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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문화저널]
우리의 혼과 얼 다듬어준 가락 ‘슬기둥’ 초청공연을 보고
조 경 옥․전주시 우아동 우신아파트(2004-02-03 10:07:24)
우리는 전통음악 곧 국악을 클래식이라 불리는 서양음악보다 어렵다거나 혹은 수준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접하고 배울 기회도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학교교육이 일반인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할 때 제도적으로 학교의 음악교육은 서양것 일변도였다. 가야금소리보다 피아노소리에 맞춰 노래를 배웠고 그렇게 길들여진 우리는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걸 교양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전통 음악에 대한 격리 또는 몰이해의 골은 깊어지고 있었다. 헌데 일부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끊임없이 전통음악의 맥을 잇고 더불어 국악의 현대화 작업에 쏟아지고 있고 그의 보급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음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전북의 문화발전에 한걸음을 앞장서는 『문화저널』의 창간 5주년 기념공연 「슬기둥이 찾는 오늘의 우리음악」은 우리에게 아주 강렬하고 뜻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태(胎)’의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그 깊고 장엄함에서, 내 속에 맥맥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혼을 잠깨울 수 있었다. 해금의 연주는 얼마나 일품이었던가. 조선여인의 질박한 정서를 토하는 듯해 처음으로 들어보는데도 온 마음이 푹 젖어들고 말았다. 피아노소리에 장단 맞추며 자라고 있는 딸아이도 “엄마, 내 마음에 울음이 고이는 것 같아요”하며 눈을 감고 들었다. 그 뿐이랴. 크리스마스․캐롤을 협주할 때와 재정리된 구전민요 혹은 국악가요의 낭차짐하고 구수한 맛은 어른아이 모두에게 감탄사를 발하게 했다. 공연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객석에서 얼른 일어서지지가 않았다. 우리 안에 이미 조율되어 있는 가락, 그것을 일깨워줄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쌀밥 먹고 김치 먹으며 자랐고 그렇게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있듯이 우리의 혼과 얼을 다듬어 줄 것은 바로 우리의 가락이구나. 문화저널에게 감사드린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진정으로 우리의 문화를 정성을 위해 쏟고 있음에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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