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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9 | [특집]
전북지역 문화단체의 여름나기 장르의 벽을 넘어 확인한 예술의 동질성 「’93 청소년을 위한 여름 음악․미술캠프」
김자정/전주일보 기자 (2004-02-03 16:53:29)
피아노 ․가야금소리에 서투른 소프라노의 고음까지 섞여 소란스런 불협화음음 만들어 내고 있는 곳. 전주음악학회와 예술기획 예루가 공동으로 주최한 「’93 청소년을 위한 여름 음악 ․미술캠프」의 현장이다. 지난 8윌2일부터 7일까지 5박6일간 원광대임해수련원에서 펼쳐진 이번 행사에는 음악 ․미술전공학생 등 약1백여명이 참가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특히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질적인 장르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어 예술의 동질성을 찾자는 것이 그 의도였다 “잘될까?” 하는 첫날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참가학생들은 서로 다른 전공에 낯설은 사이였음에도 빠른 이해의 교감을 이뤄내 단지 특이한 기획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음악 미술의 만남」을 ‘하나된 예술ꡑ로 승화시켰다. 음악 ․미술전공비율을 반반으로 한 조별모임에서는 아마도 위대한 음악가나 화가가 꿈인듯한 중고생도 눈에 띄었고 순전히 “음악이 좋아서 참가했다ꡓ는 한 경찰대생도 었었다. 오전 7시 아침운동과 함께 시작되는 이들의 하루는 저녁 1O시까지 쉴 틈이 없다. 일정은 실내교육의 연장으로 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 참가자의 자율성, 기능연마 등을 고려해 각 분야별 레슨을 비롯, 합동강습 ․예술공연, 문화강좌, 실습, 스포츠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비교적 긴 일정인데도 학생들은 배우려는 의지와 촌음을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최측은 그에 부응, 새벽이나 밤에도 연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피아노 등 각종 악기 및 물품을 준비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강사진은 피아노, 작곡, 성악, 미술, 국악 5개부문에 걸쳐 2O여명이 참가했는데 학생들과 숙식은 물론 실기작업, 오락시간에도 행동을 같이해 가족적인 분위기로 교육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기마전에 학생을 무등태우고 출전, 승승장구한 한교수는 다음날 목뒤에 파스까지 붙인 모습으로 등장해 “세대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교수님ꡓ으로 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모으기도 했다. 공개강좌로는 「한국전통음악의 재인식」(신용문 ․우석대교수) 「홀러간 노래의 역사적 조명」(곽연 ․고려대교수) 「해프닝의 변천사」(이상조 ․전북대교수) 「민족음악학이란?」(노동은 ․목원대학교 음악대학장)등이 있었는네 이중 노동은 교수는 강의에서 “에술에 있어서도 사대주의에 찌든 고정관념을 탈피한 시각이 필요하고 그런 시각으로 본 음악 ․예술추구가 이뤄져야 한다ꡓ고 역설하자 학생들은 깊이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강습회의 의미 또한 남달랐다. 어설픈 자세로 열심히 불어대지만 도무지 소리는 나지않고...하지만 “우리음악을 만져봤다ꡓ는 뿌듯함에다 평소 접하기 힘든 이색적인 맛이 더해져 교육과 오락적기능이 적절히 조화된 프로그램이었다. 강좌외 레슨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정은 학생들이 만드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조별 퍼포먼스공연에서는 대본에서부터 옴악 ․소품에 이르기까지 직접 준비하는 등 열성을 보였고 연출솜씨도 기대이상이었다. 일례로 두루마리휴지를 리듬체조에서의 띠처럼 흔들며 파도를 표현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한편 해변에서는 난데없이 ‘누드ꡑ가 등장,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야외설치작업으로 만틀어진 작폼증의 하나였던 것. 이곳을 찾은 피서객들은 뜻밖의 ‘야외갤러리ꡑ를 관람하는 문화혜택을 누리고 눈요기(?)까지하게돼 한층 즐거워 했다. 그밖에「T셔츠디자인경연대회」「국악연주회」「영콘서트」「촌극」 등도 짜임새 있고 독특했다. 학생들은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고 천문인의 수준높은 강좌를 듣는가 하면 새친구도 사귀며 피서까지 하게 된 캠프참여에 대단히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재수생이라고 밝힌 윤범식군(성악)은 ꡓ다소 빡빡한 일정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알차고 보람있었다ꡓ며 ꡓ내년엔 꼭 대학생이 되어 참가하겠다ꡓ고 말했다. 「ꡑ93 여름 음악 미술캠프」는 이 지역 ‘문화살찌우기’에 앞장을 서왔던 전주음악학회와 예술기획 예루 그러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의기가 투합한 결과다. 전북문화예술의 발전. 이것이 매년 행해지고 있는 캠프 등 각종 문화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그들이 죽자고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이다. 최근 예루음악회 300회를 이뤄내는 등 도내 문화예술의 고급화를 위해 힘써온 캠프의 대회장 김광순교수(전주대 ․예술기획 예루대표)는 “금년에는 특히 정통예술의 확대와 예술계 저변의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기획했다ꡓ며 “참가자들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기 를 바란다ꡓ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 이번 행사에도 몇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더 잘해보겠다는 의욕이 넘쳐 퍼포먼스 공연이나 경연 등의 연습시간으로 레슨시간을 축내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했다. 참가학생들의 학교 ․지역분포도 한정적이어서 좀더 포 괄적이었으면 했고 무엇보다도 행사를 마치면서 보람과 반성을 함께 나누는 자체평가의 자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점은 못내 아쉬웠다. 문화예술의 산교육의 장으로 펼쳐진 「ꡑ93 여름 음악 ․미술캠프」는 몇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하고는 장르의 벽을 넘어 예술의 동질성을 찾는 첫시도였다는 의의와 함께 전문인과 학생 그밖의 참가자 모두에게 보람이 있었던 유익한 행사로 자리매김됐다. 캠프등 일련의 문화사업은 일회성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 지속성은 많은 인력과 탄탄한 재정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순수예술인들이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서 터덕거리고 있는지... 기쁨이어야할 그들의 내디딤이 마치 산꼭대기에서 굴러 떨어진 바위덩이를 향해 내려가는 시지프스의 고뇌에 찬 발걸음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결국은 우리모두가 누리게 될 그들의 문화예술의 저변확대노력에 지역민의 관심과 징부차원의 지원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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