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3.3 | [문화칼럼]
대학입시 부정, 기부금 입학제가 대책일 수 없다.
한 병 길 / 도교육위원 (2004-02-03 14:00:51)
93년 2월이 시작되면서 대학입시 부정사건으로 10여일 동안 나라가 온통 시끄럽더니, 12 일 수사 중간 발표를 계기로 어물쩍 끝나버리는 것 같다. 처음, 수사가 생각보다 크게 확대 될 것 같을 때는 대학입시 부정문제가 금년 만의 문제는 아닌데 왜 저렇게 확대시킬까 하는 의심이 생기더니 끝장을 못보고 급기야 서둘러 수사 중간 발표라는 형식으로 사실상의 수사 종결을 선언한 것을 보면서 역시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처음 수사를 그나마 확대시켰던 것은 노태우 정권 말기를 이 문제로 흠집을 내어 새로 출범할 김영삼 정권을 상대적으로 부각시켜 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그 이유는 한창 이 문제가 시끄러워질 때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국가의 기강이 해이해진 탓”이라고만 언급 한 것에서 찾을수 이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와서 서둘러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었던 첫째 이유는, 이 문제가 모든 사립대학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되면 뒷수습을 누구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인듯 하다. (2월 12일 현제 수사당국의 발표만 보더라도 4년제 11개, 개방대 2개, 전문대 1개등의 15개 대학에 이르고 있음) 둘째 이유는, 때마침 전개됐던 전교조 대표단과 해직교사들의 단식농성으로 교육부가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쳤기 때문인 것 같다. 사립대학의 부정입시 문제가 벌써 3년전부터 교육부의 자체 감사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났지만, 이를 축소했고 방조하거나 묵인해 주기까지 한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의 개선과 교육대개혁을 요구한 전교조에 대해서는 무차별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전교조의 단식농성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교육계가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받게된다는 것은 10여일 후에 출범을 앞둔 차기 정부로서는 가장 두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대학입시 부정사건과 관련하여 그 책임을 학부모나 대학의 운영자에게만 국한시키려한 수사 당국이나, 근본적 원인부터 지적하고 입시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서야 할 언론의 태도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교육부가 그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기부금입학제도는 정말 기가 막힐 발상이다. 사립대학들의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말을 믿어줄 국민들이 누가 있겟는가? 사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교수에 의하면, 현재와 생수가 6천명 정도이면 손익분기점이 된다고 한다. 즉 학생수가 6천명이면 인건비와 경상비를 자제 충당할 수 있고 그 이상이면 흑자를 유지할수 있어 재투자도 가능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재정난 때문에 사립대학들이 입시정부가 저지르지 않을 수 없고 그러기 때문에 기부금입학제도만이 입시부정을 막을수 있다고 교육부 장관이 처방을 했으니, 우리나라의 교육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설사 사립대학들이 재정난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하자. 그 처방을 우리 같은 사람이 얼핏 생각해도 몇가지가 있다. 사학에 대한 국가보조를 증액할 수도 있고, 대학별로 합법적이고 공개적으로 발전기금 등을 모금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며, 장기저리의 금융지원등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도 해결이 어렵다면 학교별 등록금의 자율화폭도 고려해 봄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어떤 조처도 사립대학들의 재정이 먼저 공개되어 재정난이 사실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난후에 취해야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사립대학 운자들이 몇 년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기부금입학제도를 대학입시 부정 근절책이라고 발표하다니, 교육부와 사학운영자의 유착관계를 눈으로 보는 듯하다. 기부금 입학제도의 부당성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만을 언급한다면 첫째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것이다. 국민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돈 때문에 교육권에 차등을 둔다는 것은 교육권과 평등권을 동시에 위배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의 재산 축적과정이 부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데다 그러한 부모의 재산 덕택에 그 자녀들이 교육적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국민누구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대학생들 간의 위화감은 현재 보다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기부금으로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킨 부모들이 학교운영이나 자녀들의 성적 등에 직,간접으로 압력을 행사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떨어져 버린 대학 사회에서의 교권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단언하건데 기부금 입학제는 오늘의 입시부정 보다 더 나쁜 음성적 고액 금전 거래로 사회질서는 더욱 혼돈에 빠질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제 대학입시 부정사건을 계기로 교육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한다. 그것은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어 고학력 위주의 사회가 아닌 능력과 노력에 의한 사회로 전환되고 그래서 초,중등학교가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 본래의 목적인 전인교육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전부가 아니고,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때에만 대학입시 부정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다음은 교육행정과 재정이 공개적이어야 한다. 공개적일 때만이 모두가 책임을 질 수 있고 그래야 감시도 철저히 할 수 있다. 대학도 모든 성적 장부를 공개하고 재정 관계 장부도 공개해야 대학 구성원 모두가 부정을 함께 감시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어느 부문과 마찬가지로 교육계에서도 반드시 비판세력들의 활동이 합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대일외국어 학교에 정교조가 합법적으로 활동했다면 부정입시조직단이 버젓이 활동할 수 있었을까? 광운대학교에 교수협의회가 활발하게 활동하여 대학의 제반 운영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그런 부정들이 가능했을까? 89년 1천5백여명의 교사들이 전교조 관련으로 교단에서 쫓겨나고, 90년 사립학교법이 개악되어 대학들의 교수협의회가 위축되면서부터 사립대학의 입시부정이 조직적이고 대담하져 갔다는 사실을 곱씹어 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