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3.7 | [특집]
90년대 대학은 무관심속에 피어나는 사랑찾기
정대헌/전주대 대학신문사 기자 (2004-02-03 16:14:25)
한국의 대학은 90년대를 맞아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기 위해 심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막걸리가 상징했던 과거 대학의 모습에서 이제는 호프, 노래방 등의 소비문화가 지배하고 있으며 90년대 대학생들을 상징하는 단어는 개인주의적 사고, 무관심 등 이내 대학가에 서구식 문화와 의식이 깊숙히 침투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심각 우려속에서 90년대 대학생들은 과연 역사의 뒤안길로만 걷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90년대 대학생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가지는 놀라운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사고가 오늘날 대학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자. 학점과 부정행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취업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으며 그에 따라 TOEFL과 컴퓨터를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또한 지방대학의 한계를 감안할 때 학점도 3.5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공학문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드물고 취업에 대비한 영어, 외국어 회화,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취업에 임박한 졸업생, 졸업예정자들은 수험과목 중심으로 상식, 영어, 전공등을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평소에 해당 전공과목 보다 취업에 대비한 공부에 주력함으로써 시험 기간 중에는 평소 소홀했던 수강과목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시험 기간중의 부정행위는 이미 하나의 대학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사례-영태의 시험 기간> 대학에 들어와 처음 시험을 치르는 새내기 영태는 도서관에 올라가 가슴 졸이며 시험공부를 한다. 시험기간을 맞아 도서관에는 정말 많은 학생들이 있어서 ‘이런게 대학이구나’ 느끼며 더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과 철야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태는 시험이 끝난 지금 시험기간이 가장 싫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와 별차이 없는 시험방식도 싫지만 구역질 날듯한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보면서 심한 환멸을 느끼고 만다. 시커멓게 써 놓은 책상들, 모두 하나씩 작성해 놓은 컨닝 페이퍼, 축소 복사, 대리시험을 치르는 친구들.... 영태는 지금 대학 그 자체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다. <사례1>에서 보는 것처럼 학점은 어떻게 해서든지 잘 맞아야 취직할 수 있는 생각 때문에 시험기간 중에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되며 더 쉽게 학점을 취득하기 위하여 부정행위도 불사하게 된다. 문제는 부정행위를 하게 만드는 비교육적 분위기와 부정행위를 하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의 부정행위 불감증, 그리고 이를 본체 만체 하는 일부 교수님들의 모습이라고 영태는 지적한다.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학생들은 가장 경계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고 서슴없이 부정행위를 행함으로써 땀흘리지 않고 결실을 거두려는 못된 습관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생 스스로의 내부자정운동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동시에 현재 시험방식의 전면적 재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 문화의 현주소 대학촌은 대학 구성원들을 주대상으로 건설된 집단 촌락으로 그 대학의 특성을 잘 살리고 대학생들의 민중적 삶을 반영할 수 있도록 건전하게 조성되어야 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시내 유흥가와는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 대학촌의 건전한 조성은 바람직한 대학문화 형성에 직접적 연관이 있으며 전체 대학 구성원들의 생각과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주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내놓을만한 대학촌을 가지지 못한 채 지나치게 소비향락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실정이며 심지어는 왜곡된 의식 흐름을 조장할 수 있는 퇴폐문화를 선도하기도 하여 심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대학생 놀이문화의 특징은 개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집단스포츠를 통해 공동체적인 여가활동을 했던 것에 비해 점차 볼링, 수영 등 개인스포츠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놀이문화에서도 노래방이라는 개인적 우월주의에 빠지기 쉬운 방법 등으로 점차 개별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아래 <사례2>는 변화한 대학생들의 의식을 부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례2-여학생과 교수님> 지난 봄 어느 학과의 여학생 모임에서는 새내기 환영식을 가졌다. 1차로 학교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상견례를 하고 모처럼 기분내며 나이트클럽에 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자 2-3학년 선배들은 첫 번째 과제인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님들과 함께 가기로 결정, 연구실로 각 교수님들을 초청하러 갔다. 맨처럼 학과장을 맡ㅇㄴ 교수님에게 가서 함께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학과장은 할 일이 쌓였다며 3만원을 건네주며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사실 교수님들이 선뜻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계산에 넣어 두었기 때문에 1차 목표인 지원금 타내기만 성공하면 되는 것이다. 