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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5 | [특집]
이제, 전북 예술의 내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예술고 설립-
편집부 (2004-02-03 15:12:15)
옛부터 전통적인 예술의 고장으로서 자긍심을 지켜 왔던 전북의 문화예술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모든 문화 예술 행사가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 문화예술이 제대로 발전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일수록 그 지방의 독창적인 문화예술을 찾아내고 그 면모를 튼실하게 가꾸어 나가는 일은 더욱 절실한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지방의 문화, 예술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속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의 문화예술을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은 이제 전북을 예술 문화의 고장의 자리에서 내몰아낸지 오래다. 근래에 들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성과 비판의 소리가 절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문화예술의 소외 현상은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전북은 이미 예술의 고장으로서 갖추어야할 면모를 세워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각 부문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일을 가늠 할 수 있는 예술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교육기관 하나 갖추지 못한 여건은 가장 단적인 예에 속한다. 예술고등학교 설립에의 필요성은 십여년동안 끊임없이 제기 되어온 과제중의 하나였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전주에 비사벌예술고등학교가 있었지만 운영난과 대학 위주의 입시 교육이 우선 되는 교육의 현실에서 더 이상 특수교육기관으로서 운영이 어렵게 되자 인문계고등학교로 변경, 그나마 이지역 명맥을 지탱해주던 예술 교육기관은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다른 지역이 예술고등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립으로 혹은 사립으로 학교를 설립, 인재 양성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즈음 전북은 오히려 있던 교육기관마저 없애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예술교육기관의 부재는 오늘의 전북 문화예술이 더 이상 가능성을 가늠 할 수 없다는 자괴감과 맞물려 있고 실제로 이지역의 예술 인재들이 다른 대도시로 떠나야 하는 상황은 절박한 시점에 와있다. 한 예술인은 이지역의 이러한 문화적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전북은 예술의 고장, 적어도 전통예술의 고장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왔고 또 그러한 자부심을 가질 만한 토양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예술의 고장이니, 예술적 전통이 깊다느니 하는 말을 꺼내놓은 일이 낮부끄럽게 느껴지게 되었다. 오늘의 상황을 돌아보라. 척박한 여건을 일일이 예로 들을 필요 없이 예술고등학교 하나 없는 고장이 무슨 예술의 고장 운운할 수 있겠는가. 수년 동안 다른 대도시로 떠나 보내야 했던 예술 인재들이 그들이 태어나 자라온 땅에서 자긍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 절박한 만큼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이은 예술교육기관을 설립하는 일이고 그것은 곧 전북이 예술의 고장으로서의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전북이 예술의 고장으로서의 자격을 빼앗긴지는 꽤 오래지만 그런 중에서도 국악 분야에서만은 자존심을 유지시킬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다져 왔다.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 각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국악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지역 출신일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들 가운데서도 가능성을 돋보이는 인재들의 대부분이 이지역 출신으로 국악의 튼실한 맥을 돋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악 인재를 발굴하는 대표적 관문으로 평가되는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에서도 이러한 바탕은 여지없이 발휘되어 일부문을 제외하고는 각부문의 상을 거의 휩쓸었고 특히 판소리나 기악 등의 부문은 거의 독무대로 장식되어 왔던 것이 이대회의 초창기 상황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러한 위상은 크게 변했다. 참가자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을뿐 아니라 상위권 입상도 대부분 다른 지역에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예술교육 기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단언한다. 혹자는 전북국악의 어둡기만한 미래를 보여주는 예에 다름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악인재들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일찌감치 유학을 떠나는 이 상황에서 더 이상 국악의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판단 일수도 있다. 예술고등학교 설립에 필요성이 강조되고 뜻있는 예술인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학교 설립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말 부터였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년동안 예술고등학교 설립은 이지역에서는 요원한 일인 것처럼 여겨져 왔었다. 육영사업에 순수한 뜻을 가진 인사도 나서지 않았고 교육계에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오지 못했던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고 설립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몇몇 뜻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론되어온던 설립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구체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난해 초 학교 법인 정신학원이 가칭 전주예술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신청하면서 예술고 설립 계획이 표면화되자 자연히 문화예술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비공식적으로는 예술고등학교 설립인가 신청은 비슷한 시기를 즈음하여 정신학원 이외에도 한두곳에서 도 신청을 했거나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중에 정신학원이 지난해 6월, 학교 설립 인가를 얻어냈다. 당초의 계획으로는 올해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되어있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별다른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올 신입생 모집은 무산되고 말았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가 뒤따르고 있지만 철저한 사전 점검도 하지 못한 채 덥썩 인가를 내준 교육청이나 시작선에서부터 신뢰를 무너뜨린 정신학원에 대한 문화계의 비판의 소리는 거세다. 더욱이 이제야 전북의 문화예술이 새롭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기대감에 충만해 있던 수많은 예술인들은 항간에 흘러 다니는 숱한 소문들에 분노하고 있다. 설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가 하면 이런 상태로 본다면 내년에도 신입생 모집조차 어려운 일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왜 체계적인 예술교육기관이 필요한지는 재차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최근 들어 문화예술계와 교육계에서는 예술고 설립 문제가 다시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다. 어떤 개인적인 명분에서가 아니라 보다 폭넓은 인식의 확산으로 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으로 집약되고 있다. 전북의 소중한 인재들이 체계적인 교육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은 바로 이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이다. 굳이 예술의 고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작업으로서가 아니더라도 예술고등학교 설립은 전북의 자존심을 찾는 일과 무관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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