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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9 | [문화저널]
물에 얽힌 글자풀이
환안웅․향토사학자 (2004-01-29 15:05:43)
「아름드리 큰나무도 털끝만한 뿌리에서 비롯되고, 구층으로 높은 대도 땅바닥으로부터 일어나며, 천리의 먼 행자도 발밑에서부터 시작된다」(含抱之木生於毫末, 九層之臺起於累土, &#20031;千里之行施於足下)고 노자는 말하였다. 이런 논리대로 말하자면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듯 방울이 모여 대해를 이루는 것」이다. 즉 땅속으로 스며든 물방울 하나 하나가 제일 먼저 모이는 곳은 어떤 곳인가? 말할 것도 없이 언덕에 붙은 샘이다. 그렇기에 샘이라는 ‘泉’은 물구멍 (&#20031;)에서 물이 흘러 나와 일단 샘안에 고였다가 (曰) 그대로 넘쳐흐르는 모양(水)을 본뜬 글자며, 언덕이라는 ‘原’은 언덕(음은 한) 아래 으레히 옹달샘(泉)이 있음을 나타낸 글자다. 그렇다면 물이라는 ‘水’는 어떻게 이루어진 글자일까? 다름 아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를 때에 그 단면은 대개 v자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운데는 빨리 흐르고, 양편은 더디게 흐를 수 밖에 없는 흐름의 모양을 그대로 나타낸 글자다. 특히 <주역>의 팔괘에 물을 나타내는 ‘坎’ 역시도 또한 ‘ ’으로 나타내고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언덕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물이 고인 곳을 일단 ‘샘’이라 치면 언덕 밑에 굴러 떨어져 있는 것들은 ‘돌’이기 때문에 ‘石’은 곧 언덕 밑에 (厄) 있는 것들 (口)을 그대로 나타낸 글자며, 나아가 산중턱에 있는 그대로 서 있는 큰돌은 ‘岩’이라 썼다. 그러니 산자락과 산자락이 마주쳐 내린 골짜기에는 자연적으로 첫째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 돌이 너절하게 쌓여 있을 수밖에 없고, 둘째 샘에서 흘러내린 물이 돌을 피해 쫄쫄쫄~ 소리를 내며 밤낮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谷’은 곧 돌(口)을 비껴 흐르는 물결 모양을 그대로 나타낸 글자라, ‘浴’은 골짜기의 물로 씻다는 뜻이다. 흔히 「산골 물이 세다」고 한다. 그 까닭은 산의 높이 만큼이나 가파른 경사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센 것이며, 또 굴러 떨어지듯 쉼 없이 쫄쫄쫄~ 흐르기 때문에 한없이 맑다는 뜻도 포함된 말이다. 그러므로 ‘맑다’는 ‘淨’은 작은 골짜기에서 큰 골짜기로 다투어 모여 맑음을 나타낸 글자다. 그럼 작은 골짜기의 물이 다투어 모여 흐르는 큰 골짜기의 물은 어떻게 썼는가? 왈 ; ‘溪’라 하였으니 ‘溪‘란 작은 줄기(&#24186; ; 작을 요)를 하나하나 긁어(爪 ; 손톱 조) 모아, 보다 큰 줄기(大)를 이룬 물(水)이라는 뜻으로 쓴 글자다. 언덕(原)의 샘(泉)에서 흐르는 원천수(源)가 작은 골짜기(谷)를 지나 큰 골짜기로 모여 흐르는 물 →(溪)은 다시 모여 내 →(川를 이루니 바로 ‘川’은 곧 ‘양 뚝 사이로 흐르는 물’을 나타낸 글자다. 따라서 原―泉―溪는 아직 산 속을 벗어나지 못한 산중의 물을 뜻함이라, ‘溪谷’은 산을 배경으로 하여 흐르는 물이라 보면 ‘溪川’이란 산을 벗어나 평지 사이를 흐르는 물을 뜻함이라 볼 수 있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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