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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0 | [저널초점]
'누구를 위해 지리산의 심장을 파헤치는가' 『국립공원 지리산 보존을 위한 남원 시민 모임』결성을 통해 본 국립공원 지리산의 실태
이장오/한라산악회 회원 (2004-02-05 11:06:20)
지리산 와운마을 주민 9가구의 불편을 걱정하여 세심한 배려로 국립공원계획까지 변경해 가며 와운진입로를 추진한 남원군과 정치인에게 국민들은 찬사를 보내는데 인색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정치가 그동안 펼친 사업들이 정권유지나 개인의 출세에 이용되어 온 경우가 허다했기에 그러하다. 그렇다면 뱀사골을 오염으로 사장시킬 우려가 높은이 도로가 진정 주민을 위한 도로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리산 뱀사골은 폭포와 소, 그리고 넓은 반석을 곳곳에 이루며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손으로 떠 마셔도 되는 맑은 물을 간직하게 된 데에는 지리산 북부관리소의 숨은 노력이 있다. 뱀사골 입구에서 차량통행을 일체 불허한 결과이다. 이 뱀사골 입구에서 제3야영장이 있는 석실까지는 짚차 한 대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생필품을 차로 석실까지 실어 나른 다음 마을까지 등집으로 옮긴다. 도보로 20분 거리다. 이 오지에 처음으로 도로가 생긴 것은 자유당시절인 1958년이다. 그 목적은 오로지 도벌목을 운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일대에서만 3차에 걸쳐 도벌이 자행됐는데 이제는 희미한 오솔길만 남았다. 그런데 벌목 이후 35년만에 사상 두 번째의 도로가 뚫리고 있다. 반선에서 석실을 거쳐 와운에 이르는 거리 4Km에 포장도ㄹㄹ를 낸다는 것이다. 와운주민의 생필품 운반과 아동통학에 대한 애로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국회의원 양모씨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와운마을 상주인구는 9가구다. 9개 가구 중 2개 가구는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결국 숙원사업은 주민 7개 가구의 숙원사업인 셈이다. 와운에는 학교가 없다. 분교가 있었으나 학생수가 적어 폐교한 것이다. 이 마을에서 초,중학생 자녀를 둔 가정은 5가구로 그나마 산아래 친인척 집에서 통학하고 있고, 주말이나 방학때 집으로 돌아온다. 주민들의 생업은 토종꿀, 고로쇠 수액채취와 민박인데, 주민 모씨의 경우 연간 수입은 수억원에 달한다. 주민들의 생활물자라고 해봐야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니다. 채소등은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차도가 생기지도 않았는데 와운마을은 이미 유원지화하기 시작했다. 민박집에서 노래방기기를 구입해 놓고 노래방영업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민박객을 상대로 토종닭과 뱀탕 등 식당업을 벌이고 있어서 닭피와 내장이 계곡물에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미미 이런 상태인데 진입로가 뚫리면 대형관광버스가 서서히 드나들 것이고, 결국에는 정기노선버스도 들어서게 될것이다. 그 미래를 우리는 지리산 직전 마을과 설악산 백담계곡에서 예견할 수 있다. 진입로 늘어날 탐방객들이 배출하는 분뇨와 생활하수는 화장실 수십동에 해당하는 분량이아. 근래 한 외지인이 주민 소유땅 150평을 4억원에 팔라고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땅뿐만아니라 폐가조차 투기의 대상이다. 폐가는 별장이나 휴게소로 둔갑하기도 하기 때문에 폐가조차 천막을 씌우고 보존 중이다. 주민들은 도로가 개통만 되면 계곡가에 1층에서 3층짜리 휴게소를 지어 영업하겠다는 사업구상을 해 놓고 있다. 한 외지인은 콘도와 여놕ㄴ을 지을 생각으로 계곡가에 위치한 1만여평의 땅 구입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휴게소나 여관 신축은 이정도만 알려져 있을뿐 그 이상은 흑막에 가려져 있다. 남원군이 금년 1월 작성한 와운진입로 개설계획서를 살펴보자. 총길이 4Km중 석실-와운간 850m에 대한 계획이다. 노폭은 5m, 포장폭은 4m이다. 총예산은 14억 5300만원으로 진입로 개설 및 포장에 9억 3,300만원, 아치형 교량 1개소 5억 2,000만원이다. 850m에는 교량길이도 포함되어 있다고 남원군이 밝혔다. 