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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건강보감]
알콜중독
황 익 근․전북대교수 정신의학(2004-02-03 10:00:48)
적절한 음주는 기분을 고양시키고 자신감을 갖게 하며, 창조성을 촉진하는 심리적 효과외에도 혈액순환을 촉진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유익하다. 그러나 음주행위가 전통적 혹은 관습적 음주의 영역을 넘거나 사회적 음주습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알콜중독 혹은 알콜리즘이라 하여 정신의학적 치료의 대상이 된다. 알콜중독은 그 심각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분류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 한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알파(α):술 때문에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장은 있으나 술을 끊었다고 해서 금단증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금단증상이란 술을 끊은 뒤에 불안, 초조, 우울, 무기력, 구토, 발한, 빈맥, 혈압의 변동, 손떨림 혹은 의식의 혼미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배타(β)형:술 때문에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고, 말초신경염, 췌장염, 간장염 혹은 위장염 등 신체질환이 나타난다. 그러나 술을 끊어도 금단증상은 거의 출현하지 않는다. 음주가 생활의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감마(γ)형:술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의존이 생겨서 술을 끊을 수 없으며 술을 끊는 경우 금단증상이 발생한다. 음주가 생활의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델타(δ)형:감마형과 같으나 그보다 훨씬 심해서 술을 1~2일 끊으면 심각한 금단증상이 발생하여 도저히 자의적으로는 술을 끊을 수 없다. 음주가 생활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한다. 미국 의학협회의 알콜중독에 관한 정의는 좀 더 간결하고 실제적인 면이 있다. 즉 ‘알콜중독이란 음주에 집착하는 특징을 갖는 질환으로서 일단 술을 입에 댔다하면 만취(중독)상태가 되어야 끝난다. 대개 만성적으로 진행하며 끊는다 해도 재발하는 경향을 갖고 있으며,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 때문에 신체적 질병, 정서장애, 직업상의 장애, 그리고 사회부적응을 초래한다’고 정의한다. 알콜중독자의 발생율은 술에 대한 사회문화적 통념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웬만큼 주정을 해도 너그럽게 받아 주며 오히려 남자다운 기질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당 수준의 알콜중독자라 할지라도 노출되지 않고 정상인 취급을 받는다. 술에 대한 이와 같은 관용적 태도는 그 나름대로 치유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초기에 치료될 수 있는 알콜중독자를 은폐시켜 줌으로써 오히려 만성화시키는 반치유적인 역기능도 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 나라 성인 남자의 평균 음주량이 세계 1위라고 한다. 어떻게 게산된 수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술 많이 마시고 술자리에서 호기부리는 것이 남자다움의 지표가 되는 풍조는, 이제는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의 잔재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옛 조상들처럼 술을 마시되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음주문화가 하루 속히 정착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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