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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0 | [문화저널]
원자력 발전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영광원전을 중심으로
장주선․영광녹생동아리준비위원장 (2004-01-29 15:50:59)
1. 지난 8월 21일, 광주 전남의 모든 언론과 일부 중앙 일간지에서 영광원자력발전소(이하 영광원전)의 한 세탁부가 사망한 사실이 크고 작게 보도되고 있을 때 영광원전의 전시관에서는 고창어민들 20여명이 해양연구소 측의 원전 온배수에 의한 환경영향평가 최종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같은 시각 5,000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영광원전 3․4호기 건설에 투입되었고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영광원전 1호기 보수 작업에 들어가 상당량의 방사능에 자신의 몸을 노출시켰다. 같은 날 전국의 반핵, 환경단체들은 영광원전 세탁부 사망과 관련하여 방사성 피폭노동자 문제를 쟁점화시킬 태세를 갖추고 건설 중인 영광 3․4호기, 울진 3․4호기, 월성 2호기의 건설 중단을 요구하였고 이에 반해 한전은 세탁부 사망의 원인은 지병이 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으며 한전의 간부급 퇴직자들이 주축이 된 원자력문화진흥재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엄청난 경비를 써가며 신문과 TV를 통해 원전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었다.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이 위와 같은 사실들을 만났을 때 상당히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전기의 편안함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 속의 결정에 굴복하여 원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거나, 원전에 관한 팽팽한 두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나날의 바쁜 일과에 비해 너무 골치아픈 사안이라고 치부하여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제쳐놓기 일쑤다. 이같은 원전에 대한 무관심이나 판단의 유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 미국과 유럽의 평범한 주부들이 원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원전의 건설저지 등 행동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서울YMCA회장이라는 사람은 TV 심야토론에 나와 전기의 공급을 위해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원전에 대한 무관심이 극단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국민적 무관심 속에 원전을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와 한전 그리고 재벌기업들은 원전의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가 하면 이에 대항하고 있는 반핵, 환경단체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막강한 권력과 돈의 위압에 눌려 목소리조차 제대로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나아가 일부 국민이 원자력문화진흥재단이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홍보하고 있는 내용 즉, ‘원자력은 무공해 청정 에너지’라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앞날을 더욱 기약할 수 없게 만든다. 원자력발전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와 얼마만한 범위에 걸쳐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것은 이미 더 이상 논쟁할 가치가 없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1986년 9월에 한전은 한국전력기술(주)의 용역을 받아 1,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원전 11․12호기(영광 3․4호기)의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환경처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 원전으로부터 반경 16km에서 80km에 이르는 인구분포현황이 2035년까지 10년별로 정리되어 있음은 시사하는 바 크다. ‘원자력이 무공해 청정에너지’라면 구태여 환경영향평가서를 만들 필요도 없거니와 반경 80km에 이르는 인구분포현황-전주, 광주를 포함하여 전남북 거의 전지역을 망라한다.-을 원전의 수명이 다하는 30여년 뒤까지 예측할 필요는 아예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한정된 지면속에 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이와 관련된 좋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으므로 원자력발전 전반에 관한 것은 그 책들에게 넘기기로 하고 여기서는 우리 이웃에 있는 영광원전-전남과 전북의 경계 지역에 위치-이 실제로 환경에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가 그리고 영광원전 3․4호기가 완공되었을 경우에 과연 우리의 환경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2 원전에 의한 환경의 피해는 안전 사고시 상상을 초월한 방사능 오염, 정상가동 중 방사능의 방출, 원전 노동자의 피폭, 원자로 자체를 포함한 핵폐기물 문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전은 이미 미국의 드라마일 섬 원자로 사고와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그 안전성의 신화가 깨졌다. 지구의 절반 이상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체르노빌 사고는 반경 30km 이내 주민들이 삶터에서 쫓겨나는 등 지금까지도 방사능 오염과 관련되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암, 백혈병 등으로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으며 기형아 출산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사고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원전 추진 측은 소련의 원전은 격납용기도 없는 등 우리나라와 다르며 우리와 같은 원자로인 미국의 사고에서 오히려 안정성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의 사고에서 1,000톤이나 되는 원자로 지붕이 날아갔던 것을 보면 원자력의 가공할만 파괴력에 격납용기가 결코 안전장치가 될 수 없으며 미국의 사고에서도 노심이 60%정도 녹아 원자로가 폭발직전에 이르러 가까스로 방사능에 오염된 가스를 분출시켜 소련과 같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영광원전의 경우, 지금까지 총 30여 차례 불시가동중지 사고가 있었는데, 88년 3월 26일에는 핵연료봉 교체시 제어봉의 일부가 구조물과 함께 딸려 올라가는 심각한 사고가 있었으며 서울 올림픽 때에는 전시효과에 따른 전력의 무리한 공급을 위해 안전조치를 무시하고 가동하여 벌금을 무는 등 영광원전도 대형사고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리원전에서 보듯 원자로의 수명이 오래될수록 이러한 대형사고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단 이러한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원전은 정상운전 중에 일상적으로 방사능 가스와 액체를 방출한다. 