그렇다면 도로길이는 약 800m이다. 4Km 전 구간을 개설, 포장한다면 도로개설 및 포장 공사비는 약 46억 6,000만원(9억 3,300만원X5배)이 예상되며 교량은 마을 앞 굴밭골 계류에도 놓여야 하므로 교량 2개소 공사비는 약 10억 4,000만원(5억 2,000만원X2개소)을 예상할 수 있어서 총공사비는 약 57억원이다. 여기에 주차장시설비까지 합하면 공사비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미 반선-와운간 비포장 소로는 공사용 중장비가 한번 진입했는데도 길가운데 금이가고 붕괴될 처지에 있어서 어차피 4Km 전 구간의 공사는 필수적 이다. 850m에 14억여원, 4Km전구간에 57억원이 예상되는 폭 5m의 포장도로가 9가구의 생필품을 운반하기 위한 도로라고 믿을 국민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주민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종일 차만 몰고 왔다 갔다한다고 해도 말이다. 남원군이나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진정 지리산과 우운 주민들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이 공사비를 이주 대책비로 지원하는 것이 국립공원과 주민을 모두 살렸다는 칭찬을 들을 것이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전국을 휘몰아칠때에도 이곳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새마을도로 개설은 엄두도 못냈다. 오히려 정부는 주민들을 산 아래로 이주시켜 당시 살던 47가구가 지금은 6가구(9가구 중3가구는 최근 이주해 옴)만 남은 것이다. 자연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당시에 비해 상당히 부각된 요즘인데도 지금에 와서 거꾸로 도로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남원군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당초계획을 임시 변경했다. 우선 금년에는 군비 6,100만원을 들여 석실에서 와운까지 폭3m, 길이 730m의 비포장도로를 개설하고 있다. 남원군은 지난해 11월 {국립공원계획 변경승인 신청서}를 전북도지사를 경유하여 내무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신청서에는 와운 주민 상주 인구를 19가구 60여명으로 기재했는데 실제는 9가구 약 30명 뿐이다. 또한 기존 오솔길의 노폭이 103m라고 평시하고 있으나 실제는 0.4-1.3m정도이다. 이곳은 등산객들의 이용도 뜸한 곳이며 금년 7월 17일자 전주일보도 '한사람만이 간신히 걸어지날 수 있는 비탈길이 와운마을의 유일한 통로'라고 밝히고 있다. 공문을 허위 기재한 것뿐만이 아니다 노폭 4m로 내무부의 승인을 받아놓고 금년 1월 남원군은 임의로 노폭을 5m로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 노선도 임의로 위치를 변경하여 승인내용과 다르게 길을 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원계획변경 승인도 없이. 진입로는 자격 없는 하도급업자가 불법공사중이나 남원군은 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하고 있지도 않다. 허위기재된 신청서는 내무부에 92년 11월 12일 접수됐다. 그리고 내무부는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제출한{도로개설 절대불가}의 소견서를 묵살하고 현장확인도 없이 접수 11일 만인 11월 23일 승인했다. 이때문에 천연밀림지역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남원영림서 무주관리소의 산림훼손 허가는 116본이다. 실지는 경사면이라 5-10폭이 깎였다. 자연공원법 제 13조는 '공원계획변경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경미한 사안은 예외'라고 규정하고 있다. 내무부는 와운진입로를 '경미한 사안'이라는 구실로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승인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령인 자연공원법시행령 제 8조가 규정한 '경미한 사안'에는 도로개설이나 확장항목은 없다. 이에 남원주민, 전국환경보호단체 그리고 산악인들은 남원군수와 내무부장관을 공문서허위작성과 직무유기혐의로 각각 고발할 움직임이다. 