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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6 | [문화칼럼]
문화사업은 낭비인가?
이상휘/전북대교수. 지역발전연구소장 (2004-02-03 15:33:26)
흔히들 지역개발과 문화증진은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언뜻 생각하기로는 문화란 배가 부른 후에 찾는 좀 더 고차원적인 것으로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인가? 우선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 그리고 자원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데 여기서 중요시되는 것이 고급 기술과 지식을 지닌 고급인력 자원이다. 특히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 시태로 향하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본다면 고급 인력이란 어떤 요소보다도 지역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면 고급 인력들은 무엇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가? 그들은 우선 자기들처럼 자식들도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여가를 선용할 수 잇는 문화공간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질좋은 우수학교가 있어야 하며 또한 수준 높은 문화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미국의 뉴저지(New Jersey) 州는 지역개발의 한 사업으로 자체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육성하여 지금은 미 전역에서도 알아주는 악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리하여 인근의 거대도시인 뉴욕이나 필라델피아로 빠져나가는 지역민들의 자금 유출을 차단할 수 있고 또한 고급두뇌들을 이 지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도 이러한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전에 동독에 속했던 지역들은 50%가 넘는 실업으로 인하여 심한 좌절과 갈등을 현재 겪고 있다. 사람이란 단지 빵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며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 그것처럼 비참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 이전에는 동구의 공업 중심지역이었던 캠니즈(Chemnitz) 市는 지역개발의 한 사업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신축하고 있다. 이제 방향을 우리지역으로 돌려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는 지역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선 먼저 생각하는 것이 경제개발이다. 경제개발을 최우선하는 경우 지역문화에 대해서는 등한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지역개발과 지역문화의 창달은 무관한 것이 아니며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역개발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서 지역문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 지역의 문화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나는 이 분야에 대한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할 수 없으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피력한다면 기존의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면서 그와 연계하여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를 들면 우리 지역을 대표할 만한 문화가 국악과 서예 및 한국화라고 한다면 이들 전통문화들이 외부인에게도 공개되어 보급시킬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왕에 국악원이 자리잡고 있는 덕진 공원 일대를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지정하여 종합적인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이전의 도지사 공관이 서예나 한국화의 전시장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바로 옆에 있는 종합회관이 공연장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덕진 연못까지를 전통문화와 연계하여 개발하고 연못주위에 있는 포도밭을 주차장과 야외공연장으로 가꾸어 나간다면 좋은 문화공간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국악원이 날짜를 정하여 정기적으로 공연한다면 외부인들이 그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그들의 여행일정을 거기에 맞추는 일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덕진 연못이나 힐끗 쳐다보고 스쳐 지나가는 지금의 관광형태를 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 예술을 위해서는 현재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간이 확보되어 집중적으로 개발되었으면 한다. 현재 도심지에 자리잡고 있는 예술회관은 도시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좀 먼 거리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오히려 교통이 불편한 단점이 있다. 또한 예술을 감상하기에는 주위의 환경이 너무 시끄럽고 산만하다. 그래서 여력이 있다면 현재의 예술회관은 주로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새로운 야외음악당 같은 공연장을 박물관 근처에 마련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현대음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그 곳에서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중에는 돈이 없는데 무슨 문화사업이냐고 하면서 내 의견에 회의를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전통문화를 지닌 우리 지역을 개발함에 있어서 문화사업은 가장 많은 효과를 산출하는 전략적 요소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개발하면 기존의 다른 도시들이 했던 방법을 답습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과연 그런 개발 방식이 현명한 것일까? 나는 개성 있는 도시, 얼굴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할 개발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지역을 문화의 도시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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