진반 ‘보임’은 주말을 이용해 카메라를 메고 야외에 나가 촬영 실습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품평회를 열어 서로의 활동을 격려해 준다. 영상반 ‘어울림’은 본격적인 영상작업을 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역량면에서 부족함이 있어 비디오나 영화상영 후에 작품에 대한 평가작업 등을 통해 작품감상능력과 비판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을 해나간다. 연극반 ‘우리’는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준비하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여 평가 받기도 한다. 연극반은 고아원과 노동현장 농성장소 등 그들이 힘이 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나서려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풍물반 ‘휘몰이’는 풍물연습을 통해 우리의 전통가락을 익히고, 어려운 기능들을 전수받기 위해 열심이다. 소리반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우리들의 삶의 진솔한 모습들이 담긴 노래들을 한마음으로 부른다. 이들 7개 분반들은 각자의 활동을 통해 얻어진 성과들을 모아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격월로 실시되는 공개발표회를 통해 전체회원들과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소모임 활동 못지 않게 전체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회원이나 초청인사의 발제와 전체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는 시사토론이 매주 목요일에 있고, 비디오 상영, 지도자 훈련 등을 통해 사회 가치관과 구조적 모순에 의한 불평등의 문제들을 토론하기도 하며 공개 발표회가 없는 홀수 달에는 전체 야유회를 가져 회원들간에 친목을 다진다.
문화적으로 소외 된 계층에 올바른 문화를 보급하여 개개인의 삶의 영역을 넓혀주는 작업을 통해 보람을 찾는 <햇살문화>의 대표 정현철 씨는 ‘음란한 영화포스터만이 즐비하던 거리에 햇살문화 회원모집 광고지를 처음 붙였을 때 노동자와 시민이 보여준 관심과 참여가 이 지역에서 우리의 작업들을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지를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고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가슴벅차했다. 다소 침체되어 있던 이리 지역의 문화활동이 햇살문화의 활동이후 조금씩 활기를 띠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터사랑>이 만들어진 것도 햇살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욕심만으로는 다른 제단체들과 연계하여 이 지역 문화를 발전적으로 이끌어 가고 싶지만 아직은 걸림돌이 많아 먼저 서로의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들을 우선해 나가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참된 민중문화’를 건설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햇살문화>는 제법 자신의 몫을 성실하게 해내는 모임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에만 머무르는 것을 거부한다. 아직도 그들이 이뤄야 할 작업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활동들을 튼실하게 꾸려가면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내는 일들이 햇살문화를 살찌우는 밑거름이 된다. 지금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노동자 중심으로 이끌어 지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문화 건설과 함께 자리잡아야 할 것이 청소년 문화의 정착이다. 입시위주의 억압된 교육 환경 속에서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런 이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풍물이나, 영상, 문학 등의 각 소모임들이 기초적인 과정에만 머물기 보다는 보다 전문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 많다. 이리에는 공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더러 있다. 원광대, 이리역 광장, 국민생활관 등. 이들을 활용하여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집체극을 다른 문화 단체들과 연합으로 공연해내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매월 펴내는 소식지는 아직은 회원들의 글을 싣는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전문적이고 교육적인 내용을 보강하여 엮어내고자 하는 바램도 가지고 있다.
침침한 지하실 자그마한 공간. 장마철의 눅눅함과 곰팡이 냄새로 가득한 곳에서 장고와 북 꽹과리 징으로 한바탕 놀고 노래도 토론도 연극연습도 공개발표회까지 허름한 조명등 아래서 부대끼며 해내지만 그들이 쏟아내는 땀의 가치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햇살문화>는 올바른 문화와 단절된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문화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그들의 생활에 변화가 일어, 삶의 주체로 당당하게 나서기를 바라고 또한 각 사업장에서 그들의 몫을 감당해 주길 원한다. 그때 비로소 노동자가 주인되고 노동의 진정한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락처) 이리시 창인동 1가 200-1 <햇살문화>
전화 (0653) 857-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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