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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0 | [건강보감]
우 울 증
황익근․전북대 의대 교수 (2004-01-29 15:38:17)
살아가면서 우울한 감정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사별, 자존심의 상실, 경쟁에서의 패배 혹은 건강의 상실 등을 경험할 때 보통 사람들은 누구나 우울한 감정에 젖어 들기 마련이다. 사실 우울한 감정은 보편적인 인간감정일 뿐만 아니라 인간다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이 일정기간 이상 지속되거나 그 정도가 심한 때, 그래서 일상적 삶에 장애를 초래할 경우에는 우울증이라 하여 의학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예컨대 우울증으로 인하여 불면증, 식욕 및 성욕 감퇴, 체중감소 그리고 의욕상실이 지속되거나 자살욕구가 증가할 경우는 가급적 빨리 입원하여 정신의학적 전문치료를 받아야 할만큼 심각한 상태에 속한다. 그런데 우울증이 이처럼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단순한 식욕부진, 피로감, 소화장애, 수면과다 혹은 수면감소 등 비특이적 신체증상만 표면에 나타나고 우울한 감정은 은폐되어 있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런 경우 생활사 및 병력을 자세히 조사해 보면 신체증상의 근저에는 우울증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우울증이 신체증상으로 은폐되어 있다고 해서 가면성 우울증이라고도 한다. 이런 가면성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자신의 병이 신체적인 것으로 믿기 쉬우며 그 결과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나 정확한 진단명이 나오지 않기 일쑤다. 우울증은 편의상 외인성 우울증과 내인성 우울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외인성 우울증의 경우는 우울증이 올 만한 외적 요인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애정의 대상을 상실했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 외인성 우울증인데 이 경우는 치료에 대한 반응도 좋고 예후도 좋다. 내인성 우울증은 외적 요인보다는 뇌의 신경전달 물질의 결핍이나 호르몬 분비 이상과 같은 내적 요인에 의해서 발병되는 것으로 추측되며, 외인성 우울증에 비해서 우울증상이 심하다. 대개 의욕상실, 흥미의 감퇴, 활동욕구의 상실, 죄책감, 자책감과 같은 심리적 변화와 더불어서 식욕 및 성욕의 감퇴, 불면증, 체중감소, 구갈, 변비와 같은 생리적 변화가 동반한다. 특히 여성에게 많은 갱년기 우울증의 경우 우울증상과 더불어 불안 및 초조감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내인성 우울증에 속한다. 내인성 우울증중에는 계절에 따라 우울증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일조량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조량이 짧아지는 가을과 겨울철에만 우울증이 발생하다가 일조량이 길어지는 봄철과 여름철에는 호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경우 치료방법으로 일정량의 인공광선을 계속 쬐어주거나 아예 따뜻한 나라도 전지요양을 시킨다. 우울증은 항우울제의 투여 등 적절한 치료에 의해서 비교적 쉽게 치료될 수 있는 정신장애의 일종이기는 하나 적절한 치료기회를 놓칠 경우 자살에 이르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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