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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9 | [사람과사람]
정주시민의 사랑방 정주 시민도서문고 「책사랑」
김연희․문화저널 기자 (2004-01-29 15:10:24)
한 권의 책을 여유 있게 읽어 가는 현대인은 얼마나 될까? 현대의 바쁜 생활 속에서 책을 여유 있게 대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며 점점 여유를 잃어 가는 현대인들의 의식에 원인이 잇지 않을까. 이러한 각박한 현실을 책을 통해 변화시켜 보고자 나선 시민도서문고 「책사랑」을 찾아가 보았다. 정주시 장명동에 위치한 「책사랑」은 89년 6월 개소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한 사업을 해오고 있다. 건전도서의 폭넓은 보급을 매개로 지역 주민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올바른 정신문화 형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책사랑」 시민 도서문고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낸 끝에 현재와 같은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개소한지 얼마안돼 불어닥친 회오리는 「책사랑」의 존폐를 가름하는 큰 사건이었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던 방위병들의 의식화학습을 문제삼아, 「책사랑」과 정주의 문화단체들에 대해 강한 탄압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그 사건이 있은 후의 후유증은 매우 컸다. 「책사랑」을 운영할 공간도 없어지게 되었고, 운동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혀 버려 정주시내의 시민들과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돼버린 때도 있었다. 이때에는 책사랑을 독서모임 형태로 운영하면서 잠시의 충전기간을 가졌고, 책사랑의 재기를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그후 서서히 정주시내에 거주하는 직장인들과 정주지역의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회원으로 가입하기 시작하면서 작년에는 학생회원을 포함해 회원이 2백여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책사랑」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도서대여 사업이다. 또한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독서상담과 지도 사업, 다양한 시민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보급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나누어 문화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인사들을 초청해 건강, 역사, 시사적인 문제 등 여러 주제를 가지고 강연회를 가지기도 하고, 노래패를 초청해 공연을 열기도 했다. 초청강연회에는 안도현 시인, 소설가 정도상씨, 김용택 시인등을 초대해 강연을 듣기도 했고, 지난 6월에는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래패 「선언」노래공연을 가졌다. 이러한 문화행사와 함께 매달 발간하는 회보는 빼놓을 수 없는 「책사랑」의 얼굴이다. 많은 분량도 아니고 타자기로 친 글씨에 적은 부수이지만 책사랑 회보는 「책사랑」의 회원소식뿐 아니라 신간안내, 여러 가지 기획물과 특집물, 쓰고 싶은 글 등을 담아, 회보에 실린 여러 글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한다. 「책사랑」의 회원은 현재 120여명이다. 각 분반에 들어 책사랑운영과 분반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참여회원이 약 40여명이고, 정주․정읍지역에서 도서대출만을 이용하고 있는 독서회원이 약 60여명이다. 또한 책사랑의 목적에 동의하지만 제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후원회비를 납부하는 후원회원이 약 20여명 가량 된다. 이러한 후원회원들의 도움은 책사랑의 운영에 큰 힘이 된다. 회원들은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다. 그중에서도 20대 중반, 후반의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사랑의 회원은 정주시민이면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신입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세차례의 교육을 받아야한다. 책사랑에 대한 제반사항을 설명듣는 소개시간이 있고, 책사랑의 이념교육과 지역어른들과의 대화시간도 가진다. 한동안은 한달에 한번씩 신입회원 교육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신입회원이 5명이 모이면 교육이 실시된다. 책사랑의 가장 중요한 재산은 1,700여권의 책이다. 문학부분의 책이 880여권, 사회과학이 320여권, 철학 100여권, 아동도서문고 220여권을 비롯해 역사, 철학, 종교, 예술, 과학 등 여러분야의 책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처음 책사랑이 문을 열었을 때는 전북지역의 여러 서점들의 도움을 받았다. 전주의 금강서점, 새날서점, 이리의 황토서점 등에서 책사랑의 더욱 큰 발전을 바라는 뜻에서 후원을 해준 것이었다. 요즘에는 책을 지원 받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몇 권의 신간 도서를 구입한다. 어려운 살림에 많은 책을 구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책사랑의 대표 주요섭씨는 “이제 책사랑도 시민단체로 더욱 큰 성장을 해야 합니다. 그러자니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단순히 독서모임을 가지는 단계를 넘어서야 할 시기입니다. 물론 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더 많은 대중과 회원을 확보하고 정주시의 진정한 시민문고로 자리 잡기 위한 준비기간이 지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힌다. 「책사랑」의 기조를 이루는 가 분반모임은 시사반, 문학반, 지역사회연구반 등의 소모임에 소속된 회원들이 일주일이나 2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가진다. 이 소모임을 통해 「책사랑」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 책사랑은 정주지역내의 사회단체와의 연계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다른 단체의 강연회 및 행사에 참여하는 등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책사랑의 이런 대외활동은 정주지역의 시민운동단체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책사랑 대표 주요섭씨는 회원들의 참여의식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소속감을 가지고 독특한 자기의 이념을 세운다면 현재의 책사랑보다는 더 활발한 시민문고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위의 기대와 정주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상한 사명을 느낀다고. 책사랑을 위해 실질적인 일에 임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지만 정주의 뿌리를 지켜가는 젊은이들의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책사랑」이 시민도서문고로써 튼튼하게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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