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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 | [특집]
창간5주년기념특별기획 전북 지역의 문화예술 공간 현황
편집부 (2004-01-29 16:23:58)
‘전북, 예향인가’ ꊱ 번듯한 문화공간이 없다 전북을 일컬어 예향이라고 한다. 전통예술의 맥이 굵게 뿌리내리고 있는 이 지역은 오늘에도 그 예술적 토양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잘 갖추어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화저널」이 새롭게 기획한 연중 특집은 예향임을 내세우는 전북의 문화예술, 그 현주소를 조명, 문제점을 살펴보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되었다. 앞으로 이 기획물은 각 부문에 걸쳐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를 집중적으로 조명, 전북 문화의 위상을 바로 잡아 나가기 위한 내용으로 꾸려지게 된다. 전북 지역의 문화예술 공간 현황 편집부 전북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나 전주에서 공연을 해본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이 지역의 열악한 문화예술공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예로부터 어느 누구이건 간에 너른 평야예서 나온 풍부한 곡식을 바탕으로 풍류를 즐기고 멋부릴 줄 아는 이 고장의 문화를 일컬어 예도(藝道) 또는 예향(藝鄕)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전주하면 맛깔스런 음식과 비빔밥을 먼저 떠올리는 객지사람들은 물론이고 이 지역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 자신조차도 예향이나 예도라는 말에 낯간지러워 하지 않는가. 이제 허울뿐인 그 이름의 망령에서 벗어나 알찬 내용이 담긴 새로운 이름을 얻고 진정한 명예회복을 이루어야 할 때이다. 산업화와 공업화된 현대사회에서 경제적인 여건이 크게 뒤떨어진 전북지역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재정적인 여건도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한 상태이다. 지역내에 있는 문화공간의 규모나 시설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북지역에는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예술인 말고도 도내 각 대학에서 해마다 배출하는 수많은 신진 예술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88년 신설된 전북대학교 예술대학이 금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 지역을 무대로 활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몇 년 사이에 공연이나 전시가 양적으로 눈에 띄일 만큼 증가한 요인을 그런 연유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듯 늘어나는 문화 예술인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발표무대는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전북지역의 문화공간은 예술공간을 새롭게 필요로 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태부족이다. 지금 현재 전북지역에는 도나 시․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문화 공간이 일곱 군데, 일반인이 운영하는 소극장과 화랑이 여섯 군데 있다. 도나 시군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은 전주에 전북 예술회관과 전북 학생회관, 덕진종합회관, 군산 시민문화회관, 김제 문화예술회관, 이리시 문화회관, 구창 동리국악당, 그리고 최근에 개관한 정주 정읍사 문화회관 등이 전부이다. 이 시설 중에서 덕진종합회관과 김제 문화예술회관은 원래 공연이나 전시 등 예술공간으로서의 목적보다는 행정기관의 부속시설로서의 기능을 위해 지어진 것들이어서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또한 가장 넓은 객석을 갖추고 있는 전북학생회관은 도교육청에서 관리하는 탓으로 교육행사나 각급학교 예술제, 학생과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대관 원칙 때문에 공연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공간을 사용하기가 힘이 들뿐더러 공연하기에 열악한 조건을 가진 공연장이다. 그리고 나머지 전북예술회관과 군산 시민문화회관, 이리 시민문화회관, 고창 동리국악당, 정주 정읍사 문화회관이 있는데, 지난 해와 올해 각각 개관하여 지역의 특성에 맞는 나름대로의 몫을 해내고 있다. 89년 완공된 군산 시민문화회관은 1002개의 객석을 갖추고 군산지역 자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리 시민문화회관은 1978년 완공되어 1036개의 객석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시설수준이 뒤떨어지고 전시장이 크게 부족하여 이리 시민문화제가 전시회등은 시내 레스토랑에 분산 개최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전주 이외의 지역은 그래도 문제의 심각도가 덜한 편이다. 전북지역의 문화예술 행사의 중심지인 전주의 문화공간은 이미 문화예술인구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꽉찬 상태이다. 일 년에 약 150여회의 공연과 전시일정을 잡고 있는 예술회관이 경우 전시실의 수용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시일수를 5일씩으로 제한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대관을 원하는 신청자들 중 거의 반 정도는 대관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전시공간이 너무 좁아 작품을 다 전시할 수 없어 부분전시만 해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 예로 전라북도 미술대전의 작품전시마저 소화해낼수가 없어 결국 88년부터 분리해서 전시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비좁은 문화예술공간의 열악한 여건을 개선해내고 진정한 지역 문화의 발전을 다지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 민간이 경영하는 소극장과 화랑이다. 전주에는 창작소극장, 예루소극장, 우진문화공간, 얼화랑, 대성화랑이 있고, 이리에 있는 문화공간 뿌리가 현재 전라북도에 있는 민간경영 문화예술 공간이다. 