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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문화저널]
닭은 어둠을 물리고 새벽을 연다
편집부(2004-02-03 10:06:12)
1993년은 계유년(鷄油年), 닭의 해다. 우리는 예로부터 닭이 어둠을 물리치고 밝음을 부른다고 믿어왔다.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인 닭은 시각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 방위는 서쪽, 달은 음력 8월을 나타낸다. 또 이보다 앞선 주역의 8괘로는 손(巽)에 해당한다. 손의 방위는 여명이 시작되는 남동쪽인바, 닭이 밝음을 알리는 동물로 여겨지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 되었다. 닭은 다섯가지 덕을 지닌 서조(瑞鳥)라고 한다. 닭 볏은 <글>을, 발톱은 <힘>을, 용감히 싸우는 모습은 <용기>를, 먹이가 있을 때 바로 먹지 않고 「꼭꼭」소리를 내는 것은 <인내>를, 때를 맞춰 새벽을 아리는 것은 <믿음>이라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옛사람들은 새벽을 알리는 정확한 울음소리를 그 으뜸으로 꼽았다. 새벽은 빛의 도래, 즉 태양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새벽 닭울음 소리로 밤에 나돌아다니던 잡귀들이 물러 간다고 믿었었다. 이를테면 혼돈이 끝나고 조화로운 새세상이 열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옛습속에는 닭과 관련된 의례 또한 많았다. 새해 첫음식인 떡국에 닭고기를 넣거나 혼례, 초례상에 닭을 청홍보에 싸서 놓는 일, 폐백에도 닭이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일 등은 닭이 길상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월 대보름날 새벽, 첫닭의 울음 소리가 열 번이 넘으면 풍년이 든다고 했으며 닭이 울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겼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는 닭의 피에 영묘한 힘이 있다고 믿어 마을에 돌림병이 나돌때는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발랐으며 프랑스에서도 수탉의 문양을 화폐에 새길 정도로 표상이 되었고 기독교에서도 닭은 독수리나 어린 양과 함께 그리스도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메시아처럼 어둠을 헤치고 새벽이 이름을 알려주기 때문에 은총과 부활을 상징했던 것이다. 올해는 닭의 해다. 우리 사회의 어둠이 얼마나 걷혀질지는 모르지만 어둠을 몰아내는 닭의 울음 소리를 희망으로 안아 보자. 「장닭이 울어야 새벽이 온다」면 「암탉이 울어야 알을 낳는다.」 올 한해는 아무튼 우리 사회의 어둠을 걷어내는 일에 모두가 나설 일이다. 그리하여 날도 밝아야 하고 건강한 알도 낳아야 한다. 癸酉年 사건들 ▲BC108년=한사군 설치. ▲193년=신라, 흉년 든 왜에서 온 1천여명을 받아들임. ▲313년=고구려, 한4군 가운데 최강인 낙랑군을 점력, 멸망시킴. ▲493년=고구려, 왜에서 사신을 보내 工人을 구하매 두 사람을 보냄. ▲553년=신라, 황룡사착공. ▲613년=고구려, 수양제의 침공을 받음. ▲733년=발해, 당의 공격을 받음 ▲1033년=고려, 천리장성 축조 시작. ▲1273년=고려, 삼별초 최후의 저항지 탐라(제주도) 평정. ▲1393년=이태조, 계룡산을 왕도로, 국호를 조선으로 정함. ▲1453년=수양대군, 왕권 찬탈 전단계로 김종서 등 단종보좌세력 수십명을 죽임 ▲1513년=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다시 간. ▲1693년=울릉도에 일본인의 출입을 엄히 단속하면서 안용복이 울릉도와 독도의 조선영유권을 일본에 확인시킴. 제주도에 천연두가 퍼져 1천9백50명이 사망함. ▲1753년=팔도 호구조사. 1백77만2천7백49호, 7백28만8천7백36명. ▲1873년=전국에 폭우, 평안-함경-황해도에만 인명피해90여명, 가옥 유실 6천8백57호. ▲1933년=부산~봉천특급열차운행. 서울의 전화가입자 8천7백명(이중 한인은 1천4백명)으로 집계. 전국에 수해. 사망 7백41명, 가옥피해 2만5천6백50호, 선박유실 3천8백78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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