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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0 | [문화저널]
공소(천주교 교우촌) 연재를 시작하며
최진성․ 남원여고 교사 (2004-01-29 15:48:35)
이번호부터 <저널여정>에서는 조선후기 관원의 박해와 일반인들을 피해 신앙생활을 계속 하려는 천주교 신자들의 교우촌 즉, 공소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완주군 고산면 저구리에 우리나라의 첫 교우촌이 형성된 것을 비롯하여 500여개의 교우촌이 분포했으나, 지금은 약 100여개가 남아있어 전북지역이 공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는 「문화저널」 편집위원이면서 진안공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이상훈선생님께서 전북지역에 분포되어있는 장승과 짐대, 들독 등 민속신앙물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 실리는 <저널여정>은 역사를 전공했고 현재 남원여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최진성선생님께서 맡게 됩니다. 이글은 조선후기에 전래되어 지금은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1. 공소란 무엇인가? 공소가 무엇인가를 밝히기 전에 먼저 천주교 취락 또는 교우촌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조선시대 후기에 전래된 천주교는 유교와 대립되는 정치 사회적 이념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관원과 일반인들의 눈을 피해 신앙생활을 계속하려는 신자들이 교우촌들을 형성하였고, 전라북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791년에 완주군 고산면 저구리에 교우촌이 형성되었다. 이후 계속되는 박해를 피해 찾아오는 신자들이 많아지면서 약 500여 개가 넘는 교우촌들이 분포하였지만, 지금은 약 100여 개가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교우촌들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인접해서 분포하고 있다. 천주교에서 미사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겠으나 미사 참여가 신앙생활의 유지에 중요하였으며, 이를 위해 신부들이 큰 교우촌들을 중심으로 1년에 겨우 몇 번 들르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미사를 할 장소가 필요하였고, 그래서 마련된 것이 바로 공소(公所)다. 성소(聖所)로서의 기능을 갖는 공소를 소유한 교우촌들에는 자연히 신자들이 많이 거주하게 되었으며 인접한 교우촌들의 중심지가 되었다. 공소를 짓기조차 어려웠던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서 전교회장 및 공소회장의 집이 임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신자들은 미사에 참여할 때, 비로소 서로가 만나는 기쁨을 갖게 되고 서로 위로하며 함께 사는 의미를 발견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초기 그리스도 교회 공동체가 이 곳에 건설되었다고 한 바 있다. 교회 박해가 끝나고 전교의 자유(1886년)가 주어지자 공소 대신에 성당을 신축하고, 주임신부가 상주하면서 공소시대가 끝나게 되었다. 그래서 전라북도에도 1891년 완주군 운주면 되재(升峙)공소에 처음으로 성당이 지어졌다. 그러나 점차 신앙 외에 먹고사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좁은 경지에 많은 신자들이 몰려 있다보니 살기가 어려워지는데다 경제개발 바람이 불어 도시로 이주하는 신자들도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교회의 전교 정책도 도시 중심이 되었다. 그 결과 1963년 전라북도 모든 시 군 중심지에 1개 이상의 성당이 세워지면서 1군 1성당주의 정책이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전주교구는 성당 중심으로 행정단위가 조직 되었으며, 성당은 공소들을, 그리고 각 공소는 가까운 교우촌들을 관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도시 위주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산간분지에 위치하는 소규모 교우촌들은 점차 없어지고 공소가 있는 큰 교우촌들만 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공소=교우촌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다. 이 공소(교우촌)들도 대부분 성당까지의 거리가 멀어서 교회력으로 중요한 시기만 제외하고는 공소에서 미사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신부들이 과거처럼 공소들을 일일이 방문하고 있다. 이상에서 공소는 2가지 개념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좁은 의미의 공소는 성소의 기능을 갖는 집 또는 가옥을 말하며, 넓은 의미로는 이 가옥을 포함한 교우촌 전체를 가리키고있다.(사진 참고) 2. 공소를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필자가 조사할 공소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여기에서의 공소 개념은 후자의 넓은 의미를 가리킨다. 첫째, 공소가 세워지기까지의 발달 과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에 대한 많은 자료가 유실되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나 교회사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둘째, 공소의 평면적 모습을 알아보고자 한다. 즉 공소의 뒷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촌락들의 형태 및 구조와 기능 그리고 위치상의 특징들이다. 이는 일반 취락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셋째, 공소 신자들의 생활 모습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들이 1년 365일을 어떻게 지내는지, 특히 그들의 경제 사회 종교적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상의 것들을 조사하기 위해 필자 나름대로 1989년 12월 공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1990년 1월과 2월에 걸쳐 30여 개 공소를 답사한 바 있다. 아직 부족한 자료는 답사를 통해 보완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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