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3.11 | [서평]
역사적 진실로 '역사'를 말한다『바로 잡아야 할 우리역사 37장면』
지역사회연구모임 (2004-02-05 11:21:30)
우리는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극도의 상반된 평가와 인식을 흔히 접하고 있다. 이승만을 위대한 독립투사이자 애국자이며 반공에 앞장선 신념의 정치가로 평하가는 견해가 존재하는가하면, 아집과 독선에 가득찬 반민족적 냉전적 인물로서 민족분단의 장본인이자 민중위에 군림했던 군주적 독재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8.15를 민족해방의 날로 기념하고 있지만 8.15이후의 역사를 통해 이날을 분단의 날로 보고자 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자주독립운동으로 보아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부여하고 있지만, 반면에 민족분단을 야기한 단독정부수립노선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같은 상반된 역사적 평가와 인식에 대해 우리는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가 근현대사를 거의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지락하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역사비평사가 펴낸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우리의 역사의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자못 소중하다 하겠다. 이 책은 역사문제연구소의 계간지 『역사비평』에 연재된 「우리 역사 바로 알자」를 새로 편집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말 일제시기에서부터 1960년대까지의 민족사서술에 나타난 왜곡되고 잘못 인식되어온 역사적 사실과 쟁점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시기별 접근과 관계없이 한국문학속에 나타난 올바른 역사인식의 결여와 TV사극의 문제점, 북한에 대한 구체적 접근등을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제1권에서는 한말 일제시기와 이승만 정권기, 그리고 해방전후의 바로 잡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열아홉가지의 장면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배워야 하는 국정교과서에 서술된 애국계몽운동이나 독립협회, 브나로드운동등에 대한 내용이 지나친 확대해석은 물론 그것들의 타협성과 외세의존성, 반민중성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또는 의도적으로 사장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유포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기쉽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들어 비판하면서 올바른 민족적 민중적 시각으로 바로잡고 있다. 그리고 이승만정권의 비민주적 분단지향적 성격을 그의 임시정부 법통 계승론과 외교독립론의 실상, 그리고 국회프락치사건의 진상등을 통해 조목조목 밝혀주는 세세함 또한 잊지 않고 있다. 80년대 후반이후 폭발적인 연구성과를 보이고 있는 해방공간으로 넘어와서는 기존의 논쟁점 뿐만 아니라 최근의 증언이나 사료확보의 확대된 공간을 통해 새로이 제기되고 있는 '박헌영 미제간첩설'이나 '여운형 일제협력설'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과 몇 가지의 견해들을 정리해주고 있다. 북한 공산당의 무력적화야욕이 빚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만 간단히 알고 있었던 6.25를 그 구체적인 실제와 양미학살의 현장, 휴전회담과 전쟁부역자 처리가 가진 정치적 의도성 등을 중심으로 재조명하고 있는 제2권에 들어서면, 우리는 그간 우리 역사가 정치권력이나 지배집단들에 의해 얼마나 왜곡되어 왔고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가에 대한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누구나 우리 사회의 공식적인 교육과정이나 제도언론을 통해 당연한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많은 '신화'들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혜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돋보임은 바로 그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물론 역사는 어느 하나의 요인만으로 전개되지 않으며, 따라서 역사연구는 더더욱 어느 한 요인만으로 해석되거나 설명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의 역사적 체험이나 사실들을 되새기는 것은 과거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나아가 과거사의 반성과 교훈을 바탕으로 오늘의 민족적 과제와 지표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을 직시할 때 올바른 역사인식과 역사적 평가가 지녀햐할 민족적 민중적 시각은 곧 그 역사연구와 역사해석의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고 권해야 한다는 필자의 겅한 의지는 아마도 우리 사회의 '신화'들에 대해 그것이 과연 당연한 진실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어떤 필요성과 목적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집단적 환각을 통한 진실의 왜곡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를 민족적 의지로 밝혀나가야 함을 소리높은 외침이 아닌 역사적 진실을 통해 더 높은 역사의 목소리로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일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