이 중에서 1백여개의 객석을 갖춘 창작소극장은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으로 끊임없는 공연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소극장 연극 운동의 정착을 위해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창작극회에서 운영하는 창작소극장은 후원회원과 관극회원제를 도입하여 재정적인 부담을 극복하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재정자립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음악전문공간으로 예루음악회를 기획하여 소극장 예루음악회를 기획하여 소극장 음악운동에 앞장서는 예루 소극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음악회를 통해 매년 배출되는 신인 연주가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소규모의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전주우진문화공간은 전문예술인이 운영하는 다른 공간들과는 달리 기업인의 순수한 투자로 유지되어 기업과 예술의 만남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91년 3월 개관한 우진문화공간은 그해에 기획전과 대관전을 합해 모두 26건의 전시회와 2건의 공연을 올렸으며 올해는 지난 8월말까지 22건의 전시와 10건의 공연을 치러냈다. 우진문화공간은 지난해에 비해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공연물이 크게 늘었고 전시도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어 전시공간으로는 물론이고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담당해내고 있다. 얼화랑과 대성화랑 역시 미술발전의 탄탄한 밑돌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역시 민간경영 문화공간이 안고 있는 재정적인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문을 닫은 황토예술극장과 올해 문을 닫게 된 온다라미술관 그리고 군산의 동인아트홀등은 모두 계속되는 적자와 늘어나는 높은 임대료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계속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 민간이 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전북지역에서 소극장 공연의 선구자로 그동안 자체 장기 공연과 초청공연을 기획하여 연극관객에게 연극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온 황토예술극장이나 군산지역 연극 활성화의 초석이 되고자 의욕적으로 문을 연 후 몇차례 공연 밖에 올리지 못한 채 문을 닫은 군산의 동인 아트홀, 그리고 전통화단의 아성인 전북지역에 민중미술계열 작가들의 기획초대전을 중심으로, 미술강좌 등을 통해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미술운동을 적극적으로 이어왔던 온다라미술관이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게돼 문화예술인들은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에게까지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했다. 782개의 객석을 갖춘 공연장과 6개의 전시실을 문화공간으로 확보하고 1983년 개관한 전북예술회관의 규모로 늘어나는 예술인들과 수용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어주는 일은 이미 오래전에 그 한계를 드러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그리고 전북애향운동본부는 이미 90년 초, 전주에 종합문화예술공간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하여 문화예술인과 도민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심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가 어려워 2년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다가 올 3월, 전라북도에서는 전북종합예술회관 설계공모안을 내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이 계획에 의하면 전북종합문화예술회관은 부지 2만평에 건물 7천평의 지하 1층 지상 4층의 외형을 갖추고 1800석의 대공연장과 900석의 중공연장, 250석의 국제회의장 그리고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과 사무실, 관리실, 연습실, 야외공연장, 주차장과 기타 부대시설을 확보한 공간으로 93년에 준공하여 97년에 완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사업은 전체 예산으로 총 4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80년대 중반이후 공사를 시작하여 최근 몇 년 사이에 완공하여, 건립된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경기(수원), 춘천, 제주 등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의 건립현황과 비교해볼 때 그 정도의 규모가 적당하기는 하지만 예산확보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시․도가 자체적으로 시비나 도비와 문예진흥기금을 일부분 예산으로 지원받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가뜩이나 예산이 적어 허덕이고, 있는 전라북도의 살림살이에서 자체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에서의 지원과 문화 예술인들이 적극 참여하여 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지역문화의 진정한 산실로서의 의미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북지역에는 손꼽히는 몇 개의 대기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문화사업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일회적인 단일 문화행사에 약간의 지원금을 내는 식의 지원에만 참여할 뿐 대규모의 장기적인 시설의 투자 등에는 인색하여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83년 개관한 전북예술회관은 예술인들이 작품전 등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건립비의 상당부분을 지원하여 도에 기부채납하는 형식으로 되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예술인들은 공간을 사용해야 할 때 겪게 되는 불편하고 번거로운 대관 절차와 융통성 없는 행정위주의 운영 등에 불만을 표시하며 종합예술회관건립 참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92년 안에 50억원을 확보하여 모형과 설계제작 부지매입을 끝마치고, 93년 국고에 지원을 건의하여 200억원을 확보하려 하는 종합예술회관 건립계획의 나머지 몫은 도민들의 성원과 예술인들의 뜻과 기업의 지원이 모여 담당해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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