옆방에 계신 박교수님은 5만원을 꺼내주어 여학생들의 입은 함박같이 벌어졌고 계획대로 잘 수행되고 있는 현실을 기뻐했다. 그러나 어느 젊은 교수에게 찾아가 지원금을 줄 것을 요구하자 이 교수님은 현금으로 가진 돈이 없다고 했으나 막무가내로 졸라 할 수 없이 저금통에서 천원짜리 지폐만 열 네장을 꺼내 주었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액수가 적고 천원짜리 지폐만 있으니 안 받겠다고 하며 만원짜리로 몇장 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까지 하였다. 이 교수님은 심히 기분이 상해 여학생들을 혼낸 사실이 있었다. 전대협에서 한총련으로 ‘구굴의 강철대오 전대협’이 6년간의 활동무대를 막내리고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 한총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김영삼 보수정권이 펼치고 있는 ‘개혁 쇼’는 부분적으로 한국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그 개혁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보수 세력의 안정적 기반구축이라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총련 출범직후 제도 언론에서 한총련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며 그 본질을 철저히 은폐, 왜곡시켜 왔다. 경찰의 폭력성은 배제하고 5.18 책임자 처벌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저버리고 ‘폭력시위’만을 부각시켰던 것이 열국 김춘도 순경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까지 이르렀다. 김순경의 죽음은 몇가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첫째, 국민정서에 일치하지 않고 무리한 통일운동 추진으로 인해 오히려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의 결과를 가져온 한총련에 대해 통일운동이 전술적 방법을 그동안 진행시켜 왔던 방법, 이른바 ‘불법’으로 규정된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식의 무리한 통일운동이 아니라 남북 민중들의 기본적 정서공감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김춘도 순경의 죽음뒤에는 대학생들의 폭력만 있었던 게 아니라 경찰들의 무리한 시위진압 또한 원인이었음을 당국에서는 인정, 평화적 시위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또한 제도 언론 등은 그동안의 습관처럼 대학생들을 ‘폐륜아’ 취급하는 식의 보도태도는 결국 김춘도 순경 죽음에 한몫 했다는 결론이다. 현재와 같이 경찰의 폭력화, 제도 언론의 보수화는 김영삼 정권의 개혁이 제한적 모습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셋째, 수세에 몰려있는 현재 학생운동 진영의 정당성을 되찾고 현재의 정국을 뒤엎기 위해서는 ‘5.18 책임자 처벌’에 대한 범국민적 염원을 대중적으로 형성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겠다. 이 작업은 공세로 바꾸기 위한 전술적 방법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역사의 재조명을 위한 필수적 요건임을 알아야 한다. <사례3-승일이의 대동제> 승일이는 새내기로서 처음 맞는 대동제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다. 그러나 비바람이 심하게 불러 실내에서 주막을 차리는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원래의 위치였던 운동장에서 강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많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주막을 설치하려 했지만 도저히 설치할 수 없자 두 번째로 잔대밭에 설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다시 비에 흠뻑 젖어가며 잔디밭에 주막을 설치하려 했으나 바람까지 거세게 부는 바람에 설치할 수가 없어 결국 실내에다 주점을 차리고 말았다. 승일이에게는 ‘대동제’하면 흠뻑 비를 맞으며 주막을 설치하던 생각이 먼저 난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설치하고 비에 흠뻑 젖어가며 고생했던 이번 첫 번째 대동제는 승일이에게는 커다란 보람이었다. <사례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직 건강한 의식과 생활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도 많다. 얼마전 콜라와 사이다의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건강음료, 이온음료 등 다양한 음료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의 모습도 점점 다원화되고 있다. 과거의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의 대학은 90년대를 맞아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아 심한 갈등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 시기에 다니고 있는 90년대 학생들, 이들의 대표적 특성인 무관심, 개인주의적 사고, 그러나 나와 연관있는 사안에 대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애정은 대단하다. 한총련의 역할도 이제 대학생 하나의 생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체적 사회안에서 존재하는 ‘자아’의 새로운 인식, 사회와 나와의 관계, 그리고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 인식의 틀을 전체 대학생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학생운동은 학생운동을 하면 취업에서 배제될 만큼 사회와 유리된 채 진행되어서도 안되며 사회진출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의식을 깨우쳐 누구나가 공감하는 학생운동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교육재정 확보 등 전반적 교육개혁을 주제로 교육과정의 전면개편을 통해 보수적 학문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진보적 학문이 자유롭게 교류될 수 있어야 한다. 90년대 대학의 모습은 무관심속에 피어나는 사랑찾기라 할 수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