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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 | [서평]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경제학』 (유시민, 푸른나무, 1992)
지역사회연구모임 (2004-01-29 16:08:55)
우리말에 ‘수염이 대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배고품을 달래고 나서야만이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매슬로우의 인간욕구의 피라밋에서 가장 밑에 생리적 욕구가 위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먹고사는 것은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과 관계되는 일을 다루는 경제학에 사람들의 관심이 큰 것 같다. 경제학에 대한 큰 관심과 달리 쉽게 손이 안가는 책이 또한 경제학이다. 그것은 경제문제에 대해서 소박한 관심을 가지고 대하기에는 서점에 나와있는 경제학책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 학교 때 수학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관심의 정도와는 달리 경제학 서적을 대하는 정도는 낮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부터 친근감을 주고<항소이유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 소설 『달』로 유명한 유시민이 저자이어서 부담감을 덜어 준다. 이 책은 경제학의 이론을 하나하나 다루기 보다는 경제 이론의 배후에 놓인 철학과 사고방식을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국부론』의 아담 스미드, 인구법칙로의 맬더스에서 마르크스, 케인즈 그리고 전문적인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경제학에 남다른 업적을 세운 고르바초프, 토플러까지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룬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생애는 실로 다양하다. 영구의 경제학자인 맬더스는 목사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모든 행위를 비난하면서 빈곤은 인구법칙이 내린 불가피한 운명이라고 말한다. 또 그와 동시대에 살면서 가장 절실한 친구이자 맞수였던 리카도는 주식 브로커로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평생을 가난과 질병과 싸우면서 망명 생활을 하는 고달픈 인생을 살기도 한다. 이처럼 역사에 자신의 발자취를 선명히 남긴 각각의 경제학자들의 생은 다양하였다. 경제학에서는 학자들의 사상과 이론에 대해서 다양하게 분류하지만 오늘날에는 신고전학파, 신리카도학파, 케인즈학파,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 유시민은 ‘부자의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이라는 분류법을 선택하였다. 이 책에서 다룬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두 진영중 어느 한편을 뚜렷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사상의 역사를 이 두진영 사이의 사상적 투쟁의 역사로 파악할 수 있다. 즉 경제사상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논쟁은 주로 분배문제를 둘러싼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 사이의 투쟁인 것이다. 이 두진영은 부의 분배문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든 면에 대해서 서로 대립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빈민의 경제학’의 대표학자인 마르크스와 ‘부자의 경제학’의 대표학파인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대립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인류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이고 불합리한 질서라고 생각한 반면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에게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부합되는 자연스럽고 영원한 질서로 보였다. 또 마르크스는 주기적인 공황과 대규모적인 실업이 자본주의의 신천적 질병이라고 진단했지만,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태양흑점주기설을 들면서 단지 우연하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필연적 파멸을 선고하고 프롤레타리아혁명과 사유재산의 폐지를 그 대안으로 주장한 반면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미래에 영원한 번영이라는 축복을 내리고 인류는 누구나 좀 더 나은 생활을 영유할 것임을 주장한다. 현실 사회주의권의 퇴조로 두 진영은 겉으로는 부자의 경제학 쪽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쪽도 승리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부의 편중문제, 환경문제, 인종문제, 노인문제, 도시문제 등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찬사나 비난을 경계하고 두 진영의 경제학을 이해하고 그것을 올바로 계승 발전시켜 인류의 앞날에 보탬이 되도록 하여야 하겠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잇는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경제학을 우리의 곁으로 성큼 다가올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경제학에 대하여 많은 지식들을 주는 책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드, 자신의 조국 독일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자유무역론을 반대했던 프리드리히 리스트, 진보와 함께 빈곤이 따라오는 현상을 우리시대의 거대한 수수께끼라고 말한 헨리 조지 등 이책에서 나오는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이론은 자기가 사는 세상을 올바르게 인식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정리&#8228;정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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