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3.9 | [문화저널]
오호 통제라, 당신이 수치스러운가? 「종군위안부 문제」와 우리 언론
오정요/전북여성운동연합 집행위원장 (2004-02-03 16:46:33)
8윌 5일 아침이었다. 그날은 이른바 일본의 ‘정권교체ꡑ가 있는 날이었고 하루전에 미야자와 정권의 마지막 ‘선물ꡑ로 표현되었던 문제의 ‘발표’가 있었던 날이었다. 그것이 ‘선물’이었는지 어쨌는지는 그만두고. 아무든 전날에 있었던「종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발표는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사실 신문을 보고 새삼스런 반응을 보인다는게 자발스러운, 그저 그러려니.. 하는 게 우리들의 숙달된 “신문보는 태도ꡓ가 될터이지만 그날 아침 순간적으로 “피가 꺼꾸로 솟는다ꡓ는 느낌을 실감했다. 일본의 발표때문이 아니었다. 속된말로 그놈들이 하는 짓에 한두 번 질려본 것도 아닌데, 뭐 그런 수다스런 반응을 보일것도 없잖은가 말이다. 나에게 그런 기분을 강제한 것은 “그 신문ꡓ의 ‘사설’이었다. (조선일보 1993년 8월 5일자 3면 사설)또 그렇다. 그 신문으로 말할 것 같으면이야, 한두번 ‘사기ꡑ를 친 것이 아니고 또 나에게도 늘쌍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던 신문이었다. “문제성 발언ꡓ으로 스크랩해 새겨두어 야 할 내용이 가장 많은 신문임에도, 게운잖은 쓰레기 종류를 쌀때나, 음식 찌꺼기를 쌀때, 제일먼저 뒤적여 찾아내는 신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날 그 신문의 사설은 평소 해오던 “문제성 발언ꡓ의 극치였다. 그 신문의 사설 제목은 「보상은 우리가 하자」였다. 제목도 거창했다. 다음날인가, 한 신문에서는 사셜을 통해 “경악과 분노를 금치못할 사설. ꡓ쯤으로 점잖게 나무라고 있었지만 나는 원해 그런 점잖하고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욕지거리를 해대고 또 해대도 분이 풀리지가 않아. 이렇게라도 말해야 좀 속이 풀리겠는 심사다. ...「돈달라면 돈주면 되지 않느냐」는 금전 해결방식의 사고가 (일본에게)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일본당국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고, 보상요구는 하지말자 .. 도덕적 정치적 책임은(일본에게도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우라 스스로에게(“도”라는 말도 붙어있지 않았다)있... 종군위안부 문제는 그 성격상으로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일본정부의 사과를 계기로 우리가 보상을 맡고, 이 「수치스러운 과거」의 장은 이제 닫는 것이 어떨까? .. 세상에, 우리 옛말에 “입이 터졌다고 나오면 다 말인줄 아느냐ꡓ는 말이 있다. 그 말대로, “쓰면 다 글이고. 신문에 나오면 다 기사ꡓ인줄 아느냐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 신문은 말끝마다 “국제화의 절박성ꡓ운운하며, 우국층정의 간절한 마음을 과시하고 있었지만, 이 우국 층정은 ꡓ현정부ꡓ가 일본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ꡓ는 말로 슬그머니 꼬랑지를 내리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도 높고도 그야말로 일념에 찬 것이었다. 각설하고, 물어보기로 하자. 도대체 무엇이 끝났고, 무엇을 덮어두어야 하는가? 그 신문이 앞세우고 있는 “국제화의 철박성”이라는건 또 무슨 “도깨비 방망이ꡓ란 말인가? 전 민족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까지 덮어두어야 할 그 따위 “국제화 절박성ꡓ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말이다. 그건 그렇다 치자. 원래 ‘국제 정세ꡑ 어쩌고 하는 데에 우리보다 훨씬 더 밝다고 자처하는게 ‘대’신문의 생리이니. 우리가 모르는 국제정세가 따로 있다 치자는 얘기다. 그런데 「수치스런 과거」라는 말은 또 무슨 말인가? 누가 수치스러운가? 어이, 신문양반 당신이 수치스 러운가? 여성들에게 천추에 한이 될, 그 짐승같은 만행에 몸서리치는 모욕을 ‘스스로 까발려ꡑ말하는 그 “역사적 용기와 용단ꡓ이 수치스러운가? 진정 그들에게 다시 모욕을 주고, 만행을 저지르는 자가 누구인데. 도대체 누가 수치스러워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그 여성들에게서 개인의 자존을 뛰어넘어 항거하는 그래서 천상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역사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ꡓ인간의 정신을 본다. 더하여 일본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현 정부의 태도는 재론의 여지없이 틀린 것이다. 세세하게 무엇무엇이 틀렸고, 현실적 조건 어쩌구 하는 따위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틀린 것이다. 이에 대해 사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일본의 발표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아무런 것도 들어있지 않으며, 실제 밝혀져야 할 만행은 아무것도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정신대 문제에 관한 현 정부는 과거 ‘친일정권ꡑ들이 보며준 태도에서 촌보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뭐가 그리도 뒤가 구린지, 제대로 말 한마디 떳떳이 헤보지도 못하는ꡓ 과거 우라 정부의 행태에서 단 한걸음도 나아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언젠가, 정신대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처음 우리의 토론장에 나온 주부는 얘길했었다 “난 우리 정부가 옳은지 그른지 잘 모른다. 평소에는 오히려 나라를 이끌다 보면 다 사정이 있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더 강하다. 그런데, 이 정신대 문제를 보고, 난 우리정부가 얼마나 ‘자주적ꡑ이지 못한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실감했다 “비 자주적ꡓ이라는 말, “민족을 팔아먹는다ꡓ는 말이 결코 데모하는 학생들이나 쓰는 말이 아니다는 걸 알았다ꡓ 고 해,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 적이 있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정부는 늘쌍 그랬다. 이번 역시 눈치 보고 가만히 앉았다가 일본의 “선물ꡓ로 표현되는 (이 선물이라는 표현도 역시 언론에서 먼저 썼다. 그 발표가 설령 옳다쳐도, 그것이 우리가 받을 선물의 성질인가?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라지만, 세상 천지에 자기 민족의 자존심을 찾는 일을 어찌 일본의 ‘선물ꡑ로 해석하는 일이 있단 말인가) 그 발표에 기껏 ꡓ긍정적으로 평가한다ꡓ는 말로 꼬리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좋다. “선물ꡓ이라고 해도 좋고, “성은이 망극한 은총ꡓ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그 발표에서 우리가 들은 얘기가 뭔가. 고작 「‘강제적ꡑ인 상황에서 매우 ‘고통스러운ꡑ‘많은 수ꡑ의 위안부 ..」 따위의, 그 요리조리 피해가며 ‘말장난ꡑ하는 그 ‘말 아닌 말’을 들어보겠자고, 그 여성들이 꺼져가는 목숨을 걸고 역사의 전면에 나선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문이여! 신문이여! 그 따위 도깨비 방망이는 제발 그만 혼들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