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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 | [특집]
연극․구조적 갈등, 새로운 도약기로 반전
윤희숙․문화저널 기자(2004-02-03 11:12:58)
92년은 전북 연극계는 꾸준한 활동과 함께 연극인들을 고무시키거나 주눅들게 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 해이다. 92년 올 한해 동안 전북지역의 극단들이 무대에 올린 작품은 아동극을 합해 모두 20여편에 이른다. 이 결과는 연극영화의 해로 지정되어 전폭적인 지원아래 30여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 지난 해에 비해 작품수가 현격히 줄어들고 관객들의 연극에 대한 관심도 저조하여 젼체적으로는 지난 해의 열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연극계가 다소 위축되었다는 평을 내리고 있지만 내용면에서 살펴보면 좋은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르기도 했다. 한때 전북 연극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극단 「황토」의 사태와 그로 인한 연극협회 전북지부의 표류가 많은 연극인들의 우려를 낳았고 군산지역 연극의 저변확대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소극장 「동인아트홀」의 무대에 단 두 작품만을 올린채 폐관해야 했던 극단「동인문대」의 어려움 등이 한해 동안의 힘겨웠던 일들로 기억되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북 연극계는 소극장공연을 통해 발표된 몇몇 내실있는 작품들이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또한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는 「디딤예술단」이 창단되어 연극무대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점 그리고 내부진통을 진정시키고 후반기부터 긍정적인 활동을 펼친 극단 「황토」의 새모습 등은 전북 연극계에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여덟 번째를 맞는 전북연극제가 지역연극의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 본래의 취지는 유명무실해져버리고 그 명맥만 남아, 부실하게 치러진 대학연극제에 대한 부정적이 문제제기 등은 올 한해 전북 연극계가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전북 연극의 대들보 역할을 해냈던 극단 「황토」는 극단운영 방식을 싸고 단원들과 갈등을 &#48142;어온 박병도씨가 단원들의 반발로 대표직을 물러나면서, 탕단 10년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이 사태로 제8회 전북연극제에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따낸 전국연극제의 참가와 7월로 예정되어 있던 동경연극제 참가가 불투명하여 「황토」를 아끼는 연극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결국 동경연극제 참가는 무산되고 전국연극제에는 공동연출 형식으로 참가하여 서형화씨가 여자연기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새로운 상임으로 선임된 이호중씨가 무대에 올린 첫 작품은 신동엽시인이 쓴 <그 입술에 파인 그늘>이다. 이 작품은 민족의 동질성문제와 반외세, 분단극복의 의지를 담아낸 작품으로, 사회의 문제의식이 깔린 작품을 꺼려왔던 극단 「황토」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참여시인인 신동엽씨의 희곡작품을 소극장무대를 통해 공연해냈다는 점에서 작품성향의 변화를 예고하고, 「황토」내부에 일고 있는 참신한 바람을 일으켜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극단 사태 이후 무대에 올림 <그 입술에 파인 그늘>과 <탁류>는 「황토」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 좋은 출발이었다. 「창작극회」와 「시립극단」은 꾸준히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표류하던 연극협회 전북지부도 김기홍씨를 지부장으로 새로운 집행부를 꾸려 활동을 재개했다. <황금의 도시>와 <무의도 기행>, <시민 조갑출>, <석관> 그리고 연말에 순회공연 뮤지컬 <레 미제라블> 들을 무대에 올린 두 극단 공연작 중에서 구소련작가 구바레트작 <성관>과 뮤지컬로서는 처음 공연된 <레 미제라블>은 특히 큰 관심을 모았다. <석관>은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핵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작품으로, 동구권 개방화 정책에 맞취 세로운 흐름이 주도되고 있는 시기에 구소련작가의 작품이 연극무대에 형상화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핵에 대한 공포를 주제로 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각기 다양한 인간들의 양태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의 존재가치를 제기하고 우리 삶의 영원한 주제인 인간애를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정기공연작을 소극장에서 장기공연했다는 점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다른 극단의 단원이 객원출연하여 교류의 문을 열었다는 점 그리고 연출과 음악을 담당하며 좀체 무대에 서지 않던 선배 연기자들이 후배들과 같은 무대에 섰다는 사실 등은 <석관> 공연이 작품자체를 떠나 외적인 요인으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임을 보여주었다. 창작극과 번역극 아동극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의 극을 선보여왔던 두 극단이 조심스레 올린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아 뮤지컬극의 가능성을 제시한 공연으로 평가받았다. 전문 뮤지컬 극단을 표방한 「디딤예술단」의 창단은 다양한 장르의 연극문화를 정착시켜, 지역연극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해낼거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창단 공연작으로 뮤지컬 <파랑새>를 무대에 올리고 전북지역 순회공연을 가져 첫 발을 힘차게 내딛은 「디딤예술단」은 극단들의 만성적인 고민인 재정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출발부터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8회 전북연극제는 극단 「황토」는 <굴레쓴 사람들>을 「창작극회」가 <무의도 기행>을 출품하였고, 지난해에 취우수상을 수상한 극단 「토지」가 <우리동네>를 찬조작품으로 공연했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과 세련된 무대와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인 「황토」의 <굴레 쓴 사람들>(김승규작, 박병도연출)이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우수 극단으로 선정된 「창작극회」의 공연작 <무의도 기행>(함세덕작, 곽병창연출)은 월북작가의 40년대 작품을 발굴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세련도니 무대장치와 개성있는 연기력, 치밀한 연출력 등이 한데 어우러져 관객들ㅇ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있는 무대를 꾸몄다는 전반적인 평은 이번 연극제가 질적으로 오히려 향상되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군산과 남우너 등 다른 지역의 극단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게한 이번 연극제는 각 극단이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주어 지역연극이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 행사로 평가받았다. 연극인구의 재창출을 통해 이지역 연극의 맥을 잇게하는 바탕이 되고 있는 전라북도 대학연극제가 초기의 의욕적이고 활기에 차있던 분위기와는 달리 해를 더할수록 위축되고 유명무실한 연례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연극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주대 「볏단」과 전주교대의 「이랑」, 우석대의「무제」등 3개 극단이 참가한 제11회 전라북도 대학연극제는 각 극단간의 고르지 못한 수준과 예년에 비해 오히려 저하된 극단별 역량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전북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연극제가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연극활동에 전념하는 대학 연극인들을 역량있는 사회연극인으로 키워내고, 젊고 패기만만함으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업들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제 구실을 충실히 해내야 할 것이다. 92년 한 해동안 전북 연극계의 활동을 점검해보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질 것이다.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 모두는 우리 지역의 연극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전주를 비롯한 다른 시도에서도 극단들이 환경의 열악함을 딛고 단단한 밑돌을 다지고 있다. 93년은 ‘책의 해’로 정해졌다는 소식이다. 문화라는 것이 행정적인 방식대로 단기간의 집중적인 투자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역연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고민과 그들의 정서에 접근하고 다가가려는 노력과 관객들의 애정어린 성원의 결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다음에 필요한 것이 정부의 재정적인 후원과 배려일 것&#51067;. 다가올 93년에도 부대끼며 발전하는 전북 연극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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