원전 측에서는 좀처럼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원전 주변의 방사능 농도는 다른 도시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다’는 말로 회피한다. 원전의 방사능 일상적 방출은 핵분열로 생긴 방사능 가스의 분출과 방사능 액체인 1차 냉각재가 고압력을 유지하기 위한 부피의 조절, 붕소의 농도 조절, 세탁소나 펌프의 회전축 등으로 인해 유출되며 이것이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2차 냉각수-온배수-로 혼입하여 배출된다. 1988년도 원자력연감에 따르면 87년 한 해만도 영광원전에서 방출된 액체방사능 물질은 480퀴리, 기체방사능 불질은 334퀴리나 된다. 일반적으로 환경의 방사능 농도를 나타낼 때 1조분의 1퀴리인 ‘피코퀴리’라는 단위를 사용함으로 미루어 원전에서 방출되는 액체, 기체 방사능 물질이 얼마나 많은 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두려운 것은 이러한 방출의 경로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가스를 분출시킬 때 바람의 방향이 전주 쪽이었는지 광주 쪽이었는지 또는 바람의 속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분출된 가스 속에 함유된 방사능물질의 농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온배수 속에 함유된 액체방사능 물질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방출된 방사능물질은 생물체에 직접 흡입되거나 2․3차의 먹이 연쇄를 통해 생물체에 농축되어 최종 섭취자인 인간에게는 암, 백혈병, 기형아 출산 등 각종 방사능 질병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우리들의 방사능 측정기인 가이거뮐러 계수기로 측정한 결과 원전의 주변보다는 원전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방사능 농도가 더 높게 나왔다. 이같은 현상은 원전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해풍이 불고 연안의 해류 또한 밀물과 썰물에 의해 다른 해역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데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요약하면,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물질은 원전주변에서 상당히 떨어진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 분산되고 이는 바람과 눈, 비 등 기후조건과 2․3차의 먹이사슬에 의해 대도시든 농촌이든 가릴 것 없이 우리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흡입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 물질이 인간의 감각으로는 그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밀기기를 사용해야 가능한 반면에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는 인근 어장의 심각한 황폐화를 초래하기에 바다를 근거로 삶을 영위하는 어민들에게는 그 폐해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영광원전의 발전량은 190만kw, 영광원전은 이 출력의 2배 정도인 약400만kw에 해당하는 열을 온배수를 통해 바다로 내뿜고 있다. 초당 약 130톤의 뜨거운 물이 바다로 쏟아지고 있는데 이 양은 금강의 2배가 넘는 유출량이다. 이 온배수 속에는 방사능 물질뿐 아니라 온배수의 흐름을 원활히 소통시키기 위해 염소, 황산 등의 독극성 화학물질이 섞여 있다. 만약, 이를 지도상으로 표시한다면, 영광원전이 있는 곳에 금강의 2배만한 강을 그려넣고 이강의 주성분은 뜨거운 해수 및 공업용수, 이 물속에는 방사능 물질과 독극성 화학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고온과 고열에 거의가 죽어버린 엄청난 양의 어폐류가 섞여 있다는 특성을 적으면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원전은 가동 중에 노동자의 피폭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쓰고남은 핵연료를 비롯 수명이 다한 원자로 등 핵폐기물을 수백 년에서 수십만년동안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를 한꺼번에 한정된 지면 속에 다루기가 힘드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3 지난 8월에 고창군 어민들은 영광원전 측에 현재 건설중인 영광원전 3․4호기의 온배수 배출구를 공해상까지 연결시키지 않는 한 3․4호기 건설 중단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미 가동중인 1․2호기로 인해 고창군 고리포, 구시포, 장호 등지의 어장이 쑥밭이 된 것을 보아온 어민들은 3․4호기가 완공되면 심원, 해리, 부안 등지의 어업 또한 마찬가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발벗고 나선 것이다. 온배수는 원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영광 3․4호기가 완공되면 반경 80km내의 지역은 물론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이 방사능 사고와 무관하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두환 형제가 개입된 공사 낙찰,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안전성보증 거부, 130만kw급을 축소변형한 모델, 성급한 국산화율 제고로 인해 우려되는 날림공사 등 ‘부정비리, 안전무시, 짜깁기 원자로’인 영광원전 3․4호기가 이미 60% 이상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국민과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전남북 도민은 물론 온국민의 생존을 담보로 한 채 무모한 도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손잡고 나서서 이 도박을 그치게 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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