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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 | [시]
문둥이 부처놈들과 한바탕
양건섭 (2004-02-05 11:22:14)
문둥이 부처놈들과 한바탕 양건섭 파계한 부처놈들 옹기종기 문둥병 앓고 있는 운주사엘 가면 집도 절도 없는 부처놈들 몇 백 개 찹을 쌓다말고 떼거리로 퍼질로 앉아 눕고 삐딱하게 서서 막걸리 부른 배 거친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짓무른 코 끙끙거리며 벼리별 세상을 찢어진 귀로 멍멍히 듣고 있다. (안녕하세요) 손뼉치듯 합장으로 수작을 걸자 무뚝뚝한 장승 얼굴 술트림하며 게슴츠레 핏발선 눈으로 고개 돌려 버린다. (쪽팔려 참말로 까놓고 말해 버린다면 그 옆에서 완전히 술로 뿅 가서 비척거리다가 바위에 머리 텅 부딪히고 뇌진탕으로 뻗어 있는 부처놈과 어디서 무슨 죄로 망나니에게 한칼 내라 잘린 빈 모가지만 덜렁 터억 버티고 있는 얼굴 모르는 부처놈과 날빛 방망이찜질 완종일 바우는 다듬잇돌 부처놈과, 더 이상 까발리지 않겠음) 얼굴 없는 부처놈 빈 모가지 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돌을 얹었다. (맙소사) 금방 피가 돌아 혈색이 피둥피둥 (당신 왜 짤렸어? 웬 죄로? 누구야? 으응?) 말없이 웃으시는 부처놈 (운주사 부처는 입술로 웃질 않고 코로 웃거나 귀로 웃는다 아니 두상이 곧 웃는 입매다 아니다 옷주름 하나까지도 웃는다 일자무식 상머슴 고봉 밥그릇 다 비우고 숫갈 놓는 웃음이다 그러나 그러나....) 쪼개진 웃음으로 곪은 웃음으로 누렇게 누우렇게 놀짱하게 삶고 찌고 썩히느 늦여름 겉보리 웃음 (각설하고) 새로 지은 금당에 금칠한 부처님 진공묘유한 사자후 바깥 병든 부처놈들 채찍질하며 탑 쌓을 것 호령하신다. (빨랑빨랑) 싸잡혀 노예처럼 노역하다 노염탈까 두려워 곁길 타고 솔밭에 숨어들었더니 (아 뜨거운 것) 농땡이 그짓을 방금 끝내고 아직은 썽썽한 문둥이 사지 그대로 눕혀 놓은 채 씨근벌떡 가쁜 숨 몰아쉬다 화들짝 놀라 온몸이 얼어붙어 어찌할 줄 모르고 눈만 껌뻑 껌뻑 (나무 관세음! 두 부처년놈 아들 낳으면 그 이름은 미륵?) 종종걸음 뺑소니치다 절 어귀 반쯤 파묻힌 좌불 (또 오시게) (잘 계시오) 합장 끝에 그 문둥이 무릎에서 폴짝 튀어나온 다람쥐 한 마리 두리번두리번 (앗?) 눈썹이 없다 山門을 나서며 가렵길래 얼굴을 쓸어 보았더니 (아아...) 부처는 중생의 거울 (안녕! 세상이 다 나으면 당신들의 몸뚱이가 다 깨끗해질 때까지 이여 안녕...) (문둥이 나라에서 문둥이 나라까지 울긋불긋 山門밖 소록도 가는 길) ·92년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 신흥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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