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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 | [특집]
공연활동 제한하는 전북의 문화공간
신경옥․현대무용단「사포」단원 (2004-01-29 16:20:36)
추수하는 저 들녘은 정겹게 타오르고 있고, 가을이 성숙하게 익어가고 있다. 풍성한 이 계절만큼이나 올해에는 문화행사도 다채롭고 특히 춤의 해를 맞는 무용계는 한층 부산한 움직임으로 많은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방보다는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 공연현황을 보면서 양적, 질적으로 편차가 심한 이유를, 나름대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용인의 자격으로 전주의 경우를 들어 생각해 본다. 전북을 대표하는 예술의 중심부인 전주, 이곳은 예로부터 우리 고유의 가락과 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지켜왔다. 옛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나 기존의 양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식의 공연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무용 일색이던 전북무용계는 여러 대학에 무용과가 신설되면서 앞으로 다른 양상으로 판도가 바뀌겠지만 아직도 타성에 젖은 정적인 무용이 주를 이루고 동적인 무용은 특정한 이들만이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동적인 무용인구의 확산이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전주공연이 제한되고 활발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의욕있는 젊은 신인들의 활동이 적었고 이들의 의욕을 수용할 만한 시설과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활발하고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한다. 참신하고 새로운 단체들이 속속 배출되어 각 단체들이 선의의 경쟁자로서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연구, 실험하는 정신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시도해야 할 때다. 그래서 기존의 무용공연에 식상해 하는 관객의 시선을 의식있고 역량있는 신선한 무대로 이끌어야 하며 무용이 대중들과 친숙해지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해 나가야 한다. 전주에서 무용이 제대로 인식, 대중화 되지 못하고 일반 관객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것은 이 지역에 무용 전용소극장 무대가 하나도 없다는 데에 그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요인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려면 소극장 공연이 활성화 도어야 하는데 기존의 소극장은 전시나 연극, 음악회나 기능한 무대로 무용을 공연하기에는 무대 여건이 너무 열악하여, 아쉬운 실정이다. 우리 「사포」무용단은 부족한 여건속에서도 소극장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하지만, 전용소극장 하나 없는 전북무용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양한 문화예술을 수용하고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전용소극장 건립이 시급하다 하겠다. 서울의 경우 무용이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젊은 층의 소극장 공연이 활발하여 양적인 변화는 물론 질적 수준까지 높이게 되었다. 전주에서는 대극장만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으로 다양한 작품과 개인의 잦은 공연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극장은 관객동원, 대관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어 소규모의 단체나 개인이 쉽게 공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관료만 해도 서울에 비해 시설은 되어 있지 않은 반면 월등히 비싸고 조명시설 등 기존시설과 전속기사나 전문적이지 못해 부수적인 요원을 보충해야 되는 실정 이어서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무대시설 또한 개관때나 지금이나 별로 개선된 것도 없이 무대도 협소하여 야심있는 대작을 기획하기란 어렵다. 전주가 예향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예술분야에 관계하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여 의식 있는 원활한 협조체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된 공연장에서 좋은 작품을 자주 접하게 된다면 관객의 수준은 자연 높아질 것이며, 전주를 사랑하는 젊은 예술인들은 전북의 예술문화의 발전을 위해 더욱더 노력하고, 예향, 전북도민의 자긍심을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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