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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0 | [서평]
자기인식과 소속감으로 전북인 임을 일깨워 준 학술지 『호남사회연구』
김명성/KBS전주방송총국 기자 (2004-02-05 11:02:30)
전북지역과 한국사회 제반의 현안문제를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한 이 책은 전북지역의 현실을 포괄적으로 점검하고 지역사회운동의 부문ㅂ려 현황을 점검한 보기드문 지역 학술지로 평가된다. 특히 자리매김이 잘못된 지난 역사를 오늘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한 작업이 병행돼 전북인 으로 하여금 자기인식과 소속감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학술지로 평가된다. 진보적 학술연구 단체를 표방한 호남사회연구회에서 펴낸 이 책은 특별기획으로 동학농민혁명의 현재적 의미를 역사적 관점과 문학적 관점 그리고 눈에 비친 부실한 유적지의 현재모습을 고발했다. 또 전북지역 민중의 삶과 전북행정의 발전방향, 사회 복지 등 아홉게 논문을 '전북의 지역현실과 과제'라는 주제의 특집으로 엮었다. 특히'지역사회운동의 현황과 과제'로 전북지역 민주운동과 지역문화운동 환경 교육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고 논단에서는 언어학의 입장에서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논문과 분단시대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 남북하 역사학의 현실을 다룬 논문 두 편이 소개됐다. 이밖에 전북인의 의식, 노동과 계급이 상태 문화재 조사보고서가 수로 되었고 부록에 지난 92년 전북지역 노동 운동 일지가 소개됐다. 크게 다섯 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장별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음미해 보라.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특별기회에서는 동학혁명이 발전 돼 가는 과정에서 동학조직과 일반민중이 결합한 계기가 된 삼례 시위운동을 별도의 독립주제로 다루어 지배층에 대한 동학교도의 저항의식이 동학지도부와는 질적으로 다르게 성숙해 가는 과정을 밝혔다. 동학혁명을 다룬 문학작품을 분석한 글에서는 개인이 항쟁세력으로 성장해 가는 기존의 소설에서 동학혁명을 민중사적 맥락으로 파악해가는 최근의 흐름을 진단하고 문학으로서의 동학혁명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실천적 문제, 또는 운동의 방향성에 큰 의미를 던졌고 있음을 들추어내고 있다. 아홉 개 주제아래 1백 56페이지 분량을 차지하는 특집에서는 개항 후 지금까지 백여년의 역사를 통해 전북지역 농민이 수탈과 억압받는 역사의 객체에서 한국사회의 민주화 더 나아가 통일을 향해 주체로 나서는 과정을 서술해 농민층의 내적인 힘을 밝힌 '한국근대사와 전북지역 민중의 삶'을 비롯해 지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지방자치시대의 전북지역 언론'과 대통령 선거의 지역감정 등 전북지역의 현실을 포괄적으로 점검했다. 이 특집에서는 특히 전북 행정이 지닌 취약점을 분석하고 전북행정이 나아가야 할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전주시 개발계획에 대해 환경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 그리ㅗ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밖에 서해안 개발사업의 추진실태와 사업의 당위성에 대한 글과 함께 시장개방의 여건, 지방자치 시대의 도래, 격심한 사회변동 아래서 전북지역의 사회복지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글, 보건의료 서비스의 현실과 방향 등이 다양하게 실려 전북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해결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진보적 학술지로서의 색채를 가장 짙게 드러낸 집중점검 장에서는 80년대 들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전북지역의 민족민주운동을 전국차원의 운동과 대비시켜 분석했으며 전북지역의 특성으로 노동 농민 빈민 여성 교육 문화 등 각 부분별 점검을 통해 전북지역 민족민주운동과 지역의 대중운동이 결합될 수 잇는 가능성을 점쳐보고 93년 민주화 투쟁의 영역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글에서는 대부분 침묵하고 있는 전북 지식인의 역할을 설득력 있게 환기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통해 지역에 건강한 문화의 활력을 불어넣도록 촉구하고 잇다. 이밖에 군산지역의 환경문제, 전북지역의 교육현실을 파헤친 글에서는 사회운동 단체에서 지역현실을 피부에 와 닿게 고발했다. 논단에 실린'언어와 이데올로기''분한의 민족사 인식'은 호남사회연구가 지닌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강대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만이 현실을 좌우하는 현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인간해방의 방향을 제시한 '언어와 이데올로기'는 기득권 층에 의해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왜곡된 이데올로기의 그물을 걷어내는데 근본적인 인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북한의 민족사 인식'은 분단사학에서 통일사학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북한사학의 긍정적인 요소를 수용하자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 분단사학의 폐해를 절감하고 통합적인 민중사의 인식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논지여서 공감을 갖게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해당하는 전북지역 조사보고서는 노동자계급의 생활실태와 도민들의 의식형태, 그리고 문화재 조사 등 흔치 않은 지역단위의 조사결과가 공표된 것으로 큰 의미를 지녔다 할 것이다. 이 책이 나온 뒤로 귀중한 학술서가 나왔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가고 있다.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지려 하지만 연구서가 드물거나 혹은 상아탑에 갇혀 지적인 갈증을 느꼈던 젊은층에게도 호감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이 책이 진보적 학술지라는 색채에 걸 맞느냐는 논의는 아직은 너무 빠르다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북이라는 보수적인 풍토--이책이 말했듯이 일제시대의 농민수탈과 오늘날까지 냉혹한 자본주의 시장경제기구아래 강요되는 수탈에서 형성된 순응이 문화풍토에서 호남사회연구의 출간은 매우 뜻깊다 하겠다. 지방신문의 구독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사실에서 암시하듯 지역문제에 애착이 덜한 도민들에게 그리고 지식인들에게 지역의 환부를 알고 과제를 인식하도록 한데 일차적인 의미가 있고 나아가 참다운 인간적 삶을 위한 운동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더 나은 의미를 지닌다. 소망이라면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체제, 즉 지방정부와 지나치게 유리되어서 안된다. 는 점을 들고 싶다. 즉 지방화시대에 중추적인 지방정부 또는 지방기관의 지방행정과 호남사회연구가 제시하는 개혁의 목소리가 상호 침투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어쩌면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전북지역 지식인과 젊은층에 비전을 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 지역 연대의식을 갖게 하는 실천적 대안을 꾸준히 제시해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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