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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 | [문화계 핫이슈]
풍성했던 이 가을의 연극무대 - 두 연극 <탁류>와 <석관>
문화저널(2004-01-29 16:06:20)
가을걷이가 한창인 풍성한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이 지역의 대표적인 극단들이 잇달아 작품을 무대에 올려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했다. 「황토」와 군산의 「동인무대」가 합동으로 <탁류>를 군산과 전주의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했다. (전주 : 10월 16, 17일, 군산 : 10월 2일)「전주시립극단」은 정기공연 작품으로 <석관>(10월 24일~11월 8일)을 창작소극장 무대에 올려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이들 두 작품은 시대배경과 원작자, 극에서 다루어지는 문제 발표공간 등이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각각 큰 관심을 모았다. 해방을 전후한 일제의 탄압기에 풍자성이 강한 작품들을 발표하여 그 시대 풍자문학의 대가로 알려진 군산출신의 작가 채만식의 소설을 군산대 박환용교수가 각색한 <탁류>는 군산을 중심무대로 일제 강점기의 사회상과 민족의 애환을 정초봉이라는 여자주인공의 파란 많은 삶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 전라예술제 행사 무대에 「황토」와 「동인무대」가 합동으로 올린 이번 공연 <탁류>의 연출을 맡은 이호중씨는 원작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사실적 전개는 압축하고 표현주의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자칫 나른해질 수 있는 극의 흐름을 빠르게 간결하게 진행시켜 관객들에게 작품이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구소련의 극작가 블라디미르 구바레프의 문제작 <석관>은 작품의 배경이 소련이라는 관료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과 극에서 다루는 문제가 인류공동의 관심사인 핵문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들은 표면적인 주제에 불과하고 정작 다루어지는 문제들은 위기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다양한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열 개의 병실에 수용된 원폭피해자들과 연구소의 소장과 의사들 그리고 정부의 관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생각들은 이 연구소에서 소멸되어가는 삶을 살아가는 베스메일토누이(불사신)라는 인물을 통해 이끌어내어진다. 연출을 맡은 김정수씨는 원자력의 사용에 아무런 결정권도 가지지 못한 이들이 결국 원폭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지만 그 사건의 책임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통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의 소재가 빈번하게 실종돼버리곤 하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삼고자 하는데 중심을 두고 극을 이끌어 간다고 밝혔다. 진지한 작품의 전개과정에 개그의 한 장면 같은 내용을 삽입하여, 극의 진지함을 반감시키는 <탁류>의 일부 장면이나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의 인물들이 1시간 50분동안 나열식으로 표현되는 <석관>의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평면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은 모두 무대구성과 음향, 무대장치, 의상 등이 탁월했다는 평을 받았다. 군산에 있는 극단과 전주의 극단의 합동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시립극단의 무대에 황토의 배우들이 특별출현하는 등의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 이번의 공연은 전주지역이 안고있는 연극의 열악한 상황중의 하나인 배우가 모자라다는 문제와 각 극단사이의 갈등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밝은 전망을 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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