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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7 | [문화시평]
실험성 포함된 도전적 작품이 갖는 매력 제1회 전북 무용제
한 혜 리/ 무용 평론가 (2004-02-03 15:59:24)
작년 춤의 해에 지정된 지방 무용제는 모든 것이 중앙집중적인 우리 문화, 예술환경에 대한 지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 각 시.도 별로 대표 단체를 선정해서 서울을 제외한 지방 무용단체들이 경연을 하는 ㄱ성니데, 무용협회 전북지부는 도 대표선발과정으로 ‘전북 무용제’라는 형식을 취했다. 참가한 ‘최선 무용단’ 과 ‘사포’ 두 단체는 전북예술회관 대극장에서 6월18일 ‘머나먼 새벽’과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를 공연하였다. 두작품 모두 9 월 대전 엑스포기간에 있을 ‘전국 무용제’를 위해 작업하였기 때문에 본선 3개월전의 얘선 무대에서 완벽한 작품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단지 작품의 발전 가능성과 안무자의 장작의 참신성 및 연구의 능력을 토대로 작품의 판단이 가능하다. 어찌되었건 페스티발 형식이 아닌 경연대회 형식을 취하고 있는 지방무용제에 참가할 도 대표 단체를 선정하는 것은 작품성에 따르는 무용수들의 기량과 안무의 독창성이 판단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첫 번째 참가 단체 사포의 작품인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는 무대 장치 미치 미술 그리고 의상, 조명의 뒷받침이 없이 움직임의 구성만을 완성해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만이 움직임을 리드한다. 여성 군무로 구성된 작품의 첫 부분은 고답적이다. 무리무리 지어서 하는 움직임이 기교의 전시효과를 겨냥한 듯 다양하고 지나치게 인위적이다. 움직임이 경직되어 보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군무를 이끄는 한명의 여자 무용수를 무대에 두드러지게 내세운 구성 방법이다. 나레이터의 역할이라고 보기에는 그녀의 움직임이 너무 추상적이고 복선의 효과나 암시를 감당하기에는 기량이나 분위기가 다른 무용수들에 비해 출중하지 못하다. 하지만 무대창치라는 무대를 뒤덮은 천 뿐인 황량한 무대를 메꾸어 나가는 움직임에 대한 구성력은 뛰어나고 참신했다. 무용수들 움직임의 에너지 발산이 순조롭지 못한 부분이 있기는 했어도 무용수들의 위치며 움직임의 이동선의 무대 한 부분도 허전하게 남겨두지 않아 안무자가 자신의 의도대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분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사포의 작품을 신뢰하는데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단 것은 남.여 듀엣부분의 춤이다. 짧지않은 시간동안 여자 무용수의 독창적인 움직임은 일부러 만들려 하거나 경직된 순간을 찾아 볼수 없다. 모든 움직임은 완벽해서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세련된 구성의 틀속에서 이루어져. 여성무용수의 춤은 어디서도 그 유형을 찾아 볼수 없는 것이여서 신선하다. 여성무용수의 동작에 있어 긴장의 순간을 극대화 시켜 관객이 느낄수 있게 하는 이완의 순간이 의도되고 절제된 동작과 호흡으로 지탱하고 있다. 허공에 그려지는 팔과 다리의 곡선은 어느 순간도 멈추어 과시를 고집하지 않으며 연결되고 지나가게 만들어 움직임의 시대적 유행이 적절히 흡수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남성 군무와 혼성 군무에서는 무대에서의 효과보다는 그들 움직임의 패턴연구가 볼거리 였다.‘사포’가 가졌던 지금까지의 춤사위와는 식별이 가능하게 새로운 유형의 움직임들이 속출했다. 의상으로도 조정으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실정에서는 동작개방이 유난히 돋보일수 있다. 부제가 ‘개성가는 길’이라고 붙은 이번 사포의 작품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는 우리민족의 공통의 정서인 분단의 아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흔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사포는이 주제를 시대 상황에 맞도록 풀어나갈 수 있어야만 그들 창작의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 라는 방법론에 작품 성공의 열쇠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참가작품인 최선 무용의 ‘머나먼 새벽’은 공연의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최선 선생의 연륜이 도망가지 않은 무대였다. 환갑에 가까운 원로 무용인이 자신의 창작품에 접 출연하여 춤추는 일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어떤 측면에서는 감동적일 수 있다. 춤사위는 눈에 익어 익숙하고 무대 위의 구도는 전형이 되어버린 패턴대로 자연스럽게 잡혀져있고 대부분의 감정 표현법도 한국무용분야에서의 정석에 가깝다 작품전체를 놓고 보면 무용수의 기량면이나 작품 구성은 물론 음악에 이르기까지 미숙하거나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 없이 매끄럽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작품성을 겨루기에는 적합지가 못하다. 다시 말하면 경쟁성이 없다. 예술작품을 놓고 우월을 가리는 자체를 부정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경연의 형식속에서 평가 받을 것을 전제로 한 작품으로는 합당하지가 않다. 예술작품끼리의 경쟁에서 무엇보다도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은 참신성과 독창성으로 이것을 이성적으로 본다면 연구의 흔적이 될 것이다. 물론 완전한 창작은 없으며 단지 창조선의 수준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성을 구성하고 있는 독창성이 작품 판단의 유일한 기준이 되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너와 나의 얼굴 모습이 다르듯이 안무자는 각기 그들 나름의 창작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남과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면 것일수록 좋다. 무용에 있어 그 방법론을 뒷받침하는 기본 요소가 동작이며 따라서 새로운 동작개발은 새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필수적인 일이다. 동작을 개발하고 그 연결을 달리하여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을 발견하여 평가하는 거의 작품 평가의 기본이며 이것은 작품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판단 기준에서 보면 ‘머나먼 새벽’은 모든 것이 너무 눈에 익다. 그러나 ‘머나먼 새벽’을 다른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좋은 축하공연이 작품이라는 판단도 가능한 것이다. 작품의 좋고 나쁨은 관객 각자의 취향이 정답 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험성이 포함된 도전적인 작품이 평범하고 타협적인 작품보다 경연대외에서의 경쟁력은 뛰어나다. 사포의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에서 안무자(신용숙) 자신의 새로운 방법론이 어느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단지 심사위원들은 연구의 흔적을 통해 안무자의 가능성을 신뢰 하였기에 대표작으로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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