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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9 | [문화칼럼]
문제의 주체적 자각과 근원적인 극복의 노력
도법 ․ 실상사 스님 (2004-01-29 15:08:27)
지역감정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라를 망치는 병중의 하나가 지역감정인 만큼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더구나 선거 시기가 되면 정치인들은 너나없이 지역감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노라고 호언을 하며 나선다. 어떤 측면에선 지역감정 때문에 금방 나라가 무너질 것처럼 떠들어대는 언론과 정치인들의 엄살이 국민대중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런가 하면 선거 때가 되면 자기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교묘하게 지역감정을 역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실은 정치인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분개하는 국민대중들도 결정적인 순간에 가선 지역에 대한 집단 이기심에 따라 처신하는 것이 오늘의 일반적인 현상들이다. 정치인들을 위시로 하여 지식인들은 물론 전체 국민대중 모두가 민족 전체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깨어있는 의식과 확고한 의지를 갖지 않는 한 우리들의 노력은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말 것이다. ‘문제 안에 그 해답이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면 어디에 있는지 또는 올바른 방법은 어떤 것인지 등의 무제를 근원적이고도 바람직하게 풀어가려는 문제 의식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 동안의 지역감정에 대한 주위주장과 그 해결책들이 피상적이고도 지엽적인 것들을 즉흥적이고도 자기 편한대로 들고 나와 우왕좌왕 해왔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의 하나인 지역감정의 문제가 해결되는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데 그 원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한가지는 대부분의 국민대중들은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잘 배려한다면 바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지역감정문제는 정치인들이 정치, 경제적으로 특정지역을 소외시킴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에게 그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그 해결도 그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믿어 버린다. 마치 축구경기를 구경하는 관중들이 ‘축구를 하는 일 또는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몫이다.’ 따라서 관중에게는 주체적이 책임도 없을 뿐 아니라 해결의 역할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문제의 심각성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만일 자신을 포함한 국민대중 모두에게 책임과 역할이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정치인에게만 책임과 역하이 있는 것으로 여기면서 그들이 하는 짓을 바라보며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관중으로 남아 있는 한 문제의 골이 더욱 깊어져 갈 것임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어떤 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너나없이 염려하고 있는 지역감정의 문제도 지역과 남녀노소를 떠나 이 나라 국민으로서 주체적인 책임과 역할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식하는데서부터 출발될 때 실마리가 풀리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문제의 원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문제 해결의 올바른 방향과 방법에 의하여 지속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할 때 비로소 조금씩 가닥이 잡혀가는 것이 세상 이치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만병 통치약이란 이세상 어디에도 있지 않다. 어떤 지도자에 의 해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일은 언론, 정치인, 국민대중 할 것 없이 모두가 문제에 대한 주체적인 공동인식을 갖고 막연한 명분의 구호로서가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이와 같은 작은 변화의 흐름들이 모여 큰 흐름으로 형성되어져 가는 것임을 냉철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턱대고 성급하게 서두른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감정 문제에 대한 지역(국민)대중의 주체적인 책임의식의 자각과 그 해결을 위한 능동적인 노력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독립기념관에 가보면 신라불교를 대표하는 황룡사지와 백제불교를 대표하는 미륵사지의 모형도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난다. 아마도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황룡사 모형도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게 만들어진 미륵사지 모형도를 보며 무성을 생각하게 될까. 그 뿐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전북지역의 역사 유적지들(남고산성, 남원만복사지, 구산선문의실상사, 위봉산성)은 제대로 복원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소풍 때마다 방치된 자기 고향의 역사유적을 보았던 아이들이 말쑥하게 복원된 다른 지역의 역사유적들을 보는 기분은 어떠할까. 지금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역사교육자체가 한쪽에게는 우월감을 갖게 하고 다른 한쪽에게는 패배감과 좌절감을 갖게 하는 불평등한 구조의 문제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지역감정이란 바로 열등의식과 피해의식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현상임을 생각할 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너무나 자명하다. 즉 자신이 태어난 곳의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갖게 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선 정치, 경제적 배려란 한낮 현상적 무마책에 불과 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언젠가 미국인과 프랑스인이 다투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역사도 없는 나라 사람과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프랑스인의 단호한 한마디는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정치적인 배려와 재정적인 뒷받침을 이끌어 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우리 역사와 문화 전통에 대한 올바른 인식으로 통일된 한 민족이라는 주체적인 자각과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회복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는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공부와 그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노력에 역량들을 모아 가는 일이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작은 노력의 하나로 독립기념관에 있는 사지 모형도의 규모도 다시 조정되도록 하는 실천들을 주체적으로 할 때 우리 모두는 자신의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갖게되고 나아가 지역감정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어 갈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살고 있는 곳의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있지 않고선 역사적인 패배감과 피해의식, 그리고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역사의 진리를 깨달아야 할때가 지금인 듯하다. 그리고 이런 일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주체적인 자각과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임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어느 정도이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는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진지하게 반문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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