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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 | [저널초점]
위도 참사, 진실된 규명이 절실하다. 위도 참사 희생자들에 조의를 표하며
윤덕향 / 발행인 (2004-02-05 11:26:38)
지난 10월을 돌아보기에 앞서 위도 참사의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귀한 생명들이 가을 바다에 희생되고 각종 보도매체는 앞다투어 온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온갖 세세한 것을 보도하였다. 그리고 이제 얼마동안의 보도경쟁은 끝나고 위도 참사로 비롯된 슬픔과 고난은 회생자가족들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당분간은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얼마간은 언론에 비쳐질 것이지만 그것도 잠깐 위도참사에 역사의 뒤안으로 물러설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 거듭 조의를 표한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의 진단이 있었고 앞으로 구명되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관계자들로서는 선장의 판단미숙이라던가 회사의 운영부실, 선체의 결함, 일부 말단 관계 공무원의 감시소홀이나 직무태만 등에서 원인을 찾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선장의 주검이 확인되기 전까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선장의 상황판단 잘못으로 귀결하려 하였다. 이에서 비롯도니 선정과 갑판장, 그리고 그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은 보도매체들의 사과만으로 보상될 수 없게시리 골깊은 것이었다. 선장이 살아있을 것이라하여 온갖 곳을 둘쑤시는 동안 수사기관이나 언론매체로부터 그 가족들이 얼마나 곤경을 겪었을까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행여 살아있었으면 하는 가냘픈 희망마저 인양된 주검앞에서 와르르 무너진 그 가족들의 심정을 표현할 말은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번 참사는 이 나라 연안 여객선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한꺼번에 바깥세상에 드러낸 것이고 이를 빌미로 이같은 문제를 척결함으로써 더 이상 같은 참사가 되풀이 되지않도록 하는 것만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않는 길이며 이번 참사의 역사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이참사를 접한 때부터 지금까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 즉 오랜 기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장이나 선원들이 기상조건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 출항을 왜 했을까 하는 의문이 가슴 한구석에 사라지지 않는다. 당국의 설명대로라면 배를 얼마간 운항한 다음 기상이 악화되어 도저히 운항을 계속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배를 돌리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경험이 있는 뱃사람이 운항을 해본 다음에야 기상이 나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까? 근해의 물결만을 보고 배를 출항시켰다가 곧 다시 배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일 이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 아닐수 없다. 위도를 다녀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객선이 기상이 좋지않다하여 결함하는 바람에 곤경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설명이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세지않으며 파도가 높지 않아도 바깥 바다의 기상이 좋지 않다는 말한마디에 군소리 한마디 못해본 사람이라면 위험을 선장이 몰랐을 리가 없다면 그같은 위험을 무릎쓰고 출항을 할만큼 선장이 모험심이 강하고 천둥벌거숭이같은 성격이었을까? 이도 언론의 보도, 주검이 확인되기 이전의 보도에 등장한 성격으로 미루어도 그런 것같지는 않다. 차분히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은 모험을 하려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 모험이 생명을 담보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모험을 하지 않는다. 결국 일부 언론매체에서도 잠시 동안 취급한 바 있지만 위험을 무릎쓰면서 선장이 출항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도 생각할 수 없다. 무엇이 선장에게 모험을 강요하였는가? 행여 선장이 살아남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던 사람이나 집단이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금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어 말하려하지 않는다. 아니 더 이상 이 의문을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입만 열면 문민정부를 앞세우는 지금 권위나 직위로 선장을 강요한 사람이나 집단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깨끗한 정부를 외치느라 입이 부르트는 지금 돈으로 선장을 매수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매수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신한국에서 배가 뜨지않으면 안될 만큼 위급한 지경의 국민이 있었으면 배가 아니 헬리콥터가 동원되었을 일이다. 그런데도 왜 선정은 배를 띄었나? 한껏 드높은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은 대통령의 지침에 모두가 숨죽여 눈치를 보는 판이니 대통령의 특별한 지시가 있었던가? 아무리 그렇다해도 위도라는 작은 섬의 배를 출항시키는 문제까지 대통령이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장은 정녕 동키호테인가? 아니면 순간적으로 목숨을 건 도박을 즐긴 것인가? 그도 아니면 미치광이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지금은 이 의문이 사라질 때까지 위도 참사에 관련된 일의 진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역사는 과거를 파헤집어 오늘의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오늘이 잘못을 감추고 파묻기 위한 것도 아니다. 역사는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에서 오늘과 내일의 갈 길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를 말하는 것은 지난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며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내일을 설계하는 바탕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역사를 파뒤집을 것이 아니고 과거의 잘못을 역사적 심판에 맡기자고 한다. 좋은 말이다. 국민적 합의와 화해를 위하여 역사적 심판을 말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진실이 밝혀져야되는 것이다. 비틀고 뒤집어 거짓으로 만든 역사는 언젠가 다시 우리의 앞에 그 본래적 재앙을 되돌려주는 법이다. 위도 참사에서 위에 제기한 문제는 아주 사소한 의문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고의 원인에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지 않을 때 그 실체에 대한 의문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전반적인 진실을 흐트러뜨리는 법이다. 갑작스러운 돌풍이나 기상이변을 사고의 원인으로 들먹이지 않는 지금 모든 진실은 한점 의혹없이 드러나고 밝혀져야 된다. 그럴 때 제 2의 위도 참사를 없앨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도 유족을 위하여 푼돈조차 성금으로 낼 수 없을지 모르는 우리로서는 역사앞에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어쩌면 몇푼 성금보다 진실의 구명이 더 큰 성금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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