산악단테와 환경보호단체가 지난 8월25일 북한산 우이동에서 와운진입로 반대 시위를 했으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남원군은 궁여지책으로 9월 2일 군청회의실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와운진입로에 대한 유인물조차 없었으며 개회 1시전에야 참석자에게 통지하기도 했다. 참석자를 보면 남원산악인6명, 행정도우회장, 사회정화위원장 등 기관장 4명, 군의회의원 7명, 신문 방송 남원주재기자 9명, 남원군직원6명, 와운주민 5명 등 39명이다. 참석자를 볼 때 누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인지 아리송하다. 반야봉보존회, 남원산악구조대 등 산악인 6명은 개회 1시간전에 모처에 모여 발표내용을 서로 분담하고 설명회에서 경운기통로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리산북부국립공원협회장과 군의회 정준식의원은 백두산, 설악산에도 도로가 있으므로 지리산에도 도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호남매일신문 윤덕중기자만이 도로의 부당성을 지적, 15억원예산의 도로계획 수립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실지 사회자였던 남원부군수는 경운기가 다니는 도로를 개설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발표하고 설명회를 마쳤다. 이로서 남원 산악인 6명과 군의회 그리고 고우언협회는 뱀사골 오염의 책임을 면치 못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와운주민들도 뱀사골 사장의 주역의일원으로서, 그리고 그동안 아예 진입로개설계획의 적부여부를 보도조차 안한 전북지역 언론들도 방조내지 동조했거나 수준이하의 판단능력 소유로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남원군민들은 설명회의 부당성을 지적, 각계 전문가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야 하며 도로개설은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남원농민회, 남원지역기독교목회자 정의평화실천협의회, 남원 천주교사제단, 전교조 남원지회, 남원민주연합청년동지회, 남원시군 의정감시단 등이다. 이들은 '국립공원 지리산 보존을 위한 남원시민모임'을 결성했으며 9월 10일 오후5시 남원군청앞에서 구리기대회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대한산악연맹 전남광주연맹, 배달환경클럽, 치악산인명구조대, 부산범시민금정산보존회, 한탕강살리기연구소, 한국털보자연보존회 등도 참가했다. 행사가 끝난 후 필자를 납치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 납치를 제지하던 농민회회원 4명이 중경상을 입고 현재 2명이 병원에 입원중이다. 그리고 납치의 주역 30명의 와운주민일부도 다쳤다고 한다. '지리산보존을 위한 남원시미모임'의 남원살림교회 문홍근 목사 등 4명의 대표는 궐기대회 이튿날 남원군수 면담을 요청했다. 30여분을 부속실에서 기다렸으나 군수는 '면담의 향이 없다'고 통보했다. 군수실 앞에는 10명의 결재판을 듣 직원들이 줄 서 있었는데, 결재에 바쁘다는 구실로 면담을 회피 하려고 일부러 꾸민 행렬인 듯 싶다. 남원군은 8월 31일 남원군 의회가 현장을 답사할 때는 일시 공사를 중지시켰다. 그리고 공사를 전면 중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속임수였고 공사는 중지하지 않았다. 지리산은 와운주민만의, 남원군민만의 소유도 아니다. 전국민의 그리고 후세의 자손들의 자산이다. 그런데 허위공문서에 의해 불법으로 승인한 도로가 '겨레의 보석 지리산 국립공원'의 심장부를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자유당시절 도벌목 운반로에 이어 사상 두 번째 뚫리는 와운진입로가 주민 9가구만을 위한 것만은 아닌 듯 싶은데 도로의 정체는 그림자를 내 보이지 않고 있다. 남원천주교 박창신 신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남원군은 4 6공 시절의 국민을 기만하는 행정방식을 쇄신, 밀실행정을 지양하고 지금이라도 남원군민과 전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 지리산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훼손된 뱀사골은 현상태를 유지시켜 정부와 정치인에게는 경각심을, 청소년들에게는 국립공원 훼손의 역사교육현장으로 활용 토록